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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심의 대북정책 추진해야 - 제성호
	2003-02-26
'민'중심의 대북정책 추진해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12대 주요정책과제의 하나로 설정한 데 이어 취임사에서 ‘대북 평화번영 4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선 노무현 정부는 대북정책을 ‘평화번영정책’이라고 명명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은 교류협력과 지원을 통해 북한을 포용하고, 점진적으로 두꺼운 외투를 벗김으로써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그것은 다분히 우리 중심적이고 전략적인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 5년간 햇볕정책에 잔뜩 움츠렸고, 남한의 은밀한 지원(뒷거래)을 선호하는 ‘달빛정책’으로 화답했다. 그에 비해 새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대북정책 추진의 수단-전략적 측면보다는 목표중심,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남북간의 평화를 제도화하는 가운데 민족의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정책은 냉엄한 분단현실에 바탕을 둔 민족자애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평화번영의 목표지향은 ‘가진 자’ 의 일방성이 배제된 것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명(作名)은 일단 잘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정책기조 하에 노무현 정부는 대화해결, 신뢰와 호혜, 당사자 중심과 국제협력, 국민적 참여와 초당적 협력이라는 대북정책 4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마지막의 원칙이 눈에 띤다. 사실 김대중 정부도 겉으로는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대북정책’을 표방했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수 정예의 권력엘리트들이 밀실에서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은밀하게 추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대다수 국민과 야당은 방관자로 전락했다. 바로 여기서 햇볕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과 냉소주의가 등장하게 됐던 것이다. 대북 저자세, 퍼주기론도 따지고 보면 국민적 합의 없는 정부주도의 대북정책이 자초한 결과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새 정부가 국민참여를 강조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밀실주의를 타파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시사하기 때문이다. 통일이 7천만 민족성원이 터잡고 살아갈 삶의 공간과 존재방식을 바꾸는 과업이라고 할진대 국민을 제쳐 놓은 관(官) 주도의 대북정책이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울러 초당적 협력의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야당을 대북정책 추진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하겠다. 새 정부가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도덕성과 정당성을 갖춘 힘 있는 대북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노무현 정부는 지금부터 국민참여와 초당적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실천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야간 대북정책 협의기구 설치, 정부의 대 국회 상시보고체제 확립, 일정 규모 이상의 남북협력기금 사용시 국회 동의절차 의무화, 대북정책 결정시 민간 전문가 및 시민단체의 참여 허용, 민간에 대한 대북정보 제공을 위한 기구 설립,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및 정책 반영 등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추진과정에서 국민참여와 초당적 협력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경우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최고통치권자의 의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또 새 정부가 단시일 안에 성과를 거두려는 조바심에 빠질 경우 원칙이 실종되고 변칙이 둥지를 틀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북 뒷거래의 유혹이 되살아나게 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단체들의 대북정책 모니터링 및 비판기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아무쪼록 새 정부는 진정 국민참여를 보장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중심이 되는 ‘민’(民) 주도의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북정책의 성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2.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