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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플레이어 시대 - 박성조
	2003-03-14
글로벌 플레이어 시대 1998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프랑스가 우승하자, 축구 분야에서는 한 수 위라고 생각했던 독일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왜 독일 축구가 프랑스에 뒤지게 됐는가. 해답은 용병들이었다. 프랑스는 현재도 아프리카 지역에 사실상의 식민지를 갖고 있다. 정치적 독립을 했지만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프랑스 속국이 많다. 이 지역의 우수한 축구 선수들이 프랑스 국적으로 국가 상비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체력이 좋은데다가 기술까지 갖춘 용병들이 프랑스 축구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독일 축구계에도 ‘검은 용병’들이 등장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재빨리 귀화시킨 외국인 용병을 뛰게 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 되어 준우승을 하게 되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독일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 과학기술자를 초빙하고 이들에게 그린카드(일종의 영주권)를 지급, 자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 IT산업의 육성을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4강의 신화’를 이룩했다.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결과에 유럽 축구인들은 감탄을 자아내면서도 그 원인을 조심스럽게 분석해내고 있다. 한국인의 승부욕, 정신력, 국민의 축구에 대한 열정 등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하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 축구계에서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월드컵대회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린 주역일 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문 구단을 지휘했던 명감독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의 언론들은 히딩크를 국민적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기업에서는 ‘CEO 히딩크’ 연구라 하여 그의 지도력을 평가하고 조직에 접목시키는 등 이른바 히딩크신드롬이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가 국가 대표 팀 감독직에 있을 때 한국 언론들은 그의 사생활과 지도력을 비판하고 심지어 사퇴를 요구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만약, 히딩크가 그 당시 여론에 밀려 낙마했더라면 한국 축구는 어떤 성적을 내었을까…. 노무현정부가 등장하면서 한 장관의 개인적 이력 때문에 한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최고 통수권자의 국정 철학과 이를 실현할 장차관들의 역량이나 이력을 검증하는 것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의 과거 발언이나 걸어온 길 등은 당연히 도마에 오른다.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도 경찰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력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러나 검증의 핵심은 과연 이들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수 있고, 얼마만큼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적임자라면 결정적 미스가 없는 한 과거의 경력이나 개인적 흠은 어느 정도 덮어주는 여유를 보인다. 이제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바뀌고, 전 세계인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똑같은 뉴스를 보고 생활하는, 말 그대로 ‘글로벌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한 나라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육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가의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의 절대적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異)문화와 융합하는 능력이다. 우리 국민이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생활과 경력에서 완벽한 아마추어보다는 문제가 있더라도 능력과 기량을 갖추고 문화 융합(interculturality)이 가능한 글로벌 플레이를 갖춘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경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가치관이 파격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하여 세계 경쟁을 ‘경제 간 경쟁’ 차원으로부터 ‘사회 간 경쟁’으로 옮아갔다. 바꿔서 말하면 경제와 사회를 이분화했던 패러다임은 세계 경쟁력 강화를 오히려 저해한다. 국적을 앞세우는 사회의 가치관을 갖고 우리 경제를 이끌고갈 리더를 어떻게 배출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한국이 세계 경쟁에서 이겨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지식과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박성조 (자유베를린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문화일보 2003. 3.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