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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폐기논쟁 극복하려면 - 최원목
2012-03-02
한미FTA 폐기논쟁 극복하려면 진보진영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조약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추진할 것을 공언했다. 보수진영은 한ㆍ미 FTA 발효일자를 확정하고, 협상대표를 총선 대표주자로까지 내세웠다. 정치권은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의 비난 정서를 돌리고, 사회 각층의 무분별한 복지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는 것보다는 FTA 찬반론이라는 다소 논리적 이슈에 다시 불을 지피는 편이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 선 것 같다. 이미 찬성과 반대로 쪼개져 버린 국민 정서는 보수와 진보진영 각각의 결속에도 도움이 된다. 그 결과 지극히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이슈인 FTA가 다시금 정치놀음에 놀아나고 있다. 모든 국민을 FTA를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으로 재편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정말로 FTA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 분위기다. 이미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한ㆍ미 FTA를 이행하기 위해 개정한 14개 법률들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입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이러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대통령이 버티더라도 국회 자체가 이행입법 폐지를 통해 FTA의 국내적 효력을 부인해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 진보 성향의 유권자라도 FTA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수 후보에 표를 보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것이 남북 분단국가이며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 모습이라니 믿기 힘들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양 진영 모두 FTA 이슈를 더 이상 총선용으로 띄우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여권이 먼저 나서 진보진영의 맺힌 앙금을 풀어줘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의 극단적 입장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지난번 재협상은 한ㆍ미 경제동맹 완성을 위해 미측의 비준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측에 자동차 분야에서 일정한 양보를 제공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한ㆍ미 FTA 협상 초기 4대 선결조건 수용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시절,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통 큰 인정이었다. 야권도 재협상 과정의 불만과 불신을 덮고 FTA 폐기 주장을 접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ㆍ미 FTA를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정부소송제도(ISD)의 남용 가능성이 문제라면 그 폐기가 아니라 남용 방지를 위한 보완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중재재판관의 선임절차가 문제라면 공정한 선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재판절차 회피가 문제라면 국내 소송을 소진한 후 ISD로 이행토록 하자는 등의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중소상인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보조항 추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저소득층 보호정책의 국제법적 정당성 확보 방안도 제시할 수 있다. 비판은 쉬우나 일이 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차기 수권정당을 표방하면서 언제까지나 어렵게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폐기하라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일관할 것인가. 통상 협상은 상황 변화에 따라 개정되게 마련이다. 앞으로 곧 이루어질 양국간 FTA 개정 협상에 대비해 합리적 개정안과 논리를 개발하는 일에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 김정일 사후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은 시기다. 2년 후 다가올 쌀 개방 협상에서 쌀 수출국인 미국측의 협력도 절실하다. 우리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 공조 노력에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통상관계는 물론 한ㆍ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FTA 폐기 기류를 언제까지나 부추기고 방치하려 하는가.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2. 3. 2 기고 <원문>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1&cm=사설·칼럼메인&year=2012&no=137187&relatedcode=&wonNo=&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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