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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위스 租稅條約 효과 극대화해야 - 현진권
	2012-03-07
한·스위스 租稅條約 효과 극대화해야 스위스와의 조세조약(租稅條約)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비준을 통과했다. 그동안 정치자금, 역외(域外)탈세 의혹을 가진 자금의 은닉처로 많이 활용된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국내 탈세 방지에 대해선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역외탈세는 국가 간 공유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치인과 일부 부유층 등의 탈세행위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스위스와 개정된 조세조약은 탈세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경제학에선 탈세행위를 인간의 합리성을 통해 설명한다. 즉, 일부 비윤리적인 사람이 하는 특이하며 부도덕적 행위가 아닌, 누구든지 환경에 따라 탈세를 할 수 있다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 관점의 차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준다. 탈세행위를 극소수 사람의 비윤리적 행위로 보면, 정책을 통한 교정이 아닌 교육과 홍보라는 측면을 통해 교정하려고 한다. 물론 교육 및 홍보도 어느 정도 효과는 가지지만, 자발적인 성실(誠實) 납세란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다. 자발적인 성실 납세는 성실하기 때문이 아닌, 탈세를 통한 기대비용이 기대편익보다 높기 때문에 발생한다. 교육과 홍보는 탈세를 방지하는 데 그리 효과가 크지 않다. 그 반면 제도에 의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위로 탈세행위를 보면, 제도개혁을 통해 탈세행위를 방지하려고 한다. 세무조사 및 가산세 강화 등의 제도 개혁이 대표적인 접근 방법이다. 조세 관련 정보의 확보는 탈세행위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국내에선 세무 당국이 금융 관련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갖춤으로써 국내 탈세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다. 이제 세무 당국의 정보망이 해외까지 확대됨에 따라 개방화 시대에 걸맞은 세무행정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환경은 이미 국가간 구분이 없어졌는데, 제도는 국내에 한정됐으니 역외탈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스위스의 비밀계좌를 통한 탈세행위는 주로 사회 지도층들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따라서 가진 자의 세련된 탈세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조세 형평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스위스의 비밀계좌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세협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역외탈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역외 탈세자의 입장에선 이제 스위스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므로, 다른 국가로 탈세 자금을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탈세 자금에 조세 회피처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국가가 많다. 조세 회피를 제공하는 국가의 입장에선 비밀계좌로 보호해 주는 산업이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며, 자국 내 정책의 자주성 문제로 다른 국가들이 간섭할 수도 없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전세계 국가들 간에 조세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국가간 탈세자금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으므로 국가간 완전한 조세 정보 교류는 아직도 요원하다. 또한 개인의 과세(課稅) 정보를 모든 국가가 가진다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라는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도 있다. 스위스와의 과세정보 교환이 제도화됨으로써 역외탈세 방지 정책이 한단계 도약한 것은 틀림없다. 한국 사회를 음성적으로 움직였던 검은돈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탈세 자금은 급속도로 다른 조세 회피국들로 이동할 것이다. 따라서 한·스위스 조세조약과 같은 국가간 조약 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재정학 / 바른사회 상임집행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3. 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30701033937191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