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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세무조사 유예'에 화답하라 - 전삼현
2008-11-02
기업, '세무조사 유예'에 화답하라 10월29일 한상률 국세청장이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라는 각계각층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아무리 세무관리를 잘하는 기업도 조사가 시작되면 적게는 20일에서 많게는 30일이라는 장기간 동안 업무 마비로 인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이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 없이 본연의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납세는 국민으로서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헌법상의 기본의무다. 그러나 세액이란 회계상 산출된 수익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항상 계산상 오류를 범할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악의를 가진 사람에 의해 고발된 억울한 기업의 경우 탈세 여부를 떠나 조사 그 자체만으로도 과도한 손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사는 기업들에 있어서는 공포 그 자체이며, 경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심지어 파국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 유예 조치는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전면 연기하고,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사정을 고려해 선별 유예하는 등 그 방법 면에서도 심사숙고한 흔적이 보인다. 또 현재 진행중인 세무조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조사 착수를 통지 받은 기업이 세무조사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 이를 연기해주며, 세무조사 결과 고지 세액에 대해 징수를 유예하는 등의 경과조치까지 마련하는 섬세함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이를 악용하는 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재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국세청은 “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기초생활질서 저해 행위, 가짜 세금 계산서 발행·수수, 변칙적인 외환 거래, 탈루 소득을 이용한 해외 과소비 등 세법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서 여유 조사 인력을 활용해 더욱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등 부작용 방지 장치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럼에도 사회 일각에서는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던 국세청이 어느 날 갑자기 올해 선정된 모든 조사 대상 기업들의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키로 하는 등 지나치게 즉흥적인 세정(稅政)을 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 정부가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라 부자들만 편애하는 세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친기업적 세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일관성 있게 유지함으로써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만 누리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경제 난국을 타개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유예를 틈타 탈세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호재를 악재로 변질시켜 반기업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국가경제란 국민과 정부, 기업 모두가 힘을 모을 때 비로소 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정부가 솔선수범한 만큼 이제는 기업들이 화답할 차례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소송연구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8. 11. 1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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