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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위기 `주변`서 온다 - 김동성
2003-05-27
盧정부 위기 `주변`서 온다 노무현정부가 출범 3개월 만에 위기라고 한다. ‘보수언론’의 편파적 단정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가 그렇게 보고 있다니 정말 문제다. 이러한 ‘위기 국면’ 발생의 원인 분석은 ‘대통령 책임론’과 ‘시민사회책임론’으로 양분되고 있다. ‘대통령의 입’과 자세가 온갖 문제 발생의 원천이고, 정부 국정 운영 능력의 저급성에 연계돼 있다는 주장이 첫째다. 또 한편에서는 힘에 의존하려는 사회 제집단의 이기주의 행태 및 민주주의 정치 경험 미숙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현재의 ‘체감 위기’를 만들어내는 행동 주역들은 이른바 ‘보수·기득권층’이 아니라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밀었던 진보 성향의 각종 이익단체들과 집안 싸움만하는 여당이라는 점이다. 정권을 창출해낸 주역들이 자기를 대표하는 정치권력을 앞장서서 발목 잡는 데 따른 묘한 ‘위기 국면’이 조성되고 있음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한계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떠올리게 된다. 정치권력(피선출자)과 이를 뽑은 시민 사이의 ‘대표성’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다. 대통령(혹은 국회의원)은 그를 당선시킨 특정 지지 세력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대변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 운영의 공적 권한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도록 위임받는 것으로 볼 것인가 하는 차이인 것이다. 즉, 권한의 대표(delegation)냐 권한의 신탁(trustee)이냐의 문제다. 정당정치 수준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대통령제 아래의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표성’의 기능적 불명료 문제가 시민적 차원의 사회심리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어서 현재의 총체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혁명에 관한 연구에서 ‘데이비스 J곡선’과 ‘상대적 가치 박탈’ 이론이 있다. 공통점은 계속 점증하여 온 기대(value expectation)와 이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현실능력(value capability) 간의 괴리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면서 좌절감을 낳게 될 때 혁명과 폭력 행위를 촉발시킨다는 류의 사회심리학적 원인론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정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많은 식자들의 우려는 감성적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그의 ‘모험적’인 정견이 현실 국가 정책에서 충족될 수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방미 외교 성과로 안보 및 대북 정책 분야와 관련, 안도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당장 한총련과 전교조 등을 비롯한 진보 진영의 상대적 가치박탈의 좌절을 낳으면서 위기 국면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노조와 진보적 성향의 이익단체들은 ‘노후보’를 자기 이익과 이상을 대변할 ‘대표’가 되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일단 취임한 후 대통령은 전국민을 위한 권력 수임자로서의 역할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이들로 하여금 기대와 현실 간의 엄청난 괴리 속에서, 실제 기준보다 더 큰 심리적 박탈감과 이에 따른 좌절과 조급성, 그리고 존재적 위기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리’의 문제 영역이 아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심리적 조건 아래서는 법치 주장, 혹은 국가공권력(무력)의 사용만으로 위기가 극복될 수 없고, 오히려 폭력적 행위의 증폭을 계속 낳아 위기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정치의 컨셉트(concept)’부터 재정립해야 할 것 같다. ‘참여정부’라고 자칭하면서, 만일 현실 정치세계를 이분법적 우적관(友敵觀)으로 파악하고 대중주의(populism)에 의한 사회 권력 구조의 변혁을 꿈꿨었다면 이러한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진정한 ‘참여정치’란 정치 시스템(국가)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시민적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되 정부 조직과 인사, 그리고 정책 과정에서의 개방과 통합을 실천적으로 행함을 말한다. ‘노 후보’를 지지했던 사회 각 부문을 권력 핵심으로 끌어들여 정치권력화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이들로 하여금 상생(相生)의 원리 아래서 기대치를 낮추고 국익을 생각하면서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도록 설득·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김동성 (중앙대 정경대 학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5. 27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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