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과도한 물가규제, 市場 교란시킨다 - 조동근
	2012-09-26
과도한 물가규제, 市場 교란시킨다 기상학의 불쾌지수를 응용해 개발한 경제지표가 ‘고통지수’다. 특정 기간의 실업률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더해 구해지는 고통지수는 피부로 체감하는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고통지수를 줄이려면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실업률 감소는 부작용이 수반될 여지가 별로 없지만 물가안정은 사정이 다르다. 물가안정은 소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기 때문에 ‘과잉’으로 치닫기 쉽다. ‘기업의 팔’은 으레 비틀리게 돼 있다. 기업의 고통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시장(市場)의 교란’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을 해치게 된다. ‘정책 불신’은 덤이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보인 ‘첫 작품’은 행정지도를 통해 통신요금을 내리고 52개 품목의 가격관리로 생활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작품은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새 정부의 무능의 상징이 돼 버렸다. 야심차게 출발한 물가관리는 정책 수명이랄 것도 없이 이내 ‘정책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억은 부활하게 마련인가? 최근 정부의 ‘휘발유와 설탕’ 가격에 대한 집착은 ‘MB 물가관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위정자의 ‘묘한 기름 값’ 발언 이후 정부는 리터당 휘발유 가격 100원 인하를 모토로 ‘알뜰주유소’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가격 할인은 처음부터 지속가능할 수 없는 구조였다. 알뜰주유소의 계약내용을 보면, ‘석유공사’와 ‘정유사를 포함한 대리점’으로부터 각각 50%씩 기름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게끔 돼 있다. 석유공사도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는 ‘대리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대리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는 없다. 결국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정부)가 싼 값에 기름을 공급해줘야 수익을 내는 구조로 출발한 것이다. 알뜰주유소 모델에는 어떤 ‘혁신’도 없었다. 6개월 전에 개점한 알뜰주유소 1호점이 폐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알뜰주유소는 애물단지로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짙다. 정부의 설탕 가격 집착도 만만찮다. 정부는 30%인 설탕 기본관세를 5%로 ‘사실상 무관세’로 낮춰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지난 8월에 마련했다. 지난해에도 35%였던 설탕관세를 5%로 낮추려다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최종소비재의 관세율 인하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킨다. 하지만 여기에는 덤핑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2008년 9월 기준 유럽연합(EU) 역내 설탕 가격은 톤당 780달러인데 비해 수출 가격은 40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EU조차도 수출된 물량이 역내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장벽을 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무관세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고율의 관세로 제당 3사가 과점 구조 아래서 과다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의구심도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정책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덤핑 수출되는 설탕을 낮은 세율로 수입하면 제당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치산업 특성상 가동률을 높여야 원가 절감으로 국내 가격 안정에 기여한다. 정제된 설탕은 원당을 저장해 놓은 큰 저수지다. 제당산업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면 설탕 가격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게 된다. 장바구니 물가불안의 근본 원인(根本原因)은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다.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봐 금리 인상 등을 미룬 채 몇몇 품목의 가격을 통제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만 교란시킬 뿐이다. 정책은 ‘과학에 기초한 예술’이다. 포퓰리즘에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2. 9. 25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9250103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