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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법'이 시급한 이유 - 안재욱
2009-06-21
'금융지주회사법'이 시급한 이유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의 일환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가 4%에서 9%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법과 똑같은 내용을 규정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됨으로써 실질적인 금산분리 완화의 효과는 나타나기가 어렵게 됐다. 국내 은행들 가운데 외환·한국씨티·SC제일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은 지주회사 형태로 돼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51%, 한국씨티·SC제일은행은 해외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대주주와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는 한 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주식 취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주회사 형태로 돼 있는 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는 여전히 4%로 묶이게 됐다. 그래서 은행법 개정에 따른 금산분리 완화 효과를 보는 은행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없다. 금산분리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함으로써 우리의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물론,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금산분리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일종의 진입 규제로서 경쟁을 제한한다. 그뿐만 아니라 금산분리는 국내 자본을 외국 자본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막는 역차별 규제다. 이런 역차별로 인해 현재 7개의 시중은행 가운데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 자본의 소유다. 경쟁이 공정하고 자유로울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됨은 물론이다. 국내 은행들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산업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는 이유는 바로 금산분리와 같은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 때문이다. 1708년에 영국은 ‘6인동업자법(six partner rule)’을 제정했다. 이것은 6명 이상 합자 은행의 은행권 발행을 금지하는 조치였다. 이 법의 의도는 정부의 특혜를 받는 영란은행과 경쟁할 만한 대형 은행의 출현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영국 은행들의 규모는 매우 작을 수밖에 없었고 너무 취약해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많은 은행이 파산했다. 6인동업자법은 영국의 은행산업 발전을 막았고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금산분리 규제는 1700년대 영국의 6인동업자법과 유사한 규제다. 금산분리를 완화하게 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돼 지배주주의 사금고로 사용되게 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은행법에 주식 소유자에 대한 대출한도가 규정돼 있다. 또한 금융 당국이 정기적으로 은행을 감독하고 은행의 경영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법을 저지르면 법의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지배주주가 마구잡이로 은행돈을 빼서 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우려해야 할 사항은 정부의 규제를 많이 받는 금융산업에서 소유주가 불분명한 상태의 은행들이 힘 있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의 ‘사금고’로 사용될 위험성이다. 금산분리 완화 효과는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상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돼야만 나타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야당의 반대와 여당 내의 의견 차이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취약한 논거와 감정적 대립에 의한 반대로 금융지주회사법을 표류하도록 내버려두면 우리의 금융산업 발전은 그만큼 늦어진다. 6월 임시국회에선 금융지주회사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 바른사회 감사) 출처 - 문화일보 2009. 6. 20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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