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특검, 法과 원칙 지켜야 - 김석준
	2003-06-18
특검, 法과 원칙 지켜야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을 맡고 있는 송두환 특검팀이 문제의 핵심부까지 접근하고 있다. 특검팀은 6.15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송금에 관련한 정부와 민간의 핵심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김대중 대통령의 조사만 남겨두고 있다. 대북송금액 협상의혹 관련으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조사했고, 대북송금액 조성협의 의혹으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대북송금 편의협의 의혹으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을, 그리고 이것을 총괄하고 대통령 특사로서 네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대북송금의 대가성 및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은 국민적인 의혹을 밝히면서 핵심에 접근해 가는 와중에 권력 핵심으로부터의 방해와 시간제약이라는 장애물을 맞고 있다. 집권 민주당 신주류인 '열린개혁포럼' 소속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조사중단을 압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문희상 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이 특검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통치행위 조사 불가와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이 축소수사와 기간연장 반대의 이유다. 지난 두달간 특검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고 특검제도의 필요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특검은 계속해서 법과 원칙대로 흔들림 없이 국민적인 의혹사건의 진상을 조사하여 마무리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통치행위론이나 남북관계 문제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 여부의 판단은 당사자나 정부 또는 국회의 판단대상이 아니다.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다. 대통령도 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의 지배를 받는다. 의혹의 당사자인 전직 대통령이 부하나 자신에 대한 특검의 활동을 전국적인 TV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의 연계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있어온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성역 없는 사법처리에 예외는 없다. 3권분립이 필요한 이유다. 법에 의해 허용된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국회가 결의하고 대통령이 공포한 특검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법개정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기간연장 여부는 특검이 객관적 실체규명 정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대통령의 허가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자율과 분권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정치인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파 이해에 따라 관여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럴 경우 또 다른 특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제 국민들은 권력 핵심세력이나 특정정파가 특검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대통령, 청와대, 여야정당, 언론, 시민단체 모두가 특검이 원칙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기간연장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도 특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공산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에 앞서 법에 의해 허용된 특검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두달 전과 달리 자칭 개혁세력이 의혹을 덮는 데 앞장선다면 더 이상 개혁세력일 수 없다. 법과 원칙이 바로설 때 자유민주주의가 살아난다. 정경유착과 비밀거래에 의한 잘못된 국정운영은 남북통일은커녕 남남갈등만 유발한다. 국민통합, 투명한 국정운영, 정부와 기업의 정상적인 협력, 법과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꽃피는 초일류국가의 기본요소들이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과거를 털고 초일류국가를 향한 미래로 나아갈 때다. 金錫俊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6.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