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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전쟁은 “불량국가” 응징의 시작이다. - 신일철
	2003-04-30
이라크전쟁은 “불량국가” 응징의 시작이다. 1. 이라크전쟁에 대한 균형감각이 빈곤했다. 21일만에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이라크전쟁에 대해 반미․반전주의적 여론과 포퓰리즘에는 큰 쇼크가 일어났다. 더욱이 바그다드 함락과 더불어 이라크 민중 속에서 후세인 독재의 붕괴에 대한 쾌재가 일어났다. 반미주의자들이 가상했던 이라크 인민들의 반미게릴라전의 끈질긴 저항은커녕 후세인 동상이 무너지는 앞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이래의 역사적인 자유시민의 연합군 지지․환영의 갈채가 물결쳤다. 일부 아랍언론과 “인간방패”를 자원했던 소박한 반전주의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 21세기초의 세계적인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일각에는 중대한 “관점착오”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첫째로 25년간의 후세인 족벌독재와 그 잔인한 인민감시의 공포정치에 대한 이라크 인민들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불만이 내재해 있었는데 우리 언론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이라크의 지식인들 중에는 영미연합군이 오기를 12년간이나 기다렸다는 민심의 소재도 우리 언론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후세인 독재가 동원한 반미 포퓰리즘의 연출만을 알려서 이라크전이 “해방전”의 일면이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게 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우리의 시사감각에는 균형이 잡혀있지 않았다. 바그다드 함락에서 보여준 이라크인민의 환호가 다만 하이테크 군사력의 “힘의 위세”에 대한 항복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라크 인민에 대한 모독이 된다. 이라크 국민도 반독재 근대화의 열망을 가지고 외세에 의해서라도 반문명적 강권에서 해방되겠다는 자유혼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후세인 장기독재하의 공포정치와 인권유린, 지난 해 대통령신임투표 100%지지의 북한독재와 다름없는 허위조작, 쿠르드족을 화학무기로 학살하고 반후세인 봉기의 시아파탄압 등이 후세인 정치의 실상이었다. 문제는 영미연합군이 후세인 족벌독재의 적일 뿐이었고 이라크 인민들의 “나의 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40년대에 일본 군부 패시즘이 영미를 공적으로 내걸고 대전을 일으켰으나 패망후 일본시민 속에서 반미 레지스탕스 같은 것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패시즘의 전쟁광들에 의해 동원되었던 일본 국민들에게는 “민주일본”으로 갱생과 아울러 경제대국화의 길을 마련해준 것이 맥아더장군의 미국정이었다. 1970년대에 필자는 한해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 국민속에 미국을 “나의 적”으로 실감하는 반미감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강한 나치스 독일의 군사력으로 강점당한 프랑스내에서는 도처에서 항독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나 연합군의 작전을 도왔다. 둘째로 이라크 등 아랍권의 역사적 과제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내세우는 “문명의 충돌” 노선이 아니었다. 반근대화 노선에서는 이미 이란의 “호메니 혁명”으로 그 반동적 성격이 실증되었다. 다부족(多部族), 다종파의 이라크를 하나의 국민으로 만들지 못하고 군사대국화에 의한 후세인독재로 빗나갔다. 후세인은 세계 제2위의 산유국을 가난한 나라로 만든 죄인이다. 이제는 아랍권도 근대화의 길에 접어들어 반독재 민주화와 시장경제로 문명세계에 편입되는 것이 참다운 문명개화의 “진보”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랍민족주의나 이슬람 원리주의는 강권독재의 장식물에 불과함을 개명된 아랍인들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미군에게 패망한 전후 일본의 민주화를 외세에 의한 것으로 깍아내리지 않는다. 바그다드 함락후의 이라크 인민의 환호 속에서 근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라크 국민들도 공명선거와 민주화를 원한다. 셋째로 우리는 이라크 전쟁의 배경으로 미국이 겪은 9.11테러에 대한 평가를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도외시해왔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의 대통령이 교과서적 평화주의나 “미국적 몬로주의”로 움츠러져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아 있기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오산이오 무정견이다. 