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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 빅뱅'에서 - 최병일
	2011-12-21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 빅뱅'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 반열에 오르는 대단한 성취를 이룩했지만 국민적 반응은 놀랄 만큼 담담하다. 무역입국(立國) 경제성장 전략을 구사한 후 세계 유수의 중화학공업국이 되었지만 고용난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로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심각한 문제라는 방증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단어가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내던 시대는 가고 분배의 욕구가 분출하는 저성장의 시대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고용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고용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내수가 침체되어 수출만으로는 고용이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소기업에 많은 일자리가 있지만 젊은이들이 가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100%가 된 한국 경제에서 무역으로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투자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보다 적다. 내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고,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구직난이 해소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구직난은 우리의 체면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정부의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가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해소는 가능하다. 따라서 고용문제의 핵심은 침체된 내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일이다. 내수증대를 위해서는 선행투자가 있어야 한다. 고만고만한 규모의 투자가 아니라 획기적인 투자가 특히 서비스 분야에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서비스업은 제조업이나 다른 국가의 서비스업보다 생산성이 뒤지고 제대로 산업화되어 있는 분야도 드물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보면 서비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서비스산업에 투자가 활성화되고 생산성이 증대하여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산업화되면 '투자→고용→소득→소비→시장확대→투자'로 이어지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수도 확충하고 '버젓한 일자리'도 많이 제공하게 된다. 그래야 진정한 상생도 되고 동반성장도 이루어진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을 대외개방하여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기도 하고, FTA 협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계획은 여전히 도상(圖上)에 불과하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분출하는 투자 욕구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에 투자할 만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서비스분야 발전을 화두로 꺼냈지만, 비전은 미흡했고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려는 의지와 전략도 부족했다. 감기약을 약국이 아니라 동네 수퍼에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범국민적인 요구가 어떻게 저항에 부딪히고 좌절당해왔는지를 생각하면 규제개혁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서비스 빅뱅'을 위한 의지·전략·결단은 남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젠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기존의 논법, 고답적인 관행, 자신의 몫 지키기에 매여서 '서비스 빅뱅'을 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암울한 미래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그 어둠 속에는 계층 간 단절과 사회불안이라는 혹독한 찬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11. 12. 21 시론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20/20111220032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