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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 풀이로 북한을 본다 - 신일철
	2002-05-09
숫자 풀이로 북한을 본다 금강산댐은 군대동원공사의 상징 좌파든 우파든 양편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허위의식이란 느낌이 새삼 절실해진다. 좌우·보혁갈등을 우리 언론에서는 색깔론이라 한다. 아마도 진보주의적이면 "빨갱이"로 본데서 온 반공주의여서 비롯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데올로기는 색안경을 끼고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당파성만 내세우는 또 하나의 허위의식인 것 같다. 북한의 금강산댐 공사가 시작되자 당시 정부측은 을지문덕 장군의 수공작전같이 홍수때 담수를 일시에 방수하면 여의도 6.3빌딩의 상부까지 물에 잠긴다는 상상도를 TV로 내보냈다. 그러나 반대론은 불필요한 평화의 땜의 건설이 국민기만극이라고 거세게 반론해왔다. 그런데 우리 정계의 찬반양측은 북한지도부의 정치적 외도여부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제방일부의 균열이 생겼고 그물이 우리 평화의 땜 수계까지 중수되어 흙탕물 3억톤 가량이 흘러왔다는 것이다. 찬반양측은 북한의 댐공사의 기술수준에는 전혀 무관심했다. 북한의 큰 토목공사는 모두 군대의 아마추어 인력을 동원한 노임착취형이오 토목전문기업이 없어 기술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북한공업의 취약점에는 맹목이었다. 북한은 "금강산댐누수는 날조극"이라고 반박하면서 이 대공사는 북한군대의 노동력으로 "인민군의 고귀한 위력의 창조물"(북한국토보호청담화)이라고 군동원을 시인했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북한보고서에서는 "강제노동"문제에 대해 북한의 대토목공사는 모두 군대가 하고 군입대는 자원이고 따라서 애국노동이라 강변했다. 이 댐이 "혁명적 군인정신"의 상징이 된다는 많은 미담중 한 가지로 "군인들이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콘크리트를 굳히기 위해 불통을 설치하고 자신의 솜옷까지 벗어 씌우며" 김정일식 "속도전"을 다그쳤다고 자랑한다. 영하 30도의 혹한에 굳힌 시멘콘크리트 공사가 바로 누수, 부실공사의 원인이 아닌가. 최근 경의선 복원의 희망이 생겼다. 여기서도 북한 철도기술은 외면된다. 북한측은 지뢰제거장비, 침목, 레일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철도가 복선을 유지못해 단선철도요 전철화되어 있다는 보도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남북한 사이의 철도의 신호체계, 기술규격 등의 표준규격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별로 지적되지 않는다. 더욱이 단선철도는 역마다 마주오는 기차가 통과하기를 기다린다. 더욱이 전력도 태부족이오 전체적으로 노후한 북한철도의 실상으로 보아 "철의 실크로드"의 꿈은 허위의식적 선전이 된다. 지난 4월에 신설 양양국제공항에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113명을 태운 우리 항공기가 첫 착륙을 했다. 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다시 배편으로 북한의 금호지구 경수로 작업장으로 갔다. 지난해 북한당국은 북한노동자들을 신포에서 철수시켰다. KEDO가 월노임 100달러를 주어왔는데 갑자기 600달러를 요구하며 철수했다. KEDO는 어쩔 수 없이 우즈베키스탄 노동력을 투입했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왜 북한은 임금 600%인상의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중국은 월평균임금이 80달러내외이고 베트남은 40∼50달러 정도이다. 우리 한달 월임금을 100만원으로 잡으면 850달러가 된다. made in China가 세계시장에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개성공장 등 남한투자에서 노임이 100달러가 아닌 600달러를 요구하려는 사전포석이라면 남한기업은 북한에 들어가기 힘들게 된다. 북한투자에는 저임금의 메리트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없앤다면 북한지도부는 역시 구제불능의 "시장맹"(市場盲)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해부터 북한의 예산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환율이 미화 1달러에 북한돈 약 2원이라 했다. 그러나 북한장마당의 실세레이트는 1달러에 북한돈 200원에서 250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나진·선봉지대에서는 1달라 200원에 환전해본 방문객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탈북자 84명을 설문조사해본 결과가 "북한의 사경제부문연구"로 발표되었다. 사경제는 장마다 지하경제이다. 거기에는 북한시장의 환율은 공식환율(1달라 = 북한돈 2.2원)보다 100배 가량높은 210원∼250원 수준인 것이 확인되었다. 원료, 전기 등 에너지가 없어 북한의 공장가동률은 2.30%인데 그들의 평균월급이 80원이다. 그렇다면 80원은 달라로 30센트요 우리돈 350원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에서는 모든 물가가 아주 싸서 월 30센트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식량·생필품의 국가배급제가 붕괴되고 북한주민 10명중 9명이 장사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탈북자 설문조사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쌀 1kg에 국정가격은 0.08원 즉 8전이다. 시장에서 50원이면 628배가 된다. 80원 시장가격이라면 국정가격의 1000배가 넘는다. 일제말 배급제때 암시세가 2배일때에도 쌀·생필품을 뒤로 빼돌렸다. 10배도 아니고 100배, 600배, 1000배일때 북한 관리들이 과연 1kg 8전에 배급할까. 여기서 북한관리의 뇌물, 식량빼돌리기 등 부정부패의 악순환이 생긴다. 암시장과 간부부패, 부익부빈익빈의 고리는 더욱 심각한 악순환에 빠진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50여년 생이별의 가족에 대해 미화 100달러를 주면 북한 월급 350개월분이 되고 많게 3만달러를 주었다면 8300년분이 된다. 따라서 이산가족을 북한땅에서는 대단한 선망의 대상이 되고 거기서 생기는 빈부격차의 시정을 위해 50년 혈육에서 받은 피맺힌 선물이나 돈을 거두면 그 원한은 더 커지고 깊어진다. 오늘 북한의 지하경제, "장마당 자본주의"가 바로 민중의 자생적 개혁개방의 싹이다. 신중국은 이미 노동자·농민, 그리고 사영기업가의 "3대표"체제를 당강령에 넣고 사유재산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시장경제로 번 돈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인소유권의 보장으로 안심시키는 정책이 바로 시장경제적 사고방식이다. 불행하게도 북한땅에는 덩샤오핑이나 주룽지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없으나 북한의 풀뿌리 민생의 끈질긴 생존 의지가 새 길을 열고 있다. "햇볕" 색안경으로 북한의 이 참담한 진실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게 되었다. 신 일 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