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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광이 사라진 2007년의 한국영화 - 조희문
	2007-12-22
열광이 사라진 2007년의 한국영화 2007년 한국영화는 자기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몇 년 동안 계속됐던 관객들의 열광이 잦아들면서 전반적으로 흥행이 열기를 잃었고, 넘치던 열정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디 워’나 ‘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들이 흥행의 선두를 달렸고,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만들기는 했다. 특히 ‘디 워’는 놀라운 기술 수준,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성과를 더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빡빡해진 제작비 조달, 다들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까탈스럽게 변해버린 관객들의 냉랭한 반응, 파일 상태로 오가는 새로운 영화 유통 방식 같은 요소들로 인해 점점 버거워하고 있다. 호기롭게 ‘100억원’ ‘200억원’ 하던 제작비 규모는 20억~30억원도 많다고 할 만큼 줄이는 추세다. 한국영화끼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일이 일상처럼 돼버렸던 풍경도, 그런 시절이 언제 있었나 싶게 아득하다. 영화인들은 새롭게 한국영화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결의대회까지 여는 일도 생겼다. 한국영화가 새로운 지형에 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제작비를 조달하기가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상은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것은 관객의 지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밖의 환경이다. 영화가 앞으로도 문화적 주도력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은 관심거리다. 지난 세기 동안 영화는 분명하게 영상 문화를 이끌었다. 영화의 유행은 곧 문화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영화계의 스타는 바로 대중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경쟁하듯 등장했고, 그로 인한 사회적 충격은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나타난 어떤 사건보다도 넓고 깊게 퍼졌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점점 고풍스러운 패션으로 변하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아가고, 시간을 기다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커다란 화면을 집중하는 방식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모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훨씬 다양해졌다. 한때 텔레비전이나 비디오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다른 수단으로 각광 받은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옛날 방식 취급을 받는다. 파일에 담아 필요할 때 꺼내는 일이 일상화했고, 컴퓨터나 휴대용 단말기, 전화기 같은 장치들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보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파일 다운이 영화의 유통을 위협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을 관람하는 매체가 컴퓨터나 단말기 같은 다양한 매체로 확산됨에 따라 드라마,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물들이 영화와 경쟁관계를 이루는 것도 변화 중의 하나다. 1950∼60년대에 TV 보급이 영화를 위기에 몰아넣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TV가 수용할 수 없는 대형 화면, 폭력, 섹스 같은 거친 내용들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또 헤쳐 나왔다. 최근의 현상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나 개인 공간에서 보는 콘텐츠의 내용, 형식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2시간 내외의 영화 상영 길이로는 담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그보다 현격하게 짧아지는 형태도 흔하다. 관객들이 굳이 영화에만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단순히 다른 영화들과의 평면적인 경쟁이 아니라 내부의 경쟁과 외부의 변화를 아울러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새로운 열정과 의지가 필요한 때다. 조희문 (인하대 교수 / 바른사회문화포럼 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12.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