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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치의 시네마폴리티카 - 신일철
2002-12-09
김정일 정치의 시네마폴리티카 - 레닌주의 “의식화”와 영화예술의 결합 - 머릿말 1999년 3월 김대통령은 통일부의 국정개혁 보고회의에서 북한에서 국가나 당보다 김정일 한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점에서 김정일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정권들은 김정일을 형편없고 능력없는 사람으로 설명했지만 김일성 사후에도 체제유지를 해가는데서 “강점은 강점대로 약점은 약점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그동안의 햇볕정책은 김정일 총비서의 강점연구에서 너무 안이하게 낙관적으로 보다가 바로 그의 강점에 밀리고 끌려 다닌다는 구설을 듣게 되었다. 바로 그 김정일 정치의 강점이 무엇인가를 뒤늦게나마 제대로 파악하여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에서 평화공존의 주도권을 되찾는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파탄의 북한정치가 햇볕정책을 제멋대로 핸들링한 “강점”의 소이연이 어디에 있는가를 밝혀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치의 언필칭 “강점”이 다름 아닌 눈가리고 귀막고 입다물게 한 “전 인민의 우민화”와 “기아공화국”을 초래한 대단히 치명적 약점임을 간파한 북한관의 토대에 대북정책을 재정초시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콧대높은 “고자세”의 허세를 거두고 솔직하고 겸허하게 남북한 관계를 엮어나갈 수 있는 대화상대로 북한지도부를 자기 혁신하게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속이면 속아주는 척하는 대화틀의 햇볕정책이 베풀어온 인내와 관용은 한반도 평화공존체제의 정착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깨우침이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정일 정치가 대단히 자기망상적 “강점”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사고의 태만을 우상파괴하게 하는 일이 선결문제이다. 남북한의 정치가 남북한 관계를 서로 대내용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우리 한국에서도 대북정책을 초당적인 국민적 합의에 기초시키는 발상전환을 하면 우리 사회 내부의 “친북, 반북”같은 “남남” 갈등은 그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1. 김정일정치는 레닌주의적 권력장악 기술자 김일성 사후 1999년 6월 19일 북한에서는 김정일 정치입문 35주년을 기념했다. 그의 정치입문이 1964년이 되고 1974년은 김정일의 실권장악으로 권력후계자로 된 해이다. 그러나 “김일성 장기독재 50년”의 북한통치자관에 대한 수정된 해석을 한다면 그 기간 특히 1974년부터 김정일의 실권정치를 인정한다면 김정일 통치 노하우는 근 30년이 된다. 탈북자 동지회 황장엽 명예회장은 북한정치에서 1974년부터 1994년까지를 “김일성․김정일 2중 정권” 기간이었다고 규정했다. 황장엽,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月刊朝鮮, 2001), p.88. 김정일은 이 시기에 제2인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실권자였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1985년 이전의 김정일 막후정치와 그후 김정일 전면대두의 실권정치 기간을 통해 그의 정치경력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가. 김일성 사후 국방위원장직의 군사독재형으로 권력승계가 되어 정치무대의 전면에 나서기 이전에도 김정일이 주동한 많은 공작과 갖가지 정치행적을 남겼다. 나무만을 보고 숲을 못보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정치관의 기본교본이 무엇이었는가를 먼저 집고 넘어가야 한다. 그의 25년간의 막후 실권통치기간에 이미 김일성 사후 아버지 없는, 보다 자기류의 통치술을 구사함에서 대외적으로는 “벼랑끝 외교, 핵․미사일개발의 군사모험주의적 체제연명책”과 대담한 개혁개방의 제스추어로 6.15선언과 북미 비적대콤뮤니케의 뒤를 이어 금강산관광, 남북한 이산가족상봉, 2차 중국방문과 상하이쇼크, 신의주 경제특구의 양빈해프닝, 일본인 납치의 대담한 시인, 최근의 우라니움 농축 핵발견시인에 이르는 외견상의 “통이 큰 정치”가 싹텄다. 이미 1960년대 김정일 정치입문기에 보여준 그의 “좌익적 오류”를 저지르며 “극좌맹동주의”의 행태를 보여주었던 것이 오늘에 되풀이되는 감이 있다. 1990년대의 핵개발의 “NDCD”적 외교와 94년의 제네바핵합의도 모두 김정일의 권모술수, 이중성구사, 면종복배의 “포니 폴리틱스”였음이 드러났고 단적으로 불투명성, 불가예측성, 군사적 모험주의, 스탈린형 외교술의 아류이다. 자본주의 제국의 포위속의 항상 전시상태를 조성하는 “非常時정치”는 반듯이 반미 등 가상적의 설정을 전제로 일인독재를 합리화하는 것 역시 김정일 정치의 스틸린주의적 계승이다. 미제, 제국주의에 의한 “공화국 암살”의 위기의식 동원이 북한독재의 존립 기반이었다. 필경 김정일 통치술에는 그 이데올로기와 권력장악 기술에 기본교본이 있는데 이것이 다름아닌 레닌주의 정치패라다임이다. 스탈린에 의해 개조된 레닌주의가 북한체제의 기본강령이오 김정일 정치의 기본패라다임이기도 하다. 21세기의 신세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에 김정일 정치에 “신사고”가 생겼다고 믿은 남한 햇볕논자들의 착각은 그의 시네마연출에 말려들어 그의 본체의 엄존을 오인했기 때문이었다. 영화관에 가서도 좀더 자세히 관찰하면 화면 속에서 가상무대장치도 보이고 때때로 눈속임의 셋팅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6.15 공동선언과 북미 비적화 공동 콤뮤니케 등에 연출된 김정일 정치는 마치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서 이미 미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과 같은 “신사고”의 전환으로 착각되기 쉽게 한다. 그러나 그후 2001년 8월의 러시아 방문길에 올라 100년전의 제왕행차와 같이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의 9일간의 열차여행과 특히 90년초에 이미 폐지된 레닌묘참배를 강행했다. 앞서 강택민 주석등 외빈이 참배한 바 없는 레닌묘에 새삼스럽게 의장대를 세우게하고 레닌주의자 김정일의 본색을 온 세계에 신체연출로 과시했다. 러시아등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레닌을 버렸으나 동방의 소국 김정일만은 마지막 남은 레닌주의자임을 마치 대원군의 “小中華” 같이 과시했다. “나에게 변화는 없다”는 김정일의 재확인 멧세이지였다. 그는 소련방 붕괴후 그는 레닌그라드 도시명을 “쌍트페테르브르크”로 복귀시킨 것을 보고 러시아 사람들을 크게 꾸짖었다. 김정일의 도그마는 소련방과 레닌주의의 실패원인을 옳게 인식하려 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대학시절에 배운 정치의 기본지식이 스탈린 저 “볼세비크 당사”요, 제4장의 변증법적 유물론(DIAMAT)의 스탈린 철학과 ｢레닌주의의 기초｣였다. 