탈냉전후 글러벌 세계화 속에서 미국 일극체제에 대한 반문명적 테러리즘의 도전에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응전할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이다. 그 선택이 아프간 전쟁이었고 탈레반의 항복후 후세인의 반미주의 도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할 때 이미 이라크 제재의 결단은 내려졌던 것이다. 이라크 전후의 “팍스 아메리카나”의 독선에 대한 경계로서 다원적, 평화주의적 윤리의 가치관도 필요하다. 그러나 미군이 나설 때마다 “제2의 월남전” 같은 수렁에 빠지기를 속단하는 좌파적 오류에는 현실주의적인 전략적 사고의 빈곤이 자리하고 있다. 이상주의적 윤리와 좌파 이데올로기 이외에도 국제정치적 힘의 현실에 대한 현실주의적 통찰도 역시 필요함을 우리에게 각성시킨 것이 이번 이라크 전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2. 이라크에는 아직 “네이션”의 자유민권이 없었다.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신문의 특파원들도 영미의 이라크전이 이란․이라크전쟁, 쿠웨이트 침공 등으로 후세인이 대아랍제국의 건설을 꿈꾼 야망에서 비롯된 면도 있음을 지적했다. 이 전쟁을 앞두고 후세인이 300여부족의 족장(族長)을 소집해 자기의 전쟁에 협력해주는 대가로 거금의 달라를 나누어주었다는 한족장과의 인터뷰도 보도했다. 이라크는 그 다양한 주민을 국민주권적인 하나의 민족국가의 국민으로 형성해내는 근대 민족주의의 과제도 외면한 독재자일족의 왕권적 지배에 불과했고 진정 “이라크”의 국민적 일체감도 만들지 못한 상태였음을 시사해 준다. 간디의 비폭력저항의 민족주의 운동이 처음으로 인도대륙에 “인도” 즉 “인도네이션”을 만들어냈다. 근대 민족주의 운동에는 대외적 저항에서 배타적 민족주권의 명분을 내세우는 과제못지 않게, 나라 안의 모든 성원이 민족국가에 대한 공속감을 가지도록 “국민의 나라”를 만들어내어 각 개인들이 “내 나라 의식”을 가게 만드는 자유민권의 토대위에 서야 한다. 이런 주권재민의 민족국가가 아닐 때 이라크 전쟁에 대해 온 세계의 반전운동은 뜻하지 않게 후세인 족벌독재의 수호를 위한 “인간방패”가 되기를 자원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민족주의”가 영어의 “내셔널리즘”이라면 국민주권적 “네이션”(nation)이 없는 이라크에 내셔널리즘의 에너지가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히틀러의 나치스 독일을 패망시킨 연합군 측이 불의의 전쟁을 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 나치스는 게르만 민족주의와 “국가사회주의”(Nationale Sozialismus = Nazis)를 그 통치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나치스의 군사독재의 편에 서서 인류평화를 옹호한다는 명분의 반전운동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뮌헨 유화책과 같이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속임수에 빠져 전쟁회피의 대가로 즈데텐지방의 영유를 허용했으나 그런 유화책에 대한 반답으로 프랑스가 침략되고 영국으로 히틀러의 포탄이 날아온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도 영미양국이 전후의 서독이나 일본을 거듭나게 하듯이 진정한 자유민주의 이라크를 만드는데 힘쓰느냐에 의해 그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군사주의적 모험을 능사로 하는 반미세력을 중동지역에서 소탕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전후 자유민주이라크의 갱생이 탈냉전후 미국주도의 신세계 질서 형성에서 미국이 감당해야 할 국제적인 책무이기도 하다. 이 전쟁이 “석유전쟁”이라는 비난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미양국이 세계경제의 생명줄인 석유가 포악한 군사독재자의 손아귀 안에 장악되어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고 연합군측이 그 독식,독점을 자제한다면 석유이권경쟁의 개혁 면에서도 전쟁의 명분에 그 나름의 긍정적 측면이 있게 된다. 과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석유를 탐내어 신형무기를 후세인에 팔았고, 러시아도 구소련시대에 방대한 군사원조를 주어 후세인정권을 조장해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군사원조, 신무기로 키웠던 후세인의 “석유독재”에 대한 영․미의 올바른 인류공영 대안이 나와야 한다. 3. “불량국가”의 제1호가 후세인 독재였다. 우리는 1990년을 기해 구사회주의 해체후 초대강국 미국주도의 일극의 “세계보안관직” 안보 밑에서 다원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세계사의 대세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1992년 당시 부시행정부는 외교정책에서 탈냉전후의 신세계질서의 기본구도를 그려 놓았다. 