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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납득시켜라 - 김진성
	2002-05-02
국민을 납득시켜라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전교조 해직교사 1139명을 일괄적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여년간 교단을 떠나 있으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자기 발전을 가져온 해직교사들도 있지만 많은 교사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생하며 살아왔다. 지난날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권위주의에 항거하면서 교직풍토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인정한다.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교사들의 해직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해도 그 어떤 수단도 합리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시 그들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다. 특히 이념 교육과 학생 생활지도에 문제가 많았다. 전교조가 합법화됐음에도 우리 교직사회가 그 전에 비해 더 활성화되고 교육력이 증대됐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학교붕괴 현상은 전교조의 출범과 함께 가속화됐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왜 하필 이러한 시기에 해직교사의 민주화 운동을 법적으로 인정해 보상하자는지 모르겠다. 이번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조치에 대해 수긍이 안가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민주화 운동 여부를 심의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한쪽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일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 보면 범법 활동일 수 있다. 찬성5 반대3 기권1로 결정됐다니 더욱 납득이 안간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4·19혁명 참가자에 대해 국민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으려면 국민 대다수가 이의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무엇이 민주화 운동이냐 하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과 싸워 해직이 되면 모두가 민주화 운동인가에 대한 반문이다. 심의위원회는 “해직교사의 민주화 운동 관련 인정은 전교조 결성단계에서 민주화 관련성을 따진 것이지 현재의 전교조의 성격과 활동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전교조는 노동조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를 인정하는 것은 노동자는 경제적·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고용주와 단체의 힘으로 협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노동자는 임금·후생·복지 문제에 1차적 관심을 두어야 하는데 전교조는 처음 출발부터 참교육 실현에 중점을 두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참교육’이라면 왜 굳이 노조를 통해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셋째, 민주사회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진리와 양심을 들먹이며 기존의 법과 질서를 무시할 때 교육의 밑뿌리가 흔들리고 만다. 전교조 해직교사의 민주화 운동 인정은 당시 법을 충실히 준수하면서 교직을 지켰던 다른 교사들을 우습게 만든다. 그들은 반민주 교사이거나 적어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의식이 없는 교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단을 지킨 교사라고 해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열정이 결코 뒤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직교사의 민주화 운동 인정이 자칫하면 교단에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렇게 되는 경우 해직교사의 명예회복 조치가 멍에가 될 수도 있다. 현행법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이 교육감·교육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학년 초에 전교조 조합원이 학교운영위원으로 크게 진출했다. 노(勞)가 사(使)를 선출한다고 해서 위헌소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직교사의 민주화 운동 인정은 학교현장을 정치의 장으로 만들기 쉽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탐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으며 그것은 노조의 설립취지에도 어긋난다. 심의위원회는 이번 민주화 운동 인정과 관련해 먼저 각 위원의 찬성·반대 논리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주기 바란다. 그 다음에 적어도 민주화 운동 인정여부가 꼭 필요하다면 그것은 개별적으로 심사해서 결정해 주기 바란다. 해직교사 중에는 교육발전에 기여한 사람도 있지만 교단에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김진성 ( 명지대 교수·전 구정고 교장 ) 출처 - 조선일보 2002. 5.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