이 소련공산당 교정이 바로 북한공산화의 경전이었다. 레닌주의의 기본은 맑스의 “자연성장성”에 대한 “목적의식성”의 의식동원 테제이며 소수의 혁명적 전위가 우매한 대중을 의식화하면 자본주의 단계와 브르죠아 민주혁명을 거치지 않고 1국 사회주의 국가를 실현할 수 있고 하는, 특히 “푸로레타리아 독재”의 독재국가론이다. 이런 이데올로기 동원, 구호의 생산 등이 바로 레닌주의의 “정치적 지도의 기술”(the art of political leadership)인데 김정일은 이를 북한에서 “영도예술”로 번역하여 수령주의에 이용했다. 레닌은 맑스의 사회발전단계설에 따라 먼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선향시키자는 멘쉐바크들의 구상을 “Economism”이라 반박하고 의식동원의 “consciousness”을 강조했다. Kolakowski, Main Currents of Marxism, Vol.2, p.387. 그러나 레닌은 전시공산주의에 대한 반공폭동 등의 줄기찬 반항에 부딪쳐 1920년부터 “신경제정책”(NEP)의 시장제 사회주의의로 후퇴했다. 레닌 사후 스탈린은 1936년까지 레닌의 네프를 죽이고 시장제도를 전폐했다. 북한에 수용된 스탈린주의의 경제체제는 레닌의 네프와 시장제도의 부정형이었다. 구소련의 스탈린주의는 “중앙계획, 중앙지령”의 central command 경제인데 이는 시민사회의 자생적 질서를 압살하고 자유시장을 없애고 군대조직과 같은 병영국가형의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고, “인위적으로 전면적 조작 가능성의 체제”를 강제하는 것이 스탈린주의였다. 이렇게 시장을 없애면 지하경제가 범성하여 장마당, 암시장이 자생한다. 오늘의 김정일 시대의 북한실정은 바로 장마당 지하경제가 계획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는 단계에 해당한다. “경제주의”를 배척한 김정일의 레닌주의적 의식화동원체제도 결국 구호, 수령주의 기념물, 동상, 수령말씀비 등 주로 상징조작 위주의 의식화 정치이다. 물론 김정일이 영화․예술에 대한 탐닉과 그 재능을 발휘하여 권력세습의 획득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의 권력의 실권장악과 세습의 권력투쟁에서도 정치권력장악의 기법은 역시 레닌주의적인 주된 전략, 전술이었다. 대단히 미화된 「레닌전기」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족하다. 일례로 공산주의 운동기에 레닌이 발행한 전단신문이 “이스크라”(iskla : 러시아말의 불꽃)인데 이 불꽃이 떨어지는 곳마다 혁명의 불길이 솟아오른다는 것이다. 레닌은 권력을 장악․유지하기 위한 이론가, 기술자, 특히 조직의 명수였다. Drachkowich ed, Marxism in the Modern World(Stanford Univ. Press, 1965)의 Bertram P. Wolfe, “Leninism”, p.112. 레닌은 음모, 중앙집권화된 조직, 군사적 철의 규율, 사회를 교란하고 조정하고 불만과 증오를 합체화하는 능력-특히 테크닉, 실로 혁명의 공학이며 전체주의 혁명의 지렛대였다. 앞의 책. 바로 김정일이 사숙하고 숭배한 것이 이 레닌의 권력장악의 공학이었고 평생을 레닌숭배로 일관했다고 보여진다. 1990년대 후반에 김정일 정치가 특히 클린턴 시대의 대미외교, 대남공작정치에서 대단히 능란한 벼랑끝 곡예의 정치기술을 구사한 것, 약자가 강자를 궁지에 몰아세우며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기술도 역시 레닌주의의 북한형 아류이고 그런 테크닉의 소유자와 상대한 것으로 파악하면 잘 이해된다. 김정일이 구사하는 대외관계와 외교의 주된 테크닉은 주로 “고자세”의 허세외교이다. 이 “고자세”는 바로 벼랑끝 모험주의와 동전의 앞뒤와 같다. 김정일의 입에는 “고자세” “고자세”가 항상 붙어다닌다고 황장엽 명예회장은 귀띔해주었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탈북자동지회 황장엽 명예회장은 ‘김정일 고자세 외교’의 허세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김정일은 자신을 외교의 천재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미국이나 중국도 그의 고자세 외교를 무서워한다고 떠들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자기를 미워하면서도 무서워서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보면 그는 영리한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답답할 정도로 머리가 트이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국제부 일꾼들에게 김정일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외교부 일꾼들의 고자세 외교의 부당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또 외교에서는 허영보다는 실리를 취해야 하며, 멀리 내다보면서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져주면서 국제적인 지지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장엽,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한울, 1998), pp.254～255. 지난 3년간 한국의 햇볕정책이 이런 “고자세”의 허세에 계속 양보한 명분은 전쟁회피의 평화론이었고 그럴수록 고자세 외교의 잘못된 버릇을 고쳐주지 못했다. 벼랑끝모험의 “고자세”는 상대편이 참으로 화가나서 당근 대신 채찍을 들기 직전까지 밀어 붙이고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만들으면 수세에 밀리기를 중지할 수 있고 태도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고자세의 허세가 통한다고 믿어온 그의 전술을 순치하는 방법도 간단치는 않다. 그는 “수단부리기”의 정치노하우 면에서는 우리 한국정치가 상대해주기에는 대단히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다시 그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었던 황장엽의 증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김정일을 자주 만나면서 그가 정치적으로는 영리하지만 성격이 과격하고 질투심이 강하고 수단을 많이 부리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그가 권력을 장악하면 나라의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황장엽,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한울, 1998), p.138. 그의 통치술 수련에서 ‘수단을 많이 부리는 것’이 붕괴 몰락 단계인 북한의 체제연명책이오, 대미 벼랑끝 외교에서 백척간두의 막판까지 밀고 가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는 승부사적인 기질로 드러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과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일면 배격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7세(1949년 9월 22일)의 어린 나이에 생모(김정숙)를 잃고 계모 슬하의 반고아 신세가 된 김정일은 오이디푸스적 반항보다는 얌체스러울 정도로 부친에 대해 충성하여 그 처세술이 김일성 개인우상화 작업에 이어진다. 1957년 17세 때 모스크바대학을 방문하면서 유학 권고를 받았으나 유학을 거부하고 김일성대학 정경학부에 진학한 김정일의 처세에는 아버지와 떨어져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경쟁의 틈새를 주지 않으려는 부친 밀착의 권력 관리능력의 집요한 일면이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김정일이 “정치적으로 영리하지만”이라고 황장엽 명예회장은 그의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일단 인정했다. 