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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새 패러다임 짜야 - 이종훈
	2003-07-08
경제 새 패러다임 짜야 지난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목표의 장기비전으로 '동북아 중심국가건설'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였으나 얼마 후 중국과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슬그머니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낮춘 바 있다. 4개월 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흐름을 보면 국정의 장기비전과는 거리가 먼 정책혼란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마저 잃어가고 있다. 출범 당시에는 성장과 복지의 조화, 생산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는 등 경제정책의 어설픈 이상론을 펴다가 세계경제와 국내경제의 불황이 심화되면서부터는 경기부양책에 매달리는 등 혼선과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의 정책기조는 재정의 조기집행과 금리인하와 추경예산의 편성 등으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춘투와 하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상론보다 노사정책 자체를 먼저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지만으로는 오늘의 경제혼란과 실망을 해소시킬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직과 권위와 금권에 의해서라기보다 서민과 미래세대의 여망에 의해 출범한 정부인 만큼 발전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좌절과 실망이 빨리 온지도 모른다. 참여정부는 100일간의 값비싼 경험철학을 거울삼아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하나가 되는 총화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절실하며 그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헤치고 내일을 개척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마침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추상적이며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국정목표보다는 설명하기 쉬운 목표로서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열자'를 강조함으로써 참여정부 국정목표의 청사진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그 실현방법과 의지가 주목된다. 우리는 소득 1만달러시대를 1995년에 달성하였다. 일본은 7년만에, 싱가포르는 6년만에 다시 2만달러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도 곧 2만달러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8년간 1만달러를 계속 턱걸이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1만달러시대도 손쉽게 이룩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잘살아 보겠다는 동물적인 근성(헝그리 정신)으로 외국자본과 외국시장과 외국기술을 엮어 피땀으로 이룩한 결과인 것이다. 국제질서는 선진국(미국)→중진국(일본)→후진국(한국)이라고 하는 3각 국제분업의 보완적이며 의존적인 틀이 있어 근대화를 쉽게 이룩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을 해야 하며 국내적으로는 먹고 살 만하니까 생산성은 떨어지고 제 목소리는 커지는 등 새로운 국내외적인 함정 속에서 현대화를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소득 2만달러시대가 자동으로 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저절로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2만달러시대는 1만달러시대보다도 더 어렵고 힘들며 그 문이 큰 만큼 정교하고도 더 큰 열쇠가 있어야만 열 수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구호를 크게 외친다고 2만달러 소득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그 열쇠부터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경제와 산업과 기업의 구조를 업그레이드시켜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가위험도를 끌어내리려는 대대적인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고 경제구조의 형식적인 고도화나 구조개혁이 아니라 그 자체를 정보화하고 기술화하며 지식화하는 소프트화 전략(0.5차화 전략)으로 먼저 국민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자본과 베끼는 기술이 아니고 생산적 투자확대와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새로운 발전 틀을 만들고 21세기를 창조하려는 새로운 국민적인 의식과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이종훈 (전 중앙대총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7.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