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교육경쟁력이 국가의 미래 그 자체 - 이성호
	2008-02-19
교육경쟁력이 국가의 미래 그 자체 일본 정부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수학과 과학 등에 대한 수업시간을 연장하는 학교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교육이 그간의 ‘유토리(여유)’ 교육에서 기초학력 중심으로 방향 선회를 하는 셈인데,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2007년에 실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국 학력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고, 이는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교육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강경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의지다. 실례로 교사자격증 갱신제나 전국 규모의 학력평가제 등의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2위의 강국이다. 게다가 자본 축적과 기술력 면에서도 최고의 선진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채권국이다. 그런 일본이 지금 ‘교육경쟁력이 곧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기치 아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일본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학교교육 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식 사회주의의 부작용에 허덕이던 독일과 프랑스도 교육 평등주의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학교 간의 차별화를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앞서 예시한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다. 인적자원의 가치와 질은 결국 교육에 의해 결정되기에 교육경쟁력은 이들 선진국들보다는 우리에게 더욱 절박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가 우수한 교육을 위해 질주하던 지난 5년간 노 정권은 시대착오적인 정치 이념을 내세워 역주행해 왔으며, 급기야 사교육이 정규 학교교육의 기능을 대신하는 기현상을 확산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퇴진하는 정권의 그릇된 교육 노선에 대한 비판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새 정부의 노력 촉구다.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우수한 교사의 확보, 학교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무성, 학교 간의 경쟁,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 등을 들 수 있다. 우수한 교사의 확보에는 교사 양성 제도도 중요하지만, 기존 교사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치가 보다 절실하며, 이를 위해 교원평가제 도입이 시급하다. 어느 학원 원장의 말이다. “출발점에서는 교사들이 학원 강사들보다 우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학원 강사들은 부단히 평가받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별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교육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무성이 따라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교장에게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권한을 주고 학교 평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학교의 책무성은 경쟁과 직결된다. 개별 학교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학교 간의 경쟁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경쟁을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 절차와 평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 끝으로,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교육경쟁력은 향상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때 학교는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 두 가지를 당부한다. 우선,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방향은 요술 지팡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엄청난 장애물들을 좀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이 든다. 다음으로, 교육의 문제에 정치적 논리를 적용시키는 노무현 정권의 우를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 현재의 인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정책을 당부한다. 우리에게 교육경쟁력은 삶의 질보다는 생사 그 자체일 수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정책위장) 출처 - 문화일보 2008. 2.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