그리고 그 “고난의 행군”기에도 체제연명술에 그만한 능력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의 정치적 수단은 나름대로 발달해 있는데 특히 자기 아버지를 속이는 능력, 인민을 기만하는 능력, 이것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1982년 김정일의 40회 생일의 저녁회식에서 가장 가까운 그의 가신 李東浩가 이제는 지도자통치도 40세가 되었으니 권력승계를 해야할 것이라고 아부하고 수령님도 10년을 더 살겠는가 20년을 더 살겠는가라고 하며 일어나 지도자 동지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이때 김정일은 아무리 주석이라 해도 할소리 못할소리가 있는 법이라고 화가 나서 “호위군관”을 불러 그 측근을 즉결처분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김일성이 70세가 되었는데 수령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는 “권력승계”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순발적으로 처리한 그의 냉엄하고 무서울 정도의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한 장면에 대한 의미있는 설이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와 최고간부들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하는데서 가신 하나 처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면모에서 그가 써바이벌 게임의 명수임을 보여준다. 2. 김정일 정치의 수령주의 “허구” 창조기술 (1) “극장국가”와 연극술 김정일 정치는 대내적으로 폐쇄된 쇄국체제를 만들어놓고 수많은 구호와 혁명가극 등의 수령숭배의 창작으로 “전 인민의 무장화”의 구호처럼, “전인민의 꼭두각시화”의 “조직”을 만든 독재의 기술자이다. 비교적 북한을 잘 이해하려고 애써온 일본의 북한연구가 和田春樹 교수는 그의 저서 “北朝鮮-유격대 국가의 현재” 和田春樹, ｢北朝鮮｣(岩波書店, 1998), p.159 에서 북한의 정치문화는 “극장국가의 곤란”이라고 개괄했다. 和田 교수는 북한의 변형 국가형태를 파리왕정을 연구하면서 권력의 행사자체가 儀式, 연극에 있다는 “극장국가”의 규정을 내린 거츠의 저서 “누가라-19세기 파리의 극장국가”에서 인용하여 “극장국가에 찬란한 이런 것(의식, 왕궁장식, 동상 등)은 모두 무대장치에 불과했다”고 하고 “國政術은 연극술이다”라는 명제로 김정일 체제를 극장국가형으로 파악했다. “김정일을 연출가, 디자이너로 하는 북한의 유격대 국가는 이 거츠가 말하는 “극장국가”성을 확실히 부분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김정일은 자기가 만든 것에 의해 자기가 포로가 되는 딜렘마에 처해있다” 和田春樹, 앞의 책, pp.159～160. 그러면 왜 “극장국가의 곤란”인가. 그것은 북한정치가 김정일의 영화적 허구의 창작과 전인민을 극장속의 관객으로 고작시킴으로써 전인민을 우민화하고 경제개발의 길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극장국가” 북한형의 의미는 북한이 하나의 큰 극장, 무대장치이고 그 무대에는 김정일 감독과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극과 어두운 객석의 관객들은 환히 밝은 무대만 관람할 수 있다. 지도자각본, 감독의 정치연극 이외에는 다른 세상을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말할 입도 모두 봉쇄되어 있다. 원래 영화․연극 등의 드라마는 현실이 아닌 허구이고 김정일의 시네마폴리티카가 창작한 허구만이 연출되는 극장국가에는 그 허구가 바로 현실이다. 레닌주의적 사상교양, 생활총화, 자아비판, 선전선동의 “의식화” 극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레닌주의적 인간개조의 심리학인 “빠브로프의 개” 실험에 따라 사상 개조된다. 주인이 종을 치고 밥을 주기를 되풀이하면 종만 쳐도 개가 밥을 주는 것을 아는 조건반사가 인간정신의 원본이라고 결정한다. 따라서 레닌주의적인 북한당의 선전선동부에서 보듯이 “선동”은 결코 부정적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진보주의적 개혁의 표본은 시민이 “선동당하는” 객체가 되는 것이다. 되풀이 되는 사상교양, 선전선동의 극장국가에서는 모든 시민이 자아개성을 박탈당하고 사이비종교의 광신도같이 된다. 여기서 열성분자와 반동분자의 인민분류의 잣대가 생긴다. 정치입문 후부터 당의 선전선동부를 장악하고 갑산파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영화․예술분야의 최고 책임자가 된 김정일은 그후 수없이 만든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도 수령 1인으로 고정되고 이런 수령찬양의 문학예술이 또한 수령의 “영도예술”을 찬양, 선전선동하는 개인 숭배화 예술이 된다. 김정일의 ｢영화예술론｣(1973)의 기본인 “종자론”의 종자는 문학․예술․영화 속에 수령숭배의 “종자”를 반듯이 넣어야 한다는 논지에 불과하다. (2) “좌익소아병”적 맹동과 군사적 모험주의 1960년대에 김정일 정치 초기단계의 정치는 레닌주의의 제자로서 충실한 정치실천을 했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레닌이 경계하고 비판한 “극좌 맹동주의”를 번번히 저질렀다. 이 시기 김정일의 “공산주의 좌익소아병”적인 좌파적 오류는 1990년대에 와서 벼랑끝 모험과 군사적 선군주의로 확대 재현되었다. 초기 막후공작 정치형의 김정일은 1968년 1월 22일의 프에블로호 사건과 1969년의 EC-121기 추격사건으로 그의 대담한 군사적 모험주의를 자행했다. 뒤이어 1976년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도 역시 김정일이 주도한 공작이다. 76년 사건으로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여 전국 동원령을 내리게 되었다. 김정일 독단으로 평양과 황해도 강원도 등 휴전선 인접지역의 “주민소개”를 감행했다. 북한에서는 이 시기 76년과 77년 “주민 강제소개”의 잔인무도한 강권동원의 오류로 크게 민심을 잃었다고 해서 “군중사업에서 10년 손해보았다”는 호된 비판을 받은 것이 김정일이었다. 정창현, ｢곁에서 본 김정일｣(토지, 1999), p.85. 북한의 전 노동당 간부로서 김정일과 같이 근무한 일이 있는 신경완씨의 증언. 당에서는 이런 그의 경거망동이 김정일이 저지른 “좌경적 오류”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것이 “극좌적 모험주의”이며 무모한 테러리즘이다. 1993년 북한의 NTP 탈퇴와 전시동원령도 김정일의 벼랑끝 전술이었고 94년 제네바합의로 일단락되었다. 