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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盧대통령과 국회의 충돌 - 윤종빈
	2003-04-29
盧대통령과 국회의 충돌 얼마 전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정보위는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국회의 ‘월권’이라고 반박하며 임명을 강행했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의회정치 활성화를 기대해 온 필자로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절망감을 감출 수 없다. 첫째, 4·24재보선이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선거를 치른 다음날 고 후보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일반적으로 새 행정부 집권 초기의 ‘밀월선거’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집권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이 참패했다. 이러한 결과는 새 행정부의 정치 개혁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개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임명을 강행하기보다는 한번 더 국회를 설득하려는 정치적 노력을 시도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참여정부답게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지겨울 정도로 대화와 설득과 타협을 해나간다면 정쟁은 사라지고 상생의 정치가 실현되어 국민은 정치권을 재평가할 것이다. 둘째, 대북 송금과 관련한 특검법 수용 과정을 비롯한 정치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국회 우선주의가 이번에는 극단적인 ‘월권’이란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국회의 위상 강화는 노 대통령의 정치 개혁 공약 사항 중에서 대통령에의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다. ‘부적절’ 보고에 대한 노 대통령의 ‘월권’이라는 인식은 향후 국회의 자율성 회복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셋째, 어렵사리 시행된 이른바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권’ 인식은 지난 1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개정된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법이 본회의 심의와 표결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기에 국회는 청문회를 열지만 대통령은 ‘참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사실 이들에 대한 청문회 과정이 본회의 심의는 포함하지 않지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23인에 대한 청문회 과정과 절차상 거의 같고 소관 상임위원장이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회 경과를 보고하면서 완료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청문회가 ‘법적’ 구속력은 미약하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보고라는 점에서 ‘정치적’ ‘절차적’ 및 ‘실질적’ 구속력은 명백히 지니고 있다. 국회의 인사 검증은 단순한 ‘참조’의 수준을 넘어선 ‘동의’의 수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넷째, 국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의 성격은 그 업무의 특성에 맞게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의 자질·도덕성·개혁성 모두 인사청문회의 중요한 항목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국정원장 후보의 경우 개혁성을 이념적 중립성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부 기관보다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에 국정원의 민주적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은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특히 국정원장의 국내적·국제적 정보에 대한 이념적 중립성은 우리 정부의 대외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문제다. 미국의 경우,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됐던 시어도어 소렌슨은 평화주의자이기에 동서 냉전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념적 이유로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낙마됐다. 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후보는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것이 밝혀져 중도 사임, 노동장관 임명에 있어서 고용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지명됐으나 불법 이민자를 보모로 고용하여 지명이 철회됐던 조 베어드의 이른바 ‘내니 게이트(Nanny Gate)’는 법무장관의 (이민)법 준수 여부가 자질 평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회의 위상 강화를 통한 의회정치의 활성화는 여당과 야당간의 불필요한 정쟁을 막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우리 정치의 심각한 병폐를 개혁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4.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