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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와 `전후효과` - 이종훈
	2003-04-15
한국경제와 `전후효과` 최근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이고 시장 상인들까지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며, 무역마저도 금년 들어 계속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의 산업경쟁력의 약화에 원인이 있지만, 최근의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의 국제환경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전쟁과 경제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특히, 우리는 명분이 없는 전쟁에 국익 차원에서 파병을 결정한 만큼 그 파병이 우리에게 어떠한 실리를 줄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은 기정사실이었지만, 그 미군이 아랍 세계에서 해방군으로 역할을 다한다면 세계 정치경제의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침략군이나 점령군으로 인식된다면 전후 대규모의 복구사업에도 불구하고 세계 질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전쟁이 예상외로 빨리 끝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전쟁의 결과가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논리가 엇갈리고 있다. 전쟁이란 원래 인간의 삶과 재산의 파괴를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부터는 무기의 발달에 따른 대량 파괴로 전승국도 배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어 파탄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수백년 간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시대가 끝나고 미국시대가 등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그 전쟁은 처음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쟁도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 세계전쟁사의 결과였기 때문에 이라크전 이후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경기와 공황으로 전쟁이 일어났으나 그 공황을 해결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나는 이른바 공황→전쟁→혁명이라는 현대 세계사의 3대 변혁이 반복돼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러시아혁명을 유발했으며, 그 후 1929년에 대공황이 일어났으나 이를 해결하려는 각국의 대립이 결국 2차대전으로 비화됐다. 2차대전 역시 배상금이 없는 전쟁으로 끝나게 돼 유럽의 전승국들은 경제적으로 침몰했고, 중국혁명이 일어났으며 미국만이 강대국으로 등장하게 됐다. 미국은 2차대전 때 4조7000억달러라는 엄청난 전쟁 경비를 부담했는데도 경기가 활성화하여 1929년 대공황의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게 됐다. 한국전쟁에는 4100억달러의 전쟁 경비를 부담했으며, 월남전쟁에는 5700억달러를 부담하고도 승리하지 못했으나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미국은 전쟁을 통해서 경기를 되살린 셈이다. 750억달러를 지출한 걸프전쟁이나 200억달러의 대 테러전쟁 정도는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세계 인구의 4%에 지나지 않는 미국이 세계 경제의 29%, 세계 군사비의 38%를 차지하고 있어 이라크전쟁 정도는 사실 큰 부담없이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은 아랍권 전체와의 전쟁이라는 성격을 지닌 만큼 미국 경제가 바로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처음부터 전쟁의 명분과 실리 문제로 미국과 유럽의 대립이 격화하여 세계 외환시장의 불안이 예상되며, 전쟁의 상처로 아랍권과의 반목이 격화되어 문명적·종교적 갈등이 심화된다면 세계 질서가 혼미를 거듭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와 전비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의 누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해서 곧 명분을 살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정착시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물론 이라크전이 종결되어감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전후 복구 사업이 활발해지고 원유시장이 안정된다면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최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후의 경제적 실리를 손쉽게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파병의 과실에만 들떠 있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21세기 창조를 위해 노력해야만 전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명심해야 한다. 이종훈 (경실련 공동대표/중앙대 명예교수/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4.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