다시 극좌모험주의가 시도될 수 있다. (3) 김정일은 “사회주의 중진국”의 길을 막았다. 1960년 중반에 와서 북한체제는 스탈린주의에의 복귀냐 수정주의로 시장제의 도입이냐의 기로에 섰다. 한국전의 폐허에서 주로 노력동원의 집단주의적 “인해전술”에서는 통계상 성장률이 높았으나 60년 중반부터 날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구 소련형 계획경제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 북한경제계에 수정주의 논쟁이 야기된 것이다. 이 경제논쟁에 결론을 내린 것이 1969년 김일성의 “사회주의 경제의 몇가지 이론적 문제에 대하여” 김일성의 1969년 논문. 였다. 이 김일성 담화는 북한경제의 성장률 저하의 현실을 솔직하게 시인한 것이다. 즉 1960년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자재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생산공정의 가동률이 심하게 저하했다. 이태섭, “1950-1960년대 : 5개년 계획, 제1차 7개년계획(1961-71)”, ｢북한 60년의 재조명｣, p.61 참조. 북한경제는 이미 중앙계획, 중앙지령의 소련형 계획경제 모방의 약점이 노정되고 국민소득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었다. 1969년의 김일성의 논문에서 “사회주의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 생산성장의 속도가 끊임없이 높아질 수 없거나 떨어진다는 바로 수정주의 이론은 우경 추앙주의 이론”이라고 못박았다. 우경추앙주의는 중국에서 1962년 덩샤오핑의 실권파의 실용주의와 같이 “흑묘박묘론”에 기초한 “자유시장, 자유기업, 각호분작”의 3자一包론이나 1962년 소련의 “리베르만 이윤 도입”론에서 비롯된 경제적 수정주의 사조이다. 이 “우경추앙주의”는 결국 북한의 “走資派” 대두를 시사해준 것이다. 김일성의 69년 “경제논문”은 어떤 면에서는 수정주의 경제이론의 부분적 수용을 보여준다. 이 김일성 논문에서는 생산수단은 사회주의 원칙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예를 들어 원료, 원자재는 국가에서 군대에게 총과 탄환을 공급하는 것과 같이 결코 교환시장에서의 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생산수단은 상품의 형태만 가지고 있으며 가치법칙도 형태적으로 이용하고 다만 경제적 계산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김일성, 1969년의 앞의 논문. 라고 교시했다. 이런 생산수단의 상품형태 채용론과 경제계산의 도구로 가격을 인정한 것은 시장제도를 전제로 한 것이 된다. 원자재 등 생산수단이 군대의 총이나 탄화같이 중앙공급되면 거기에 가격의 가치법칙이 적용될 수 없고 경제적 측정단위인 가격이 없다. 가격은 자유시장에서 자유교환되는 자생적 질서에서 수요-공급간의 시그널로서 생성되는 신호이다. 그러나 최근 2002년 7월1일전의 쌀 1kg 8전 10전의 배급가격은 “가격”이 아니다. 1970년을 기해 북한경제가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성장․전환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후진국에서 “사회주의 중진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정주의 경제정책의 채용이 불가피했음을 김일성의 경제논문은 뜻하지 않게 시인한 것이 된다. 이 전환점은 바로 후진국 개발방식에서 외자도입, 수출입국의 박정희 개발독재형 “근대화론”의 채택이냐 반제, 반외세, 외자배격, 자력갱생의 반근대화론이요, 레닌주의적 중앙계획 지령의 집단주의적 의식동원체제의 고수냐의 정책선택의 기로였다. 이 대단히 중요한 “사회주의 중진국” 전환의 호기에 다시 자폐적 “민족적 자립경제론”으로 반근대화노선으로 보수화하고 수정주의 경제의 수용을 막은 장본인이 바로 김정일이었다. 김정일은 경제맹, 시장맹으로서 수정주의 경제론이나 레닌의 NEP를 거부하고 수령개인 숭배의 정치관념론을 택했는데 그것이 레닌주의의 “영도예술”의 제1과인 집단주의적 의식동원을 위한 “구호”와 개인우상화예술의 생산이었다. (4) “단군유골발굴”이 김정일 허구창조의 하이라이트 1973년 김정일의 “3대혁명 소조” 운동이 시작되는데 이는 김일성이나 당․정․군의 상위에서 이미 김일성 통치를 잠식하여 김정일 실권의 장악을 의미한다. 이미 1967년 갑산파 숙청에서 정치적 수환을 보여 아버지의 신임을 얻은 김정일은 수정주의 경제개혁을 중단시키고 김일성에 대한 당의 “유일지도”의 일인독제체제와 다양한 수정주의 유입의 봉쇄를 위해 “유일사상체계”의 수령우상화로 김정일이 김일성 “유일지도” “유일사상”의 수령제 탄생의 산파가 된 것이다. 1973년 4월의 김정일 ｢영화예술론｣이 발표되고 그 종자론도 모든 영화․문학․예술속에 수령주의의 “종자”를 넣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1974년 4월 4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발표된 “당의 유일사상 체계 10대 원칙”은 밖으로부터의 수정주의 유입을 막고 스탈린형 개인숭배의 북한 1인독재의 수령제를 완성시킨다. 이 1974년의 북한정치드라마는 김정일의 각본․감독에 김일성 주연배우의 극장국가의 제도적 합법화이기도 했다. 이렇게 수령론적 “극장국가”가 되면 그 통치술의 주도권은 막후의 감독이 잡고 아버지는 그 각본에 따라 무대위에서 연기하는 주연급 꼭두각시가 된다. 이때부터김정일에 의해 김일성의 이력을 기초로 허황찬란한 “혁명전통”의 역사날조 창작이 양산된다. 김정일은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 그의 3대혁명 노선에 기초한 구호동원에 착수하여 70년대 속도, 80년대 속도, 90년대 속도 등 속도전의 구호에 의한 생산발전통치술을 정립하게 된다. 1998년 국방위원장 통치를 시작하면서 그는 자기 마음껏 한번에 223개의 구호를 양산했고 6.15선언 직후인 8월 1일 노동신문에는 다시 간추려 180개의 구호를 일시에 중앙배급했다. 오늘의 북한땅은 극악한 식량난, 경제난이나 구호만은 풍년인 가이 “구호의 나라”이다. 김정일 정치의 최고의 업적은 새로운 문학예술의 장르인 “혁명가극”의 창조로 이름높다. 그의 장기인 영화 면에서 “꽃파는 처녀” “피바다” “당의 참된 딸” “밀립아, 이야기하라” 등의 제작을 볼 수 있다. 1982년 김정일은 수령주의 기념물의 건축예술에서도 그의 특기를 발휘했다. 6.25때 폐허였던 북한의 수도 평양의 도시설계를 주도하여 하나의 도시를 김일성 수령주의의 예술적 도시설계 디자인에 따라 개인숭배주의 도시설계의 설계사가 되었다. 역사적 “西京”의 전통은 거의 무시되었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가 대개 자생적 질서로 생성 확장되지만 평양은 그의 설계원형의 보전을 위해 완전히 발육 정지된 화석화된 도시의 발육부전 모형이기도 하다. 평양의 도시는 권력의 인위적 설계주의적 이성의 오만이 저지른 표본이다. 민생경제를 도탄에 빠뜨리면서도 김정일의 소위 “혁명적 수령관”으로 일관된 “주체건축창작”은 민생고를 외면한 대단히 비경제적 낭비였다. 우선 1979년 백두산 천지연의 김일성 백두산 신화의 대기념비가 서고 다시 1982년 수령숭배 대기념물 3개가 건조된다. 우선 평양의 중심에 김일성 광장에 인민대학습당이 완성된다. 그해 4월 14일에는 파리의 개선문보다 큰 “개선문”이 제막되었는데 이 개선문에는 “1925-1945”라고 표시하여 1925년에 김일성 항일투쟁이 시작되어 1945년에 개선했다는 소위 “혁명전통”을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김일성(32세)의 귀국은 1945년 9월 19일 소련군함 뚜까쵸프호에 소련군 대위로서 원상에 상륙하여 평양주둔 소련군 위수사령부 부사령의 임명장을 주머니에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일성의 귀국이 이렇게 과장된 “개선문”이 되었다. “주체사상탑”은 미국의 수도 와싱턴에 있는 와싱턴 기념탑을 모델로 했으나 세계최대의 기념탑이다. 