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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과 투명한 南北관계 - 제성호
	2003-03-17
특검과 투명한 南北관계 남북정상회담 직전 5억달러의 거액이 북한측에 전달됐다는 대북 뒷거래 의혹이 드디어 베일을 벗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대북송금 특검법'을 공포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특검 반대 입장(묵살요청)에도 불구하고 추후협상을 통한 수정을 전제로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남북관계라는 바둑판에 정수(正數)를 둔 것으로 생각된다. 특검 수용은 극한 대결의 정쟁이 아닌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참여와 초당적 협력에 의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최고 통치권자의 실천의지에 신뢰감을 갖게 하는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정치권은 정파를 초월하여 특검수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남남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밀실에서 소수 권력엘리트들이 일방적으로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뒷거래 방식에 의해 사이비 남북화해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했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할 수 있다. 앞으로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수사대상과 수사범위, 수사결과의 공개 등이다. 먼저 수사대상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결코 성역으로 취급돼서는 안된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국가적 중대사안에 있어 수사 내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필요할 경우 수사해야 한다. 다만 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면조사 등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수사범위에 대해서는 송금결정(참여자와 최종책임자)과 송금목적, 송금규모(개별과 전체), 송금과정과 송금경로 등 대북 송금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특히 송금과정 및 경로와 관련해서는 자금조성과 환전, 송금방법과 절차, 최종사용처 등 단계별로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여당 구주류 등 일각에서는 불법적인 자금조성과 송금과정중에서 국내거래 부분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 수사는 전단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수사결과의 공개이다.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익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요구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간의 정치적 절충을 통해 비공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특검이 수사결과의 공개에 앞서 대북정책 담당부서와 협의하거나 대통령과 여야 수뇌부가 수위를 조절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갖은 회유와 압력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특검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야당과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특검 수사는 왜곡된 남북관계를 바로 잡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대북정책 담당자들은 '사이비 남북화해'가 아니라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국민과 함께 하는 투명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을 다짐하는 뼈아픈 자성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부정의 자세가 요구된다. 나아가 고질적인 대북 뒷거래를 근절하고, 당당한 남북협상 문화를 만들며, 제대로 된 합의실천의 관행을 축적하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특검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국민적인 의혹을 풀어주는 한편, 바람직한 남북관계 정립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3.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