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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망치는 자본가들 - 김진현
2003-07-11
2019-03-08-[요약자료]스튜어드십 코드의 진실.pdf
자본주의 망치는 자본가들 자본주의는 비(非)서구 제3세계의 반(反)자본주의 반세계화 운동으로 위기에 처했는가. 자본주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최고의 미디어 이코노미스트(런던서 발행하는 주간지)는 세계적 빈곤인구의 비율 저하, 소득격차의 완화, 수명의 연장, 정치참여, 교육과 언론자유신장 등의 50년, 100년, 200년의 장기추세 데이터를 정리하여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오히려 후진지역에서의 경제·정치적 자유의 전진을 확신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 편집인 빌 에모트가 직접 쓴 특집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핵심은 지금 자본주의가 중요한 도전과 위험에 처했는데, 그것은 반자본주의자들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자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즉 기업주, 기업의 경영자, 그리고 끊임없이 친기업주의자라고 외치는 정치인들에 의한 자본주의의 오용·악용이야말로 반자본주의적 도전이라고 단정했다. ‘자본주의자들에 의한 자본주의에의 도전과 위험’은 부자나라 선진국들에서의 부패, 선거에서의 기부, 정치인과 기업인 간의 경계의 모호함, 무엇보다 정부가 친시장(親市場) 정책을 강화하지 않고 친비즈니스에 앞장서는 행위, 특히 군부·기업·의회 또는 관료·재벌·정치의 ‘철의 3각’관계 이런 것들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오용이고 악용이다. 영미식 자본주의의 제도적 개선을 위하여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과 투표의 의무화라든가, 장기주식보유주주와 단기주주와의 차등배당제 등을 제의하고 있으나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업활동과 무역에의 권력 개입이야말로 자본주의 공적 1호라는 것이다. 창간 160주년호에서 「철의 3각―칼라일그룹의 비밀내막」이라는 서평을 통해 칼라일 같은 연줄자본주의는 러시아·중국·아프리카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자유시장의 땅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부 장관,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등이 고문으로 있는 투자회사가 정보와 국제외교상의 특권적 영향력을 장사로 써먹는, 즉 「공직(公職)의 사영화(私營化)」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아니다. 이념적·실천적으로 애덤 스미스에 가장 충실한 이코노미스트지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자유를 제약하는 로비활동, 정치헌금, 보조 모두 자본주의의 적이다. 부시, 클린턴, 대처, 메이저, 미테랑 가문, 슐츠, 키신저,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의 국제적 로비는 단순히 자본주의 원리 위반을 넘어 국익·공익 및 체제와 이념의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 클린턴만 해도 중국에서 30분 강연에 25만달러를 받고 작년 한 해 강연료 수입만 920만달러에 이른다. 부시는 강연 같은 자질구레한 일은 안 하고 칼라일을 위한 큼직한 영업활동을 하고 다닌다. 우리나라에도 금융보험업 관계로 여러 번 왔다. 이런 짓이야말로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기회평등, 윌슨적 국제주의라는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원천적 손상이다. 전·현직 국제거물들은 모두 퇴임 후에도 국가가 생활과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들이 가난한 나라까지 쫓아다니며 행하는 「공직 사영화」의 돈벌이는 지도자의 자질과 인격의 문제인 동시에 그 나라, 그 체제, 그 이념에 대한 반역이다. 반대로 지미 카터의 봉사활동은 국경을 넘어 모두에게 감명을 준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윤리강화가 엔론사태 이후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듯이 전·현직 국가통치자들의 특정기업 로비에 대한 국제적 규제 또는 금지조치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권의 대북 송금스캔들, 김운용씨의 행태 같은 것이 규제되어야 한다. 지도자는 덕성, 신독(愼獨)의 차원에서 뽑혀야 한다. 돈벌이 잘하는 국가지도자는 필경 국익·공익을 해치고 자기가 지킨다고 자랑하는 바로 그 체제를 위협한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前 과학기술처 장관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3. 7. 10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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