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제도의 위기 극복, 모두의 힘으로

아름다운 풍광, 높은 소득, 잘 발달된 사회보장제도가 있어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던 유럽, 미국 등 선진 국가들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던 연금제도가 기금고갈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는 Old Age Security(복지정책)라 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자금고갈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연금의 수혜자이자 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어 개혁의 장애가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이탈리아정부의 퇴직연령 상향조정과 연금 삭감 정책 발표 후 일어난 1994년 11월 노동자 파업, 1996년 말 프랑스 정부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장발표에 따른 공무원, 노조, 트럭운전사들의 잇따른 파업 등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1세기 가까이 연금정책을 실시하던 선진 국가들이 늘어나는 사회 보장급여의 증가로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고속경제성장으로 과거 못살던 시절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은 먹고 사는 기초적인 문제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며 또한 노후를 안정되게 보낼까 하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제도의 변화로 노령인구에 대한 가족단위의 부양이 점차 줄어 당연히 새로운 사회보험체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현정부 출범 이후 4대 연금의 대폭적인 확대로 서구와 같은 복지국가로 변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다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분명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국민연금이 필요하다는 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금 운영의 비효율성과 2033년 자금고갈이 예상되는 등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연금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어 미국, 유럽 국가들을 교훈삼아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진정 국민들에게 필요한 연금이 되도록 정부와 국민 그리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해, 연금제도의 위기를 모두의 힘으로 극복해나가야 하겠다.

2002. 3. 19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안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