그것은 ① 동맹국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의 “확대”(Enlargement) 정책이고 ② 구사회주의 국가와 비동맹국가의 대부분에 대해서는 기왕의 “봉쇄” 정책을 그만두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는 “관여(Engagement)” 정책을 폈다. 그러나 (3)계속 신질서에 대해 적대하는 이라크, 북한, 이란 등을 “망나니 국가”(pariah state)로 규정하여 그 제재, 제거도 불사할것을 규정했다. 이런 “관여”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명세계의 “망나니” 국가에 대해서 다시 “불량국가”(rouge state)로 규정하여 경제봉쇄와 무력행사도 불사한다는 미국외교의 기본지칭을 분명히 했다. 이번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제재는 “망나니 국가” 제1호에 대한 응징이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대에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걸프전쟁이 있었고 북한에 대해서는 “관여정책”의 대상으로 유도해보았으나 실패했다. 오늘의 바그다드 함락은 바로 이런 “관여정책”에 순응하지 않은 불량국가(rouge state)에 대해서는 제2의 후세인이 되는 운명을 예고한 것이 된다. 북한 지도부가 미국의 “관여정책”의 포용에 불응하고 제네바 합의를 눈속임으로 위반한 이상, 그리고 햇볕정책이 좌초됨으로서 이라크 전쟁의 다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다만 북한의 벼랑끝 모험은 미국이 당근대신 채찍을 들기 직전까지의 한계가 어디인가에 신경을 쓰고 그 한계에서는 백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백척간두의 벼랑끝의 한계점에 대한 오판은 곧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촛불 반미정서에서 시작된 한국내의 일부 반미․친북적 흐름에 과잉기대를 걸어 북한이 치명적 오판을 저지르게 할 위험성이 생긴 것이다. 바로 이 오판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통찰할 수 있어야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수호할 수 있음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4. “제2의 후세인”은 북한지도부인가? 1950년대 한국이 극동의 고도(孤島)와 같다는 말이 유행했다. 특히 남한에서는 철의 장막이 처지는 미·소양극 체제로 들어갈 때 친소·반미 노선이 “진보주의”인양 여론속에 패권을 추구했다. 특히 남노동파 지식인 중에는 스탈린 독재의 반인륜적 죄책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이제 탈냉전의 신세기에 와서 레닌·스탈린형의 구사회주의 선택은 역사앞에 잘못된 판단의 필연적 업보로 심판받게 되었다. 이것이 진보주의가 저지른 “전략적 사고”의 빈곤으로 판명되었다. 지난해 6.29 서해도발로 햇볕정책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속에 소위 “남남갈등”이 생기고 어느덧 촛불 반미포률리즘이 “친북과 반북”, “친미와 반미주의의 양극화”까지 조성하는 대한민국의 국론분렬 조짐을 가져왔다. 북한 지도부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한반도에서 “북과 남의 조선민족과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제멋대로 가정하고 북한주도의 “민족공조”의 선전선동에 열을 올렸다. 이로서 한국내의 반미․친북노선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형 “민족공조” 전술에 편승한 반미주의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지난 4월초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재외학자 통일토론회에서 북한측 발표자들의 논조 역시 다만 한마디 “민족공조”의 선동 뿐이었다. 예전에는 북한의 언설에 “민족공조”란 용어가 없었다.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대북정책에서 “한미공조”에 금이 갔다느니 다시 “한미공조”의 동맹관계를 다져야 한다는 남한의 언론에 대한 북한의 반응으로 “한미공조” 대신 “민족공조”를 대남공작정치의 새로운 키워드로 내세웠다. 따지고 보면 북한지도부는 우리 한국에 대해 “민족공조”를 말할 자격이 없다. 우선 북한은 북핵과 NPT 탈퇴로 남북간의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민족공존의 협약을 헌신짝 버리듯 백지화되었다고 공언하고 핵·미사일 개발로 민족공멸의 불장난을 자행해 왔다. 아직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연장선에서 대한민국 배제의 북미2자 불가침조약을 내걸고 있으면서 무슨 “민족공조”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2001년 8.15의 소위 “통일헌장탑” 준공식의 김영남 식사에서는 남북한과 해외동포를 몰아놓고 그 결론에서 “김일성․김정일 민족”을 공언했다. 북한지도부는 이미 1990년대에 들어와서 “김일성 민족”과 남한의 비김일성민족의 두 개의 민족을 전제해 왔다. 마치 동독이 몰락하기 전에 “2개의 민족․2개의 국가”론을 내세워 흡수통일에 대응했듯이 구사회주의 몰락후부터 남북한의 두 개의 민족론을 내세웠다. 원래 북한의 맑스․레닌주의 이데올로기에는 “계급”은 있어도 “민족”은 없었다. 