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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조사 중립성 보장돼야 - 이형만
	2003-05-26
세무조사 중립성 보장돼야 최근 국세청은 신뢰받는 세정을 확립하기 위해 세정혁신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세무조사 제도의 운용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제 운용은 여야간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고 뿌리깊은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원인은 세무조사가 그 고유 목적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지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가 신뢰를 얻기 위한 지름길은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달려 있다. 첫째, 정치로부터의 중립성 보장이다.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세무조사 권한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휘둘리다 보니 순수한 목적의 세무조사라도 액면 그대로 믿으려는 사람이 적다. 세정 혁신 방안에는 세무조사에 관한 외부 청탁자 명단을 공개하고 내부 청탁자는 인사 조치하며, 조사 조직을 철저히 비노출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러한 땜질식 처방만으로 신뢰회복이 될 리 만무다. 미국에서는 세무 행정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단절하기 위해 고위 행정직 공무원의 영향력 금지 규정을 법에 두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위원급은 물론 대통령 비서실 또는 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국세청 공무원에게 세무조사와 관련된 요구나 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으며, 이 규정에 위배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12월 국세기본법을 개정, 조사권 남용 금지 규정을 신설했으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서는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규정이 확충돼야 한다. 둘째, 세무조사 제도는 시장 중립적 운용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 그동안 세무조사 제도의 정치적 오남용만 크게 부각돼 왔지만 경제적 오남용 방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거에 세무조사 제도가 다른 정책 목적에 동원돼 온 것은 비일비재다. 1980년대 초에는 과외금지 목적으로, 2000년에는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병·의원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세무조사가 활용되기도 했다. 또 2002년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세무조사가 공표되기도 했다. 세무조사의 무분별한 편법 동원은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만 아니라 시장기능을 왜곡시켜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세무조사가 시장 중립적으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타 부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자기 부처의 정책지원을 위한 수단으로 세무조사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 규정을 둬야 한다. 그리고 국세청의 동의 없이 타 부처가 세무조사 방침을 언급하거나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제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고위직 공무원의 세무조사 간섭 금지 규정도 세무조사 제도의 고유 목적 이외 전용을 막아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배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무조사는 세수 중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세수 실적이 목표에 비해 부진할 때는 조사 강도가 강해지고 여유가 있는 때는 느슨해져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세수 실적이나 경기 상황에 연계되어 세무조사가 일관성 없게 운용될 경우 세무조사에 대한 공신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세무 공무원에게 할당량이나 목표량을 부여하지 않도록 법에 명문 규정을 두고 있고, 세무 공무원에 대한 인사고과를 징수 실적치에 의존하지 않도록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세무 공무원이 세수 책임량 완수에 집착하는 나머지 납세자의 권리 보호를 소홀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세무조사의 정치·시장·세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외부의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정한다면 선정 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고 자의성 여지를 없애 불신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발표된 국세청의 세무조사제 개선 방안은 특별세무조사의 폐지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좀더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무조사에 대한 개혁은 중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 스스로가 권한과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형만 (자유기업원 부원장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5. 2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