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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레드라인' 넘고 있나 - 정진영
	2003-06-04
北, '레드라인' 넘고 있나 북한이 영변 핵발전소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기본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커트 웰든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의원단과 접견하는 자리에서였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하여 획득한 플루토늄으로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폐연료봉의 재처리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이 선을 넘으면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북한의 이같은 발언은 북핵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으로 일단 분석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 선을 넘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확보되지 않아 양국의 공식적인 대응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놓고 한-미 간에 입장차이가 드러나는 등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으며, 우리 정보당국의 상황판단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획득하기 위한 협상카드라는 햇볕정책의 기본인식에 기초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 방한 중이었던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북한의 주장을 결코 농담이나 장난으로 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울포위츠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채찍과 당근 중 어느 것을 줄 것이냐는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 강경책을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국제적 공조체제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G8회담의 공동선언은 "북한과 이란은 국제사회의 기준에 의거해 핵개발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해야 하며 이것이 핵위기 해소를 위한 대전제"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북한의 재처리 발언은 또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미묘한 입장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것도 상황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볼모로 미국과 위험한 핵게임을 계속해왔다. 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배려보다는 세계적 차원에서 자국의 국익에 따라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끝난 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하고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협적인 발언으로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이처럼 북핵 위기와 한반도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남북경추위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합의한 것은 지난달 한-미 정상간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북핵-경협 연계전략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대북 지원에 나섬으로써 정상회담으로 복원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와중에 터져나온 북한의 '핵재처리 완료' 발언은 미국을 자극해서 대북재제에 나서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외교적인 전략 혼선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아서는 안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관계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6.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