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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 증폭시키는 경제민주화 - 조동근
	2012-08-30
불확실성 증폭시키는 경제민주화 현재 대한민국은 모두 ‘경제민주화’로 통한다. 이는 정치 세력이 ‘최소한의 정체성’마저 갖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는 ‘방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즉, 이념과 가치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주어진 방향을 놓고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베끼면서 ‘자신만이’ 집권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정치의 수준은 여기까지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단기적 성장률 하락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정체성’마저 불분명한 작위적 개념이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헌법 제119조는 ‘자유와 창의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조정과 규제를 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따라서 1항을 숨기고 2항만 앞세워 ‘경제민주화’라고 한 것 자체가 작위인 것이다. 2항의 ‘필요한 경우’는 이미 개별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정경쟁질서 구축은 공정거래 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 완화는 소득정책을 통해, 국토의 균형 성장은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경제민주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한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조정(A1→Aa3)도 경제민주화의 몰개념(沒槪念)을 부각시키고 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근거로 ‘재정부문의 강한 펀더멘털, 높은 수준의 경제 회복력, 수출 기업의 경쟁력, 은행부문의 구조 개선을 통한 취약성 완화’를 들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2008년도 미국발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한 데 대한 사후 보상인 것이다. 금융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는 경제민주화라는 정책 불확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주장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가 ‘파행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파행적인 구조를 가진 경제였다면 2008년의 외부 충격을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그 틀을 바꿔야 할 정도로 파행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제19대 국회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안은 ‘국가 발주 사업에 대기업 참여 제한, 중소기업 업종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상권 부여, 파견 근로자 보호를 위한 상급 노동단체에 차별 시정 신청권 부여,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금지,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경제 범죄의 형량 상향 조정’ 등이다. 그 중 소유·지배 구조 개선이 압권이다. 모범 소유·지배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듯이 덤비고 있다. 하지만 기업 성형미인을 만든다고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순환출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일종의 ‘자생적 산물’이다. 외국에서처럼 ‘차등의결권’을 가질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0.94% 지분에 기대어 경영 전권을 휘두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주주들이 거부하지 않는 것도 ‘주주의 선택’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성(理性)에 입각한 인위적인 질서로 시장 질서를 대신하는 ‘설계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강자의 것을 덜어내 약자에게 나눠주는 ‘재량적 처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젖을 먹기 위해서는 힘차게 울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국가개입주의에 지대(地代)추구행위’가 더해진 최악의 조합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논리인 ‘민주’ 개념을 경제에 역외 적용시킨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대중이 반길 만한 것들을 경제민주화라는 쇼핑 카트에 담기 바쁘다. 종국적으로 쇼핑 카트를 ‘누가 계산하는지’에는 관심 없다.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가 섞이면 부(富)를 파괴하는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정치와 경제는 안전거리를 두고 ‘공진화(共進化)’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2. 8. 30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830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