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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퇴출 등 과감해야 - 사공일
2002-11-25
부실기업 퇴출 등 과감해야 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금융의 나락으로 떨어진 1997년 11월 21일을 제2의 국치일(國恥日)이라고 까지 일컫는다. IMF를 불러 들인 지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의 회고와 함께 남은 주요 과제를 짚어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다. 잘 생각해 보면 일제(日帝) 침략주의에 나라를 잃게 된 일과 함께 IMF를 불러들인 것도 우리 스스로의 잘못과 불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공통된 잘못은 바깥세상 변화에 대한 무지(無知)와 외면에 있었고 그 결과 정부와 기업을 위시한 국민 모두가 그 변화에 미리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큰 불찰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받아들인 IMF 구제금융에 수반된 주요 분야별 구조조정 조건들은 그동안 미뤄온,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부 구조조정 시책을 펴는데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어쨌든 현재 우리 경제는 구조면에서 5년전에 비해 크게 달라져 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은행을 위시한 금융기관이 "금융자금의 배급소"가 아닌 "돈 장사하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모습과 주요 재벌과 대기업들이 과중한 부채를 바탕으로 한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이 아닌 무한 경쟁시대에 걸맞은 경쟁력 위주 경영전략과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에 의존하는 체제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IMF 5년에 남은 과제들 또한 정리해고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과 일부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가 이룩된 측면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천혜의 전화위복 계기를 백분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아직도 미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환란 후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한 바 있지만(본지 1998년 11월 24일자 시평) '경제구조조정특별법'을 마련해 주요 재벌과 금융기관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면 아직도 남아 있는 주요 부실기업과 일부 금융기관의 처리가 마무리 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 뿐 아니라 소위 '빅딜' 등과 같은 단편적 시책을 행정력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시책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펴지 못한 배경에는 정부의 약화된 정책 조정 기능과 주요 경제정책 담당 각료들의 잦은 교체가 있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여하튼 아직도 남아있는 하이닉스 등 일부 부실기업 처리와 은행 민영화와 함께 기업 도산 관련법 정리를 통한 부실기업 퇴출 제도를 서둘러 확립해야 한다. 금융과 기업부분에 비해 노동과 공공분야의 구조조정은 훨씬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비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도 불법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어떻게 우리나라를 동북아지역 기업 중심지로 만들 수 있겠는가. 불법 노사분규의 해소와 함께 생산적인 노사관계 풍토조성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또한 노사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노사정위원회 제도개선도 남은 과제다. 정부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에 정부 산하기관과 그 직.간접 투자기관 등 공공.민간 회색지대에 존재하는 기관들의 정리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정책 조정 부서를 포함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경제구조 확 달라졌지만 오늘날 일부에서는 제2의 환란을 우려하는 소리마저 들린다.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 수준이나 상당한 체질 개선이 이룩된 우리 경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다른 환란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년 전에 비해 현재 우리 경제, 특히 금융부분의 개방도는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그만큼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직도 미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 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계속 강화해 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환란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중앙일보 2002. 11. 25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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