和田春樹, ｢北朝鮮｣, “大記念碑的建造物”, pp.146～148. 한마디로 김정일의 수령주의 주체건축예술은 모두 콧대높은 “고자세”의 허세의 상징물들이다. “통이 큰” 지도자란 것은 이렇게 과장․허구의 창조에서 거침없는 대담성으로 나타난다. 김정일의 시네마적 허구창작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5000년전의 단군 유골발굴 발표와 단군능의 고분건조물 창작이다. 1993년 10월 북한에서는 5천년전 우리민족의 시조인 단군부부의 유골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평양방송은 “5천년전에 나라를 세운 시조의 유골 앞에서 참관자들의 얼굴마다에는 민족의 원시조를 찾아주신 수령님과 장군님에 대한 감사의 정이 역력히 어려 있었다”고 연이어 방송했다. 북한의 어용학계는 단군 유골의 연대 측정도 과학적으로 하여 한국의 단기보다 약 50년 앞선다고 대단히 정확한듯이 수치까지 제시했다. ｢삼국유사｣의 고조선조에 기록된 단군신화가 어느덧 역사적 사실과 실존인물로 둔갑하는 깜짝쇼였다. 진시황 무용지하갱의 발굴이 전후 최대의 고고학적 대발견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평양에서 5000년전 단군유골의 발굴은 세계최대의 고고학적 스캔달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김정일 “주체” 예술은 필요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허구의 창조에는 대담무쌍하다. 1996년 구사회주의권 붕괴의 위기감 속에서 곧 닥칠 통일문제에 대비해 고려연방제를 내놓고 2년후 평양이 민족시조의 서울인 양 분장하기 위해 단군능을 조성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단군유골발굴의 허구창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 사후 “주체연호”를 제정했으나 단군기원의 단기는 채용한 바 없다. 김정일이 권력승계의 준비과정에서 그의 탄생지가 백두산 밀영의 “고향집”이라고 1982년 2월 15일 김정일의 40회 생일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그의 탄생지가 소련극동군 국제88여단의 하바로우스크라는 것이 사실이고 그의 아명이 러시아 이름으로 “유라(Yura)임은 서대국 교수” “김일성전” 등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하바로우스크 시절의 88여단 중국인 여단장 주보중(周保中)의 ｢동북항일유격일기｣의 1942년 2월 일기에는 김일성이 백두산이 아니라 하바로우스크 여단야영회의에 참가한 것으로 여러 곳에 기록되어 남아있다. 周保中, ｢東北抗日遊擊日記｣(중국, 人民出版之社, 1991) 김정일의 생일 1942년 2월 15일 전후한 시기, 하바무스크 야영에 있었고(1월 14일) 김책, 최석천(용건) 등이 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놀라울 정도로 소상한 주보중의 일기에 김일성 부처의 그 해 2월의 혹한 속에 백두산행은 기록된 것이 없다. 주보중의 일기 발간이 91년까지 지연된 것은 북한 때문일 것이다. 김일성 빨지산이 남겼다는 “구호나무”가 뒤늦게 1982년 이후 발견되었다고 했다. 이 “구호나무”는 백두산 뿐만 아니라 남으로 구월산속에서까지 깊은 산마다에서 수많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만그루가 넘는 구호나무의 소재를 조사하여 지리학자들을 동원해 ｢구호나무 지도첩｣까지 발간했다. 만주의 일본군 100만 관동군과 일제하의 북한지역산속에 그토록 많은 구호나무가 있었다면 유격대들은 여유도 많아서 산의 나무를 깍아 구호를 써 남겼으니 북한공민들은 이것을 믿을까 싶다. 和田교수의 말처럼 북한전역은 김정일 시네마정치가 그 능란한 연극술로 연출하는 무대장치라는 감이 없지 않다. 북한정치 50여년간 지도자가 속이면 공민은 속아주는 척하는 관계가 계속되고 어느덧 속는 것마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3. 甲山派 사건을 경제적 수정주의 논쟁으로 다시 본다 이 장에서는 주로 “갑산파” 숙청과 수정주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자료에 의해 김정일 정치패턴이 반수정주의 투쟁에서 득세한 레닌주의 골수파임을 보다 깊이 고찰해 보고자 한다. 김정일 정치는 소련공산당 후르시쵸프가 일으킨 스탈린 비판, 개인숭배비판의 물결이 평양에 밀려와서 김일성 지배가 곤경에 몰렸을때 특히 갑산파 “반당 수정주의자” 숙청에서 김정일이 득세한 배경을 재검토해보려는 것이다. 1960년 9월 김일성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그전의 학창시절부터 영화촬영소를 드나들며 주연급 배우 성혜임과의 혼외살림도 하고 영화․예술에 탐닉했다. 1978년 최은희, 신상옥 감독을 납치할 정도로 그는 영화마니아였다. 1964년(22세) 대학을 졸업하고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취직된 후 줄곧 당선전선동부에서 일했다. ｢김정일 전집｣ 제1집에는 그가 영화 부문에 주력하면서 “혁명적 문학 예술창작”을 거듭해서 역설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25세 되던 1967년 5월 갑산파를 “수정주의자”라고 낙인찍어 숙청하는 것을 주동할 때 그의 영화분야의 조예가 큰 힘이 된 것이다. 이 박금철, 이효순 등의 갑산파 숙청에서 그들을 수정주의자라고 지목한 것과 견주어 그해 8월 김정일이 내각 부상에게 “수정주의 경제이론의 반동적 본질을 인민들에게 명확히 인식시키는 교육활동과 특히 경제분야에서의 수정주의를 근절시키라는 지시” 惠谷治, ｢金正日大圖鑑｣, 金正日 크로니컬, p.208 참조. 를 내렸다. 갑산파 문제는 다만 후계자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스탈린형 계획경제의 실패에 대한 수정주의 경제이론의 경제체제논쟁의 성격을 가졌음을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연합뉴스에 “北, 자본주의 경영방식 40년전에도 시도”(최척호 위원 기사)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60년대 중반에 “이윤도입 본위의 리베르만경영방식의 도입을 적극 시도했고 일부 현장에서는 실제로 시행되기도 했다. 이와같은 자본주의 실험은 반김일성파인 갑산파가 주도했다. 갑산파가 당시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도입하고자 한 명분으로 “중앙집권적 경제방식이 비능률적”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北, 자본주의 경영방식, 40년전에도 시도”(02. 11. 15) (최척호 위원 기사). 1962년 중국에서 덩샤오핑 등 실권파가 “흑묘백묘론”과 자류지(自留地) 경작, 작호분작의 “三自一包”, 자유시장, 자유경영 등의 시장제 실용주의를 제창하고 구소련에서도 리베르만(Liberman)의 이윤도입론을 필두로 해서 시장제 사회주의의 “수정주의”가 왕성하게 거론되었다. 그 수정주의의 물결을 북한에서는 갑산파가 수용한 것이 된다. 갑산파는 북한판 “走資派”인 셈이다. 