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投資확대가 절실하다면 - 정갑영
	2003-06-02
投資확대가 절실하다면 우리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불안정도 심화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대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불안 요인만 가중시키고 있다.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가들도 "기업을 못해 먹겠다"고 푸념한다. 무엇이 이렇게 경제를 어둡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불확실한 외부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인 위험과 세계 경제의 불안정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내부에 더 많이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이 지났지만, 어쩐지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이 불확실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아가 어떤 정책수단으로 목표를 실현하려고 하는지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규범을 두고 "국제적인 수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다"고 하면서도,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상반된 말을 한다. 경기부양과 법인세 감면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하여 겨우 틀을 마련한 정책들도, 한마디로 "원점에서부터 다시 토론하자"고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와 동북아 허브 건설을 주장하면서도, 실제 기업 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찾을 수 있으며, 기업가가 무엇을 믿고 투자하기를 바라겠는가. 오죽하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란 말 대신에 '오럴 해저드'란 비어까지 회자하겠는가. 부처마다 제각각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으니,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시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시장은 말로 움직이게 할 수 없다. 내가 투자하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만 움직인다. 지금은 제품이 경쟁하는 시대에서 기업여건이 경쟁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디에 수출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공장을 어디로 옮겨서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의 투자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어떻게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겠는가. 이미 1.4분기에 전년보다 60% 이상 감소하였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여건에서는 당연히 해외투자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곳은 많은 것이다. 우리보다 기업여건이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가. 관료나 정치인들은 아직도 이런 변화를 알지 못하는 것일까. 기업은 언제나 규제의 목표이고, 한국적 상황에서는 투자도 규제의 대상이다. 투자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겠는가. 기업가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다면, 투자는 결코 늘어나지 않는다. 금리가 문제가 아니다. 재정지출이나 세제감면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 국제적 규범과는 동떨어진 노동시장, 경직된 규제, 조령모개(朝令暮改)식으로 오락가락하는 '오럴 해저드' 속에서 어디서 용감한 기업가를 찾을 수 있겠는가. 鄭甲泳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6.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