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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 건전성 지나치게 강조한 내년 예산안 - 이영
	2012-10-09
재정 건전성 지나치게 강조한 내년 예산안 선거의 해인데도 건전성에 무게… 지출 증가 낮고 국가채무 줄어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 상황서 지출 축소가 올바른 방향일까 지출 확대 통해 경기 진작하고 균형재정 추구, 복지 확대해야 342조원 규모의 2013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경제 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단기적인 '경기진작'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이번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이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인 7~8%보다 낮은 5.3%로 설정돼 있는 데다 국가 채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의 궁극적인 잣대는 GDP 대비 국가 채무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의 여부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정권 마지막 해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습성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경기사이클이 대통령 임기에 연동한다고 해서 '정치적 경기변동'이라는 전문용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관성에서 벗어나 오히려 재정 건전성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정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1~2%p 낮게 유지한다는 재정 준칙을 만든 후 2013년 예산안에도 이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정 건전성 강화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지닌 우리나라에 중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로 우리 경제가 동반 침체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재정 건전성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네 가지 축 가운데 소비와 투자, 순수출은 모두 둔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정부 지출뿐인데, 정부는 균형재정이란 도그마에 갇혀서 돈 쓰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역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진작하고 이를 통해 세수(稅收)를 늘려서 균형재정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한 명목 GDP 증가율 수준인 7%대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2013년 예산안은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4%라는 수치는 대부분의 민간연구소와 국제기구들의 전망치인 3%와는 괴리가 있다. 2013년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설정하고 재정수지 적자를 예산서상의 수치인 0.3%가 아니라 0.6%로 계획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해 보이고 정책에 대한 수용도도 더 높았을 것이다. 복지 부문에 대한 지출 규모가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를 소폭 증가시켰지만 현재 존재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좀 더 과감하게 축소하는 편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실업보험이나 사회보험료 감면 대상자도 소득기준 금액을 물가상승률보다도 낮게 증가시킨 현재의 예산안을 넘어 좀 더 과감하게 대상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바꿨어야 했다. 2013년 정부 예산안에서 대학생 장학금 예산이 2조2500억원으로 2012년 예산안에 비하여 5000억원 증액되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확대는 사립학교와 등록금에 의존하여 이루어졌으며 정부의 역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지나치게 적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생 장학금 예산 확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예산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느냐 하는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하여 명목등록금을 낮출 경우, 대학교육 비용이 지나치게 낮아져 과잉교육이 더 심해지고 학생들의 학습 의욕도 낮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소득에 연동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함으로써 재정 효율성도 견지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려는 인센티브도 유지하는 쪽이 바람직한 지원 방식이 될 것이다. 이 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2. 10. 9 시론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8/20121008032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