갑산파를 오늘의 7월 북한의 성과급제 등의 경제조치와 견주어 조명한 최적호 위원의 새발견은 북한의 ｢조선문학｣ 2001년 2월호에 실린 논단기사 “종자천명과 100년 사상사총화”의 독해에서 뜻밖에도 1960년대에 북한 사상계에 수정주의 새사조가 크게 일어나고 “후르시쵸프의 배신적 망동”으로 소련공산당 20차대회를 규정하고 단죄한 이 논단의 서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 ｢조선문학｣의 “100년 사상사총화”(정룡진)의 논단은 소련공산당 20차 대회에서의 후르시쵸프의 스탈린 비판에 대해 “스탈린의 서거와 그에게 두번째 사망을 강요한 후르시쵸프의 배신적 망동”이라고 규정한데서 오늘의 북한의 김정일 노선이 반고르바쵸프에 머물지 않고 반후르시쵸프와 더불어 스탈린 숭배열 고수에 기초해 있음을 엿보게 해준다. 이 ｢조선문학｣의 논단 “100년 사상사총화”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개혁개방에 대한 김정일의 체제보수적 거부감이 잘 들어나고 1960년대 갑사파의 수정주의 비판과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더우기 작품에서는 1960년대 중엽 우리나라 사회정치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현대수정주의가 밀수입되어 이러저러한 불미스러운 사태를 낳은 사실도 화폭으로 전개하고 있다. 봉건통치시기에 나온 ≪목민심서≫가 일군들의 필독문헌으로 지정되었던 사실, 혁명적인 것은 딱딱해서 재미없다고 ≪배꽃타령≫, ≪배뱅이≫ 같은 진부한 것들에 더 주의를 돌리고 ≪백조의 호수≫, ≪에스메랄드≫와 같은 유럽가극과 발레를 상연하던 무대 실정, 당안에 잠입했던 불순분자들의 책동으로 ≪항일빨지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출판이 정지되고 ≪일편단심≫과 같은 이색적인 작품이 버젓이 공연되던 사실, 그리고 경제사업분야에서 중앙집권적 경제가 비능률적이라는 잠꼬대같은 궤변이 나도는 가운데 리윤본위의 리베르만경영방식은 ≪가화폐≫ 도입이 시도되고 군사분야에서 수령님의 ≪일당백≫ 사상이 관철되지 않고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새언덕≫과 예술영화 ≪어둠을 뚫고≫와 같이 우리 당의 사상을 옳게 반영하지 못한 문학예술작품들이 창작되여 나온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엄중한 문제였다. ｢조선문학｣, 앞의 논단. ” 이 ｢조선문학｣의 논단은 우선 김정일 사상이 레닌주의일 뿐만 아니라 스탈린주의의 북한적 아류(亞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뿐만 아니라 1960년대에 북한사상 속에 리베르만 방식 등 시장제의 수정주의 경제이론이 유입되어 갑산파 주도하에 일부 경영현장에 시행되었음을 반증해 준다. 리베르만 방식에서 “가화폐”란 것은 화폐이외의 금융 신용증권까지 도입되고 군사분야에서는 “일당백”과 같은 군사모험주의에 반대하여 현대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후르시쵸프의 평화공존론도 도입되었음을 엿보게 해준다. 북한당안에서 갑산파가 득세하여 김일성파의 빨지산 회상기가 출판 중지된 것이다. 갑산파의 박금철, 이효순 등이 “현대수정주의”를 내걸고 한때 사상, 문화의 해빙무드가 나타나 “백조의 호수” 등 서유럽가극이 상연되고 ｢목민심서｣ 같은 다산의 고전도 번역되어 필독도서로 추천되었다. 이 해빙기 현상이 김정일의 눈에는 모두가 김일성 수령독재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 이를 일소한 것이다. 이 논단 중에서 “배꽃타령” “배뱅이” 같은 진부한 것들이 일시 유행했다는 해빙기가 있었음을 인정하게 해준다. 왜 “배뱅이굿”이 김정일 노선에서는 배척되어야 하는가. 당시 사기꾼 가짜 박수무당이 배뱅이네 집에 가서 그집의 죽은 딸 배뱅이의 넋을 불러오고 그집 구석구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 맞추는 넋두리에 배뱅이네 부모는 쪽집게 무당을 만나 참으로 죽은 배뱅이를 굿에서 다시 상봉했다고 믿게하는 사기 굿판이야기이다. “배뱅이굿”의 해학문학은 서북지방에 대단히 인기가 있는 민속놀이요 서도창극이기도 했다. 짐작컨대 반 김일성의 갑산파 지식인들이 김일성 독재를 “사기굿판을 벌리는 가짜 박수무당”으로 빗대서 야유하는 해학의 김일성 비판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김일성 등의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출판이 정지되고 “일편단심과 같은 이색적인 작품이 뻐젓이 공연된 사실”이라 한 것은 이미 박금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일편단심”이 영화화되고 북한에서 널리 상연될만큼 갑산파의 위세가 등등했음을 말해준다. 영화 “일편단심”은 박금철이 조선 공산당 갑산파 사건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을때 그의 처가 남편 박금철에게 일편단심으로 충성할 것을 맹서하는 감동적인 줄거리의 영화이다. 갑산파의 당 선전선동 부장 김도만이 “일편단심”의 영화를 제작하여 오히려 무명의 김일성을 능가하는 혁명가로 박금철을 추켜올린 것이 된다. 김정일이 갑산파 숙청에서 가장 큰 역할은 이 “일편단심”을 문제삼아 박금철을 김일성과 동격화시켰다는 빌미를 잡은 것이다. 정창현, ｢곁에서 본 김정일｣, p.117. 이때 25세의 김정일은 1967년 9월 평양의 예술영화 촬영소에서 열린 영화․예술분야에 대한 박금철, 김도만의 “반당적 여독”을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김정일 자신이 영화예술 분야의 책임자가 되고 이로서 당사상관리의 실권자로 되는 도약대를 장만한 것이다. 갑산파 숙청을 전기로 삼아 김정일은 “사상의 다양성”, 수정주의 도입을 일소하고 “유일사상 체계”의 일인독재의 기반인 수령주의 사상독재체제를 확립한다. 오늘날에도 평양이나 그밖의 북한에 가서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해도 모두 당이 만들어 준 외국인과의 대화를 위한 “문답집”으로 단련되고 그런 단련된 사람들만이 외국인이나 한국방문객과 만날 수 있게 꾸민 각본으로 단련된 김정일 시네마폴리티카를 실감하게 된다. 햇볕논자들은 남북한 사람들이 계속 자주만나면 북한을 변화로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남북대화에서 달라지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남한에 친북통일론자까지 많이 만들어 “변화당하기 쉽다”는 면도 없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대문호 앙드레 지드는 그의 명작 ｢좁은문｣, ｢전원교향악｣ 등으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문명이 높았던 것은 그가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고 콤뮤니스트를 자처한 진보적 작가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대단한 개성존중의 진실을 탐구한 지드가 콤뮤니스트였다면 그의 인간적 자유정신과 전체주의 이상과는 너무 상충되기 때문이다. 1936년 지드는 그의 친구인 러시아의 작가 막심 꼬리기가 중병으로 누었다고 해서 이 “주막집”의 작가를 마지막으로 만나기 위해 스탈린지배의 소련을 방문했다. 지드는 소련체류 2개월간 국빈대접을 받고 당, 정부, 인민의 열광적 환영을 받아 감개무량하여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그런데 소련에서 돌아온 지드는 ｢소련에서 돌아오다｣의 소련기행을 썼다. 1936년 11월 프랑스의 NRF지에 발표된 지드의 ｢소련기행｣에서 지드는 돌팔매질을 당해도 소련의 진실을 말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련의 가장 큰 결점은 인간성의 무시, 비판정신의 결여, 획일주의, 비개성화라고 고발했다. 