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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 재임 `2년` 보장을 - 김동욱
	2003-01-02
장관 재임 `2년` 보장을 몇년 전에 장관을 지낸 현직 교수 한 분은 사석에서 후배 교수들로부터 교수님보다는 장관님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교수보다 장관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우리 사회의 공직 중심 문화의 단면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자를 지원한 많은 사람이 새 정부의 장관으로 임명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장관직이 인정받고 힘도 있는 자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장관이 돼서 일할 행정 각부에서는 장관을 과객으로 부른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10년간 교육부 장관은 13명, 산업자원부 장관은 11명이 임명됐는데 평균 재임기간은 1년도 안 된다. ‘장관 교체―대통령 눈치보기―정책 무소신―정책 일관성 상실―정책 실패―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장관 교체’의 악순환이 지속돼 왔다. 그동안 정책 운영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이 독주하고, 정책이 잘못될 경우 그 책임을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지는 현상이 일반화했다. 이러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시정하기 위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무총리에게 내치 영역의 일정 권한을 주는 책임총리제가 제시되기도 했다.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에 국무총리직과 내각제청권을 주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운영의 경우에는 총리 중심의 내치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선출된 대통령이 권한을 가지며 잘못에 대한 책임도 지는 대통령책임제의 우리 헌법 아래서 선거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부터 책임총리제를 실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정책 운영에서의 대통령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비서실은 장관과 대통령 사이 옥상옥의 수석비서관 역할을 폐지하고, 대통령 과제(agenda)의 추진, 외교·국방 등 국가 안위에 관련된 보좌, 의전·공보·인사 등의 기능적 보좌 등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각부 장관은 소관 분야의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하는 전 과정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장관의 임기를 늘이고 권한과 자율성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전임 장관이 짜 놓은 예산안을 가지고 사업을 집행하고 자신이 짠 예산은 집행하지도 못하고 퇴임하는 것이 장관 신세”라는 어느 전직 장관의 푸념은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자신의 비전과 무관한 정책을 집행하면서 책임도 지고, 다시 자신과 다른 비전을 가진 후임 장관이 집행할 정책과 예산을 만드는 ‘단명’ 장관 체제에서는, 사회적 요구를 정책으로 전환할 장관의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 단명 장관 아래서는 비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부하 공무원도 생겨날 수가 없고 정책 수행 능력과 무관한 연줄과 아부에 강한 공무원만 살아남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장관은 대통령이나 총리와 임기를 같이하는데, 클린턴행정부의 경우 무려 4명의 장관이 8년을 재임했다. 노무현정부도 개인적 비리나 추문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장관에게 자신의 계획과 예산안을 실행할 수 있게 최소한 2년의 재임 기간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장수’ 장관에게 임기 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게 소관 부처에 대한 예산·직제·정원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부처 예산은 각 부처의 실·국·과장이 기획예산처 예산실 담당자에게 로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부처 총액예산제를 실시, 기획예산처에서는 각 부처의 예산총액만 정하고, 장관은 주어진 총액 범위에서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행정자치부에서는 부처의 직급별 총정원과 실·국·과의 총수만 정하고, 장관이 실·국·과의 명칭과 기능, 정원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 장관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장관의 임명과 해임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 장관 지명자의 국정 수행 능력을 검증해보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고려해 볼 만하며, 대통령이 임명시 장관에게 몇 가지 임무를 주고 일정 주기로 그 성과를 확인, 유임 여부를 결정하는 장관평가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평가 결과를 가지고 국무총리와 협의, 장관의 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모든 장관이 소관 부처 안팎에서 실세 장관으로 불리기를 바라며, 오는 2월에 임명될 장관 중 대다수가 2008년 2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내각의 기념 사진에 담기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1.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