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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受容의 정치 필요하다 - 홍득표
	2002-12-23
受容의 정치 필요하다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두가 국민통합인 것 같다. 국민통합의 개념은 국민 각자를 하나로 모으는 의미가 있으나 국민을 하나로 묶는 것은 부분이나 개별적 자율성의 감소를 전제로 한다. 이보다는 자발성과 상대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수용의 정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은 국론이 극도로 양분되면서 첨예한 대립과 분열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아우르는 수용의 정치가 요구된다. 이번 대선에서 국론이 양분된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31년 만에 양자대결의 대선구도가 형성된 데 있다. 양자대결은 일반적으로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유권자가 둘로 갈리는 속성이 있다. 더구나 노무현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는 닮은 것이 하나도 없어 차별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양분 현상을 부채질했다. 두 후보는 출신 배경, 성장 과정, 나이, 정책 노선, 이념, 선거구호, 정책 내용 등에서 대비되었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선호에 따라 누구를 지지할지 분명하게 갈렸다. 양자대결의 대선구도와 양 후보 간의 확실한 차별성은 선거결과에서도 분명하게 표출되었다. 지지하는 후보도 2030세대와 50대 이상에서 차이가 났다. 투표행태도 월드컵 때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미군 장갑차에 숨진 두 여중생의 추모 촛불시위에 나섰던 2030세대는 감성적 성향을 보였으며, 50대 이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살아나 영남과 호남, 동과 서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으며, 또한 그 이유가 분명했다. 이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강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낙선보다는 반대하는 후보의 당선이 우려되어 꼭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투표하러 귀국하는 유학생도, 조기귀국 출장자도, 휴일 나들이 인파도 적었다는 사실은, 전체 투표율은 낮았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가 그만큼 견고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입장이 견고할수록 결과가 자신의 선택과 다르게 나타나면 심리적 박탈감은 커진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기쁨은 말할 수 없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면 상실감도 배가된다. 한 곳에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반대의 결과를 흔쾌히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2002 한국의 선택’은 끝났다. 선거는 다양한 국민의사를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게임이 끝나면 승자는 패자를, 패자는 승자를 수용하는 데 있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던 48.9%의 유권자나 반대했던 51.1%의 유권자는 서로 마음을 열고 나의 선택이 중요하듯 남의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 선거는 정치과정이고 절차일 뿐이다. 정치의 콘텐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보수와 진보, 2030세대와 50대 이상, 동-서지역으로 양분된 분열현상을 치유해야 한다. 그 해법은 정치적 반대세력의 실체를 존중하고 그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도 네편 내편 가르던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는 다른 선택을 했던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홍득표 (인하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2. 12.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