주체사상의 주체도 민족주체가 아니라 북노당의 당주체요 김일성 수령 주체였다. 특히 정치적․경제적 공통성이 있어야 “하나의 민족”이다. 사상과 경제제도가 같아지고 공통된 “민족통일시장”이 있은 다음에야 근대적 민족․러시아어론 “나치야”(Nation)가 생겼다는 것이 스탈린의 민족론이다. 이 민족이론에서는 이미 한반도에는 “두개의 나치야”가 있는 것이 되고 레닌주의에는 “브르주아 민족”과 “프롤레타리아 민족”의 계급주의가 도입되어 남북한에 두민족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북한의 소위 “김일성․김정일 민족”의 민족개념이다. 북한에는 근대민족주의도 없고 국민주권적인 “네이션”의 개념이 없다. 북한에는 후세인 군사독재와 같은 “선군”주의 군사독재만이 있다. 사실 북한에는 우리 한국민과의 진정한 “민족공조”로 민족을 억압하는 반민족적 강권을 내몰 수 있는 민족자주의 세력이 존립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북한문제는 이라크의 후세인 제거와 같은 성격의 군사독재를 해체하는 과제이다. 이 과제를 북한의 국민주권적 저항권의 행사로 북녘인민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라크식의 타율적인 “제2의 해방”이 불가피하게 된다는 긴박한 역사적 대세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독재자는 인민의 생활고해결과 평화를 위해 권력탐욕을 스스로 포기할 만큼 양심적이지도 않고 자기희생적인 인민에 대한 사랑도 없다는 것이 후세인의 말로에서 재확인되었다. 북한문제에서도 미국은 다시는 김정일의 벼랑끝 기만외교술에 속아주지 않겠다는 강한 뜻을 담은 원칙, “대화는 하되,핵개발포기의 대가에대한 교섭은 없다”는 원칙은 후세인에 대한 무장해제와 거의 같다는 통고임을을 북한지도부는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과의 교섭에서 “온 세계를 쥘락 펼 락한다”는 김정일정치실력의 자가도취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 “불량배국가”의 응징은 아프간과 후세인제거에서 시작되었다. 5. “달걀로 바위를 깨겠다”는 환상이 민족자주인가 우리는 일제하의 저항적 민족주의가 새시대에 다시 “열려진 민족자주”의 새 국제감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정치적 오판을 할 수도 있다는 현실 앞에 섰다.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현실주의적 외교감각에 대해 “병든 민족주의”정서가 항상 걸림돌이 되어온 선례가 국사파시즘 일본, 나치스, 후세인이었다. 국제정치에는 UN적 이상과 아울러 힘의 현실의 양면이 있다. 작은 나라가 강대국과 외교하는 교본으로 우리 선인들은 “事大”, “交隣”의 외교정책으로 민족자주를 능란하게 실현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왕조를 창업한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회군”을 결단하면서 “四不可論”을 내세웠다. 그 하나가 “以小逆大”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 이성계외교에 대해 조선은 언제나 사대주의에 젖어 있었다는 일제식민지사관의 일본역사가들은 임란 때의 명나라원군이나 “對明事大”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켰다. 그 일제식민지사관의 잔재로 인해 “事大外交”가 잘못된 것인 듯이 착각케 하는 도그마화된 민족주의 사관이 자리잡았다. 이성계의 “사대”외교는 대단히 현명한 현실주의적 국제정치관의 선구이다. 고려말에 쇠망해 가는 원나라에 대한 친원책으로 오판된 파병나가기를 거부하고 이성계는 신흥강대국인 명나라와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선견지명의 발상전환을 한 것이다. 달걀로 바위를 깨뜨리겠다는 우둔인 “以小逆大”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지금 약쇄소국인 북한은 구소련이 해체된 오늘에 와서도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 “以小逆大”하겠다는 벼랑끝 모험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우둔에 대해 우리는 결코 동조할 수 없다. 우리의 선인들의 현실주의적 국제감각이 바로 “사대외교”였다. 강대국에 대한 힘의 현실을 무시하려는 허세가 바로 작은 나라가 빠지기 쉬운 허황한 “대국주의”적 망상이다. 후세인과 김정일 군사주의독재의 공통된 정치적 오판이 여기에 있다. “以小逆大”의 군사적 대결이 不可하다는 것이 엄연한 힘의 현실에 대한 현명한 인식이다 우리는 이라크전쟁의 배후에 미국의 부시형대외정책에. 막중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네오 컨서버티브”의 행동원리가 있음을 읽어보게 되엇다. 이 전략이 “민주주의의 보급없이는 평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기초한 “악의 축‘에 대한 총체적 전략이라 한다면 이런 대이라크,북한정책이 다원주의와 어떻게 조화되고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통찰해보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자유공론 2003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