그는 자유와 인권없는 사회주의의 허구를 예리한 작가의 통찰력으로 간파한 것이다. Paul Hollander, Gide and Soviet Communism, “André Gide’s Politics” ed, Tom Conner(PALGRVEN, 2000). 소련의 ｢쁘라우다｣지는 그를 소련과 그 인민에 대한 “더러운 중상”의 변절상습자, 소련중상자로 매도했다. 유럽의 진보좌파작가, 지식인들도 지드를 변절자로 비판했다. 그런데 1937년 좌익동반작가 시절의 유진오는 이 지드사건에 대해 지드의 진실을 탐구하는 작가정신을 이해하려는 글을 썼다. 유진오, “지이드의 소련여행기”, ｢조선일보｣, 1937. 2. 10. “한사람의 러시아인과 얘기하면 러시아인 전체와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유진오가 지드의 소련기행에서 인용한 단 한 문장이다. 1936년 당시에는 특히 진보, 좌파, 지식인들은 이 인간성 무시, 개성상실의 소련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류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과도기의 소련을 포용하려 했다. 그러나 그해는 레닌의 네프(NEP) 시장제를 스탈린이 말살하고 “이제는 네프는 죽었다”고 선언한 해요 무시장 중앙지령경제의 인간지옥이 완성된 해였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내용의 소련헌법도 이해에 제정되었다. 이것이 스탈린의 2중성 정치농간이다. 이 지드의 소련기행의 명언을 다음과 같이 옮기면 알기 쉽다. “한 사람의 평양시민과 얘기하면 북한공민 전체와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1936년 이후 우리나라의 진보 좌파 지식인들 특히 남로당파는 지드의 소련기행을 옳게 독해하지 못한 것이 1950년 후의 남로당과 갑산파의 비극을 자초했다. 지드 이후에도 사회과학자 중에 친소파가 많이 있었고 스탈린형 사회주의가 진보인 듯이 착각했다. 지드의 소련기행에서 거의 60년이 된 오늘에 와서도 남북한 관계의 진척을 위해 자주 만나 서로 이야기하면 민족화해가 되고 개혁개방의 햇볕효과가 나타난다고 망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만나 얘기해도 북한을 변화를 시키기보다 남한이 당하게 된다는데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여기에 햇볕논자들의 좌절과 진퇴유곡의 한계가 야기된 것이다. 4. 6.15선언후의 김정일의 “고자세” 트릭 6.15 남북공동선언과 그후의 남북한 관계에서 많은 남북한 관계가 진전되었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그 기본 목표로 했던 북한의 두터운 외투인 군사주의적 모험과 주로 북미 2자 구도의 불가침협정에서 한국을 배제함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마치 타이완과 같이 만들 수 있다는 허망한 김정일 정치의 마지막 카드를 포기케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이 카드를 집요하게 붙잡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간의 관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이 보이는 면도 없지 아니하다. 끝내 달라지지 않는 것은 김정일 시네마정치의 “고자세”의 허세이다. 수많은 사례를 들기를 생략하고 다만 다음의 대표적인 예만 몇가지 제시해 본다. (1)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북한발행)의 “고자세” 허세 이 예는 6.15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기념우표로 북한측이 간행하여 주로 평양의 호텔과 금강산에서 남한 방문객에게 판매하는 우표이다. 이 북한발행의 기념우표에 나타난 “고자세”가 볼만하다. [도표] 위의 기념우표에서 상호주의 감각이 없는 비대칭성의 불공정에 주목하게 된다. 기념우표의 왼쪽 설명난 ① 남북 두 정상의 형용사적 불공정 ⓐ “김정일 동지” 앞에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이신 위대산 영도자” ⓑ “김대중 대통령”에는 대한민국 국호도 아무런 형용사도 없다. ⓒ 김정일 동지 “께서”인데 비해 김대중 대통령에는 “께서”가 없다. ② 김정일의 이름은 강조된 고딕체 큰활자이고 김대중의 이름은 작은 활자로 비대칭적이다. 이 기념우표가 응당 남북간의 상호주의 예절을 지켜야 옳을테지만 북한측의 참으로 너절한 고자세의 허세를 보고 서글픔마저 느낀다. 한국측에서는 이런 무례를 한번이라도 지적한 바도 없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다. (2) 2001년 신년사설에 나타난 “김정일 정치의 승리”론 6.15 선언후 북한의 신년논조는 “김정일 정치의 승리”, “선군혁명”의 구호가 키워드이다. 6.15선언의 평화공존정신은 온데간데 없다. 신년의 북한논조는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하여 신세기에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 총돌격으로 대표된다. 김정일 시대의 특색을 드러내기 위해 “붉은 기”, “붉은 꽃”, 붉은 것을 추켜든 “적기가”의 우리 식 고수의 이미지가 부각되고 “주체사상”은 뒷전에 물러나 있다. 이 사설 등에서는 주로 김정일 담화, “대홍단정신”과 같은 김정일의 현지지도, 이른바 김정일 카리스마숭배열만을 내세우고 그의 부친 김일성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인 점에서 신년 공동사설, 정론 등이 시사 논설 문체가 아니라 “감동적인 충성감정동원의 시적” 운문(韻文)체로서 그 정론표현이 김정일식의 문학․예술형이고 사회과학적 문체가 사라졌다. 요컨대 신년 북한의 정론과 정책기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김정일 정치실력”의 승리찬양에 의한 개인우상화와 그 사이비종교적 광신동원 ② “선군영도”를 더욱 강화된 표현으로 “선군혁명”이라 고치고 군사우선주의의 강화, 따라서 당․정․군중에서 군 우선의 “군사통치”의 지속을 강조함으로써 군우선으로 당과 행정의 비중이 더 약화되었다. ③ 개혁개방 거부와 “우리식” 고수가 지난 “고난의 행군”을 승리로 이끈 김정일 정치영도의 후과 하여 그의 “우리식” 노선의 정당성이 90년대 역사의 실증으로 증명되었다는 것. “우리의 자주, 주체노선의 정치이념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의 자주, 단결, 애국애족의 정치이며… 만능의 보검은 백전백승의 선군혁명 전략이다.”(｢중방｣, 01. 1. 9) 따라서 개혁개방 거부․반대의 거점이나 “우리식” 사회주의 기본토대는 “선군혁명전략”이라고 강조한 점에서 미사일 생산중지 등 군사적 신뢰조성을 위한 군사카드의 포기는 이를 북한이 수용하려는 결단이 서지 않은 것 같다. (3) 2001년 신년사설은 은유적으로 반미․반한의 적대감 고취 김정일 식의 정책테제는 사회과학적 언설보다 문예적 상징조작으로 표현된다. 그점에서 북한의 신년공동사설부터 되풀이 강조되는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의 주인공이 부른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의 노래 등장에 주목해야 한다. 