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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과 사법부 권위 - 최원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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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 |
| '부러진 화살'과 사법부 권위 `법(法)`은 물(水)처럼 공평하고, 해태(해태치)처럼 정의로우며, 집행력(去)이 보장돼야 한다. 영화 `도가니` 열풍은 장애학생에 대한 조직적 성폭력 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법원을 대신해 가해자들을 사회적으로 철저히 처벌했다. 법원에 대한 불신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대중이 재판관을 대신해야 한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교법인, 경찰, 법원에 이르는 부패ㆍ무능한 권력 카르텔을 제치고 `나도 형평과 정의 과정에 동참한다`는 일종의 `참여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리라. 상반된 입장의 당사자 간 분쟁을 판결해야 하는 재판의 특성상 판결에 불복하는 목소리는 간간이 제기된 바 있지만, 오늘날처럼 국민이 대규모로 사법부를 비판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형평과 정의를 지탱해야 할 사법부의 권위가 도미노처럼 붕괴되고 있으니, 법의 사회적 집행력을 보장하기 어려운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예견된 것이다. 사회를 이끌어나갈 권위를 가진 전문가 집단들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각종 권위를 붕괴시키는 과정이 진행돼왔다.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행정부의 권위가 먼저 침몰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뼛조각 하나까지 찾아내 반송시키던 정책을 갑자기 전면 수입정책으로 바꾸면서 정부는 `과학적 안전성`과 `국제 기준`을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며 협상 보안만을 강조하다가 뒤늦게 FTA 괴담에 대항해 `언론 플레이`를 해대면서 권위를 잃었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한ㆍ미 FTA 독소조항에 관한 왜곡된 논쟁과 괴담이 양산됐고, 야당은 차기 정권을 잡아 한ㆍ미 FTA를 폐기시킬 것을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행정부의 권위 몰락에 일부 판사들이 기여한 바도 있다. 한ㆍ미 FTA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판사들의 주장이 적지 않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중의 `탈 권위 물결`로부터 사법부의 권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법조계에 전관 예우가 존재해온 것이 상식인데도 이로 인해 처벌받은 법조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법조계는 제 식구 감싸고 도는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대중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SNS를 통해 `가카새키 짬뽕`이니 `가카의 빅엿` 등 비속어를 남발하는 판사들을 보면서 법관 자질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 의사와 정서에 부합하지 않은 상당수의 판결을 지켜본 대중이 이젠 그 권위에 직접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 개봉에 앞서 대법원이 배포한 `대응 매뉴얼`은 역시 뒤늦게 언론 플레이를 해대는 모양새로 비추어진다. 사법부는 물론, 지식인 사회와 언론이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나는 꼼수다` 같은 대안매체가 각광받고, 픽션과 팩트가 뒤섞이며, FTA 조약문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 각광 받는 상황은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정의롭지 않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직접민주주의적인 환경 속에서 전문가의 권위를 먼저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결국은 대다수 국민의 동의로 법의 정당성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국민의 의사가 법집행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가고, 대법원에 국민소통위원회를 두어 사회 각계각층과 의견을 상시 교환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법원의 독립성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고, 사법부가 생각하는 것과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소통을 통해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법원 내부적으로도 윤리규정을 강화하고, SNS 이용에 관한 수칙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2. 1. 31 테마진단 <원문>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1&cm=사설·칼럼메인&year=2012&no=64016&relatedcode=&wonNo=&sI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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