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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됐던 비정규직 보호정책의 실패 - 김태기
2007-10-30
예고됐던 비정규직 보호정책의 실패 비정규직 보호법이 지난 7월 도입된 이후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었다. 이 법이 실시되면 비정규직이 줄 것이라던 정부 측 호언장담과는 정반대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역설적인 상황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통계청 조사결과는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할 것이라는 염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8월 현재 지난 1년간 정규직 근로자는 2.9% 증가한 데 비해 비정규직은 57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546만명에 비해 4.5%나 증가했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월 평균 임금은 128만원으로 정규직 201만원 대비 63.5% 수준으로 격차가 여전히 크다. 비정규직 보호법 도입 이후 비정규직 고용 여건도 더욱 악화되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비기간제 근로자가 12.2% 늘어났고,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도 5.8%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와 차별금지를 내세워왔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이 2002년 8월 384만명에서 2007년 8월 570만명으로 지난 5년 동안 186만명 늘어난 것은 정책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원인은 외면하고 겉으로 들어난 임금격차 문제 등에 매달리면서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차별 문제라기보다는 일자리 문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면 차별보다는 근속연수나 경력 등 요인이 훨씬 크게 작용환다. 비정규직이 증가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다 보니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부족한 노동력은 비정규직으로 보충하려고 한다. 정규직은 경기에 따라 노동력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정규직은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어 인건비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더 선호하게 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비정규직 증가 요인이 발생했다.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생활형편이 어려워지다 보니 고학력자 등 비정규직을 기피했던 사람들도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찾으려고 나서게 되었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정책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되었고 그 맥락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는 등 시장개입정책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비정규직 보호법 도입으로 집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은 현실과 괴리되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더 어려운 여건으로 몰아넣은 결과를 가져왔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대신 단기근로나 용역근로 등을 선호하게 됐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번듯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등 입법정책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개입은 비정규직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십상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정책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소기업을 괜찮은 직장으로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비정규직 대다수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고용보험을 토대로 하고 있는 현행 직업교육훈련시스템으로는 비정규직이 본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비정규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을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차별을 처벌하는 정책으로는 갈등비용만 높일 뿐 대다수 비정규직이 정책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 임금이 근속연수보다 직무 성격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차별이 발생할 여지를 줄여 나가고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등하게 근로기준법 혜택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7.10. 30 테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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