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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회의 質이 문제다 - 이성호
2007-10-22
교육기회의 質이 문제다 요즘 언론에 난무하는 각양각색의 공약들 중 교육에 관한 공약은 특히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정권의 마이동풍(馬耳東風) 식의 교육정책에 염증을 느낀 많은 유권자가 대선 후보들의 교육관과 노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들 우리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교육기회를 꼽는다. 교육기회가 모두에게 균등하게 보장된다면 교육에 대한 많은 불만이 해소되리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교육기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회의 보장만을 구가하는 것은 자칫 공허한 정치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교육기회를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으로 나누고,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한 이유를 설명코자 한다. 우선, 양적 교육기회란 문자 그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교육기회가 보장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교육기회가 계급과 신분에 의해 제한되던 전통사회나 다수의 국민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기에는 양적 교육기회의 가치가 컸다. 그러나 고교 졸업생의 대부분이 대학(2년제 포함)에 진학하는 현 상황에서 양적 교육기회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 한다. 어느 후보 진영에서는 교육기회의 보장이라는 기치 아래 고교 졸업생 전원의 대학 진학과 대학의 평준화라는 해괴한 처방을 고려한다는 말이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치졸한 정치선전을 넘어선 악의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중등교육의 하향식 평준화도 성에 안차 이제는 대학교육까지 훼손하려 하는가. 만일 모든 국민이 대학원 교육을 원한다면 대학원도 평준화할 것인가. 다음으로, 질적인 교육기회를 교육의 질, 자율성, 그리고 선택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첫째로, 과거에 비해 생활 수준이 현저히 향상된 우리 사회에 질적인 교육기회란 곧 개개인이 받는 교육 서비스의 질을 뜻한다. 그런데 교육 서비스의 질은 교육의 수월성에 의해 결정되는 바, 이를 위한 개개인 및 학교 간의 경쟁은 필요불가결하다. 경쟁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나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또한 일종의 기만이다.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겪는 단련과 경쟁이 불필요한 부담이란 말인가. 둘째로, 질적인 교육기회는 교육의 자율성을 뜻한다. 교육에 관한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돼야만 비로소 교육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물을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자율성은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율성은 충분히 인정해 주되, 책임은 엄중히 묻겠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책들이 관에 의해 계획되고 집행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교육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학교와 교사는 자칫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쉽다. 결국 학교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 최대의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인 셈이다. 끝으로, 질적인 교육기회는 교육에 대한 선택권의 보장을 의미한다. 현재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에 관한 자신들의 선택 여지가 거의 없음에 대해 불만을 느끼며 평준화된 학교교육의 획일성을 비판한다.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로서 이는 곧 교육에 관한 선택권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교육에 관한 선택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 선택은 자유와 다양성을 뜻하며, 이에 대한 제한은 곧 자유의 억압이자 다양성의 거부다. 교육 기회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 없이 평등한 기회의 보장만을 외치는 것은,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국민의 격상된 의식구조와 기대수준을 무시한 구시대적인 발상임을 상기시켜 둔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정책위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10. 22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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