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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미국 경제 - 사공일
	2002-04-29
잘 나가는 미국 경제 금년도 1분기 중 미국 경제는 5.8%의 고성장을 이룩했다는 미 상무부 발표가 며칠 전에 있었다. 미국 경제와 같이 방대하고 성숙된 경제가 물가상승 우려 없이 이 정도의 고속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경기예측 기관들은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 저점을 지나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의 마이너스 1.3%의 후퇴 이후 4분기에는 1.7%의 성장을 이룩하였으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한 분기만의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성장의 경기후퇴(recession) 기록을 세우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성장세가 2,3분기에도 지속될 수는 없지만 중동사태의 악화로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이변이 없는 한 소위 '더블딥' 현상으로 곧 경기후퇴를 다시 맞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산업 과감한 IT 활용 도대체 미국 경제의 성장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서는 1990년대 후반의 미국 경제는 그 이전 20년간의 연평균 1.5%에 비해 높은 2.5%의 생산성 향상을 이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은 소위 IT(정보화 관련 기술) 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IT의 확산으로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경제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IT의 과감한 활용으로 현재 소위 신경제의 중심에 서있게 된 소매업 체인 월 마트는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도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삼각회의'에서 그는 IT의 확산에 따른 금융부문 능률향상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향상의 배후에는 80년대 초부터 시작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금융.항공.통신.철도.수송.에너지 부문 등 주요 분야별 규제개혁, 이를 통한 강력한 경쟁 촉진 시책이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구가할 수 있게 하는 두 번째 요인으로 미국 금융정책 당국의 선제적 금융정책의 성공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그린스펀 의장과 함께 이론과 경륜을 갖춘 사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정책당국이 한두 가지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하는 경직적인 룰에 얽매이지 않고 입수 가능한 각종 통계자료를 기초로 예상되는 여건 변화에 실용적이고 신축적인 자세로 미리 대응하는 접근 방법을 높이 산다. 최근 들어 미국의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금융정책당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사후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으나 그 설득력은 크지 않다. 당국선 미리미리 정책대응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IT 확산면에서 많은 선진국을 앞서 있는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존 전통산업과 서비스 부문이 이러한 신기술과 인터넷망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개혁을 통한 경쟁촉진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로 모든 기업들이 IT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가속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시장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이와 아울러 공기업의 민영화와 정부 소유 일부 시중은행 주식의 매각도 서둘러야 한다. 선제적 정부정책과 관련해 지난번 삼각회의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IT 확산에 따라 유용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제때 구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과 전문성의 확보다. 따라서 현재 물의를 빚고 있는 우리의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론과 실무경험을 쌓은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되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는 일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중앙일보 2002. 4. 29 사공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