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일본의 '독도 ICJ 提訴' 뭘 노리나 - 최원목
	2012-09-03
일본의 '독도 ICJ 提訴' 뭘 노리나 한·일(韓日) 외교 전쟁이다. 과거 제국주의의 잘못을 청산하긴커녕,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을 트집잡아 거센 반격 모드로 진입한 일본의 카드는 역시 일방적으로라도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提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ICJ 제소를 거부하는 내용의 구술서를 전달했다. 우선, ICJ 제도부터 정확히 알아보자. 최근 무력 사용이 일반적으로 불법화됨에 따라 국가 간 영토분쟁을 ICJ 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다. 지난 20년 간 16건 이상의 영토(해양영역 포함) 분쟁이 ICJ를 통해 해결됐으니, 해마다 ICJ에 제소되는 3∼4건 가운데 1 건 정도는 영토분쟁인 셈이다. 이미 유럽과 미주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ICJ를 통해 민감한 영토분쟁을 해결해 왔다. 그 결과 지역 경제 통합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동향으로부터 동북아시아만 예외 지역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확실히 지배하고 있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독도 문제를 국제재판에 넘기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고 민족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어떻게든 일본 측의 속셈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대응은 오히려 ICJ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듯하다. 분쟁 당사국이 모두 ICJ 재판관할권을 인정해야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일본이 단독으로 ICJ에 소장을 접수할 수도 있다. 과거 포클랜드 섬을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1955년 일방적으로 소장을 ICJ에 제출한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가 끝까지 ICJ 관할권을 부인했기 때문에 재판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영국 측의 영유권에 대한 근거와 주장을 담은 70페이지 이상의 입장서가 실린 소장이 ICJ 홈페이지에 버젓이 실려, 지금까지도 영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일본도 똑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ICJ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센카쿠열도 문제를 ICJ에 가져가는 것은 외면하면서 독도 문제에 대해선 ICJ 회부를 요구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은 절반만 옳다. 센카쿠에 대해선 현재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분쟁화하지 않으려 할 뿐 ICJ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07년 국제분쟁에 대해 ICJ의 강제관할권을 수락한다는 내용의 선언서를 유엔에 기탁해 놓고 있다. 이는 분쟁 상대국이 원하기만 하면 ICJ 관할권이 자동적으로 성립됨을 의미한다. 결국 중국(유엔 비회원국인 대만이 아니라)과 러시아가 원하면 센카쿠와 쿠릴 열도 분쟁은 ICJ로 이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일본은 결국 모든 영토분쟁을 ICJ로 해결할 것을 예정해 놓고, 센카쿠에 대해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쿠릴 열도에 대해선 러시아 측과 영토 반환 협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총리 서한까지 문전에서 돌려보낸 우리의 감정적 대응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돌려보낸 서한의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독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점점 더 집중시키고 있다. 이제 일본은 일방적 제소를 통해 자국의 일방적 주장만이 담긴 장문의 제소장을 ICJ에 기탁해 국제사회가 탐독하도록 만들 것이다. 나아가 양국 극우단체들 간의 무력충돌 분위기가 조성되면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기구나 제3국이 개입해 독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토록 하면서 한국이 ICJ행을 거부하면 할수록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력과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노림수를 잘 알아야 독도를 제대로 수호할 수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9. 3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90301073137191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