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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경제허브'되려면 - 정구현
	2003-02-03
'동북아 경제허브'되려면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 경제 비전으로 '동북아 경제 허브'라는 어젠더 를 잡은 것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잘된 일이다. 하나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제조업 중심이 되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활동 중심을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이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로 세계경제가 블록화해 가면서 북미와 유럽연합(EU)이 단일 경제권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만을 내수시장으로 하는 우리 기업 은 경쟁에서 매우 불리하다. 이제는 우리 내수시장을 한반도보다는 더 넓게 갖고 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경제 허브'의 구체안으로 인천 송도나 영종도를 정보 기술(IT)이나 물류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안은 제시된 비전에 비해 서는 빈약한 전략이다. 한국을 경제허브로 하려면 한국 경제 전체를 망라하는 새로운 기업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허브를 금융 중심으로 가느냐, 물류 중심으로 가져가느냐의 논쟁도 문제 핵심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사다. 이것은 선택 문제 가 아니고 양자 간에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며 또한 성과를 보면서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지역경제 중심이 되는 모델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들은 모두 인구 몇백 만의 도시경제이기 때문에 우리의 적절한 모 델이 아니다. 우리 모델은 오히려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다. 이 나라 가 유럽의 물류 중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수 자국 기업이 세계적 인 다국적 기업이고 또한 사회가 매우 개방되어 있어서 문화와 예술 활동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인천이나 제주도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식의 개발 도상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나라 전체를 동북아 중심이 되게 하 는 접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국민들이 고소득, 고 부가가치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리직, 연구개발직, 금융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 국제영업직, 디자인 등 고 소득 업종에 종사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대기업의 지 역본사, 연구개발(R&D), 물류센터, 제품개발 본부 등의 역할을 해야 하며 아울러 금융, 문화, 법률 및 기업서비스업 등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직업은 더욱 세분되고 또한 새로운 것 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어 주면 개인이 나 민간기업이 제각기 살 길을 찾아서 창업하고 기술을 축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의 경제 허브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한국을 생활환경이 좋고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어야 한다. 홍콩은 개인소득세율이 15%이고, 그것도 사업상 외국여행 기간은 세금에서 빼준다. 한국이 현재와 같은 소득세율을 유지한다면 다국적기업의 지역본사 유치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진정한 지역경제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먼저 일본과 자 유무역협정을 서둘러 타결해야 하며 그 후 중국과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구 조조정에 노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금융허브 논의는 거품이다. 사유재산제도가 확립이 안되고, 법보다 국민정서가 앞서는 나라에서 기업활동이 꽃 피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일한 만큼, 생산성 이 오르는 만큼 보수를 받는 '프로'들이 모여 있어야 경제가 제대로 된다. 떼 쓰고 억지 쓰면 빚 탕감해 주고, 계약과는 관계도 없는 보 상을 강요하는 나라가 경제 허브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민족중심적인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그 많 은 국책연구소 중에서 하나라도 '동북아연구소'로 이름과 활동을 바 꾸어 보자. 대학과 대학원에 일본 중국에서 많은 유학생이 오게 해야 한다. 많은 아시아국가의 학자가 한국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연구하도 록 해야 한다. 정부가 구태여 목표를 잡으려면 '5년 내에 아시아 유 학생 5만명 유치'와 같은 인적 기반과 인프라스트럭처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기타 기관들도 이름 앞에 '한국'이라는 말 대신에 '동북 아'라는 이름을 쓰고 정말로 동북아의 중심처럼 활동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 허브'라는 비전은 꼭 필요하지만 경제특구 지정이나 특 정 산업 육성과 같은 접근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인접국과의 자유무 역협정을 통해 동북아 지역을 하나의 경제로 만들고 이 지역의 경제 와 문화 중심에 우리가 서는 원대한 포부와 탈바꿈이 필요하다. 정구현 (연세대 경영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3. 2. 3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