이 혁명가극의 주제곡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의 가사는 북한군 간호장교의 수령숭배, 수령경사옹위의 충성심이 강조된 감정에 소호하는 충성감정동원적 사상 교양교재로 새로 등장한 점이다. 그러나 민족화해, 군사적 긴장완화의 대세에 역행하여 북한지도부는 하필 6.25전쟁의 소재로 엮은 가극의 충성노래를 신년의 주된 사상교양의 지침으로 채택했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이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의 가극 주제곡의 등장은 반미․반남한의 계급투쟁적 적대의식의 재고취와 지난 2000년 6월과 10월 이후에 생긴 북한 내부의 “황색바람”에 대한 사상결속을 노리고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이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의 노래에 대해서는 위에 든 신년 기사 “김정일 어록 모음”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그 기사의 약 3분의 1 분량). 단적으로 말해서 “김대중 쇼크” 남한쇼크에 대한 김정일의 체제보호용 연출이다. 이 노래에 대한 김정일의 어록인용이 그 점을 말해준다. “내가 앞으로 계속 부를 노래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 노래가 바로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입니다.”(｢김정일 어록 모음｣, 1. 4) 이와 같은 김정일의 혁명가극형 의지표명은 개혁개방 막아내는 방벽을 더욱 높이 쌓고 6.25때와 같은 반미․반한의 적대의식을 계속 고취하겠다는 은유적 메시지이다. 다만 이 “김정일 어록”에는 남한,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고 반미․반한의 표현도 엿볼 수 없다. 다만 우회적으로 가극의 노래를 통한 반미․반한의 적개념이 형상화 되어있다. “김정일 어록”의 노동신문기사(1. 4)에서는 “2001년에 들어선만큼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1월 9일의 ｢중방｣ 정론, “더 용감하게, 더 빨리, 더 높이”가 소위 김정일 “신사고”의 해설인데 이 정론도 김정일 구호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외에 전혀 그 이상의 내용제시가 없다. “이제는 새 세기에 들어선만큼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야 한다.”(“김정일 어록”, 1. 4) 여기서 이 “새로운 관점”의 어록에 대해 당선동인꾼들이 이 “신사고” 구호의 해설에 대단히 난감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김정일은 신세기에 새로운 사고의 구호를 제창했고 구호의 중앙배급은 했으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된 것이 없는 증거이다. 이 구호는 김정일 자신의 “정치실력” 외교수완의 1인 연출의 깜짝쇼가 더 빈번해진다는 신호일 것이다. 끝내 북한의 2001년이나 2002년의 신년사설에도 페레스트로이카의 “신사고”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남한일각의 “김정일 신사고”대두론은 햇볕논자들의 착시현상의 해프닝이었다. 小 結 이 소론은 주로 김정일 정치의 기본교본이 레닌주의적 선전선동 “의식화”였고 그것이 영화예술의 정치 선전도구화와 혼합되어 “시네마폴리티카”가 되었다고 보았다. 원래 맑스․레닌주의 등 이데올로기가 허위의식인 점에서 레닌주의적 정치는 허위의식 동원의 정치테크닉이 된다. 북한정치가 “극장국가”형으로 북한전역이 무대장치이고 김정일이 레닌주의 이데올로기와 구소련형 독재형 모방에 그의 각본․연출의 영화예술 노하우가 혼합되어 있다. 그의 시네마정치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거침없이 얼마든지 허구를 창조했다. 따라서 그의 구호의 집단주의적 “의식화” 동원정치에서는 약쇄소국도 “강성대국”으로 반전되고 그래서 “고자세”의 허세외교는 대외관계에서 “phony politics”로 폄하된다. 김정일 정치는 비록 김일성 대학의 경제학부를 나왔다고 하나 경제학 지식이나 시장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그는 이미 1960년대의 리베르만의 이윤도입론 등 수정주의 경제이론의 배척에 앞장섰고 “자본주의”에 대한 만성화된 적대감이 개혁개방 지향에 기반이 되는 시장패라다임에의 전환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이다. 김정일이 주관한 주체사상에는 경제분야가 결여되어 정치적 중앙지령의 종속변수로 부속되어 그 강령은 “정치공작 우선의 원칙”으로 지도자의 “현장지도”로 왜소화되어 경제, 실무의 현장주의가 경시되게 마련이다. 김정일의 현실경험과 사고에는 “시장경제”는 곧 빈부격차,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라는 편파적 도그마에 사로잡혀 시장의 활력을 이해할 수 있는 열려진 안목이 없다. 그의 엘리트 블레인들 중에도 경제적 수정주의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50년간 직접 경험한 “시장”은 북한의 장마당, 암시장이며 그 주변의 당사상이론 일꾼들도 맑스․레닌주의와 주체이델로기의 해설자들일 뿐이다. 그의 국가관, 사회관은 레닌․스탈린주의 도그마의 포로가 되어 “중앙계획․중앙지령”의 통치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이상적 국가는 그 전형이 “군대”의 단일석(單一石)적인 “조직”일뿐 자생적 질서인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생성은 브르조아 자유주의로서 타도되어야 할 “반동”이요, 적일 뿐이다. 앞으로 북한이 진정한 “페레스트로아”의 개혁개방을 실험하려 해도 그것을 감당할 시민사회도 없고 시장적 기업․경영의 인재도 없다. 레닌주의와 정치적 도구로서의 영화예술의 영화 감독․연출자의 심성으로 정치를 주동하게되면 어쩔 수 없이 중앙지령의 “선군”주의 “조직”만을 선호하게 되고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허황한 유토피아의 허상의 영상창조에만 골몰하다보면 현실의 실물경제에서 경제번영이나 민생고의 해결에는 손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1990년대 후반에 김정일 시대에 페레스트로이카를 기대한 희망적 관찰은 크게 빗나가고 일부 미국 북한전문가들이 “페레뜨이슈카”(Peredyshka) 즉 권투선수가 숨고르기를 하는 휴전 기간처럼 본 것도 일면적 관찰에 불과하다. 원래 지난 1974년 이래 30년동안 김정일 정치는 “시네마 폴리티카”였고 아직 자기수정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아진다. 최근의 신의주경제특구의 양빈 해프닝과 같이 세상을 현옥시킬만큼 독특한 화란국적 중국계의 장관임명과 같은 눈속임수의 시네마 연출은 그에게 전면적인 시장 패라다임에의 전환이 생기지 않은 증거이기도 하다. 김정일정치는 정도를 할 것을 피하고 색다르고 눈속임, 깜짝쇼 등으로 “수단을 부리겠다.”는 잔꾀가 거듭된 것이 그의 오판과 실패의 원인이다. (필자 「北韓政治의 시네마폴리티카」(이지북), 2영역판 "KIM JONG-IL and CINEMAPOLITICA", John Cha ed. “내친구” 발간 참조)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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