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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족쇄 '법정퇴직금' 개선책이 시급하다 - 이동훈
2002-04-30
한국경제의 족쇄 '법정퇴직금' 개선책이 시급하다. 한국의 경제가 수년간의 암흑기를 거쳐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법정퇴직금이 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다시 찾은 경제 활력에 찬물을 끼얹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법정퇴직금의 설립목적은 근로자가 실업기간중 생계를 유지하고 퇴직 후에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28조에 의해 제정된 법정퇴직금은 기업(사용자)이 근로자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임금의 8.3%(법정률)와 장기 근속자에 대한 별도의 누진율을 적립하였다가 근로자가 퇴직 할때 일시불로 지급하는 제도로, 법에 의해 강제성을 띤 공적복지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시행되는 법정퇴직금제도는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운용함에 있어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퇴직금 자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시에 퇴직할 경우, 기업이 지급해야할 채무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에 있어 퇴직급여 충당금은 대차대조표상에 부채로 포함되고 있으며, 이 금액만도 기업 평균 자본금 대비 34%로 근로자 1인당 1,313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누적된 퇴직금의 부담은 기업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막아 재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법정퇴직금제도가 주는 압박은 더욱 심하다. 이에 정부는 1993년 퇴직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국민연금으로 대체하려는 퇴직금전환제도를 마련하였으나 99년 4월 연금법개정에서 돌연 폐지해 버렸다. 이후 과도해진 퇴직금 급여부담은 결국 기업의 신규고용을 억제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해, 노동시장 전체에도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였다. 왜냐하면 기업이 퇴직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고용보다 임시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IMF구제금융체제 이후, 노후소득보장수단으로서의 퇴직금은 유명무실해졌다. 2001년 12월 전경련보고서에 따르면 퇴직금은 대부분 생활비, 자녀교육비, 부채상환 등 서민들에게 있어 장래의 노후보장수단보다는 당장의 생계유지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법정퇴직금은 기업이 사원을 위해 부담하는 복지사업이다.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자율적인 제도여야 함에도 강제적인 법정제도인 관계로 근로자들은 이를 당연한 혜택으로 여길 뿐 기업에 전혀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기업은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합해 근로자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평균임금의 최소 17.73%를 부담한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선 미국(15.25%)이나 영국(12.2%)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부담률이다. 과중한 사회보험료 부담은 비임금 노동비용을 상승시켜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 하락과 고용여력 감소로 인한 만성적인 고실업사태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런 법정퇴직금의 올바른 개선책으로 떠오른 것이 기업연금제도이다. 기업연금제도는 기업이 연금을 적립해 근로자가 정년 후에도 자기 소득의 일정부분을 정기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한 보장제도로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이 실현이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노동 의욕 고취로 기업 활동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법정퇴직금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바꾸는 데 있어 노조가 가장 큰 걸림이 되고 있다. 노측은 법정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사측이 주장하는 퇴직금의 기업 연금화는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법정퇴직금을 기업연금제로 전환시키는 데 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법정퇴직금이 기업 활동에 가하는 압박은 더울 커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 노조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여 올바른 개선책을 찾아야만 한다.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진리는 불변이기 때문이다. 2002년 4월 30일 자유 기고가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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