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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버린 한나라당 - 조동근
2012-01-13
'보수'가 버린 한나라당 좌파가 선점한 복지 흉내낼 뿐 국가개입·설계주의서 벗어나야 현상과 그 이면의 논리는 다르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구가 자전을 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간 한나라당의 행태에 비춰볼 때 한나라당은 ‘보수의 무게’를 감내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보수의 가치’가 한나라당을 버렸다고 보는 것이 차라리 맞다. ‘현상’이 전자라면 ‘이면의 논리’는 후자다. 보수정당의 ‘보수 포기’는 담론으로 치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탈(脫)보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수주의의 ‘자기강화’를 통한 외연 확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이례적 현상’이 누적돼 초기의 이념과 가치를 더 이상 견지하지 못하게 된 합당한 논거가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보수주의의 ‘자기강화 과정’을 갖지 못했다. 보수주의를 제대로 펼쳐 본 적이 없다. 따라서 ‘보수 포기’는 “갖지 못한 것을 버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탈보수가 정당화되는 유일한 경우는 ‘보수가 수구’로 등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현실안주에 ‘주의(ism)’라는 사치스런 단어를 붙일 이유는 없다. 따라서 탈보수는 ‘보수=수구’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수구세력’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이는 야권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탈보수 시도는 한나라당의 실패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가져 서민에게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에, 즉 왼쪽으로 더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더 좌편향하려 한다. 그러나 좌편향할수록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복지·친서민’을 외친들 민주당과 민노당의 주장을 뛰어넘을 만큼의 화끈한 메뉴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인기에 영합한다손 치더라도 복지 아젠다를 주도할 수는 없다. 지적 소유권이 한나라당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국민의 행복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한다. ‘국민행복론’ 좋다. 그러려면 “어떤 이념과 가치에 기초해 국민 행복을 지킬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미래 세대에 빚을 남기면서까지, 더 나아가 사회주의를 통해 국민행복을 지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는 대중의 가슴을 잠시 적시는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신자유주의가 양극화를 유발했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양극화의 원인은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생산구조’의 변화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분업’의 심화에 있다. 양극화는 근래 우리 정부가 택한 경제정책 때문이 아니며, 우리를 포함한 선진국의 공통적인 문제다. 현재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의 중산층은 빠르게 두터워지고 있다. 최대의 복지는 여전히 고용이다. 성장페달을 밟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정당의 반시장적 정책 선택’이라는 엇박자가 실패를 부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재기하려면 화려한 수사를 내려놓고, 우파적 가치에 기초해 ‘국민의 땀과 눈물’을 주문해야 한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유턴’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남유럽의 재정위기 발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돕는 개인을 국가가 돕는 자조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국가개입주의와 도덕률에 기초한 설계주의를 지양하고 개인의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보수는 지킬 만한 것을 지키는 것이다. 보수주의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이는 헌법정신이기도 하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한국경제 2012. 1. 13 다산칼럼 <원문>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11259411<ype=1&nid=103&sid=01172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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