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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기 어려운 남북 경제공동체 - 정인교
	2007-10-08
이해하기 어려운 남북 경제공동체 지난 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경제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여 중국의 불법어로행위를 방지하고 남북한 어민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며, 개성공단에 이은 제2 특구를 해주에 설치하게 되면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투자의 기회로, 북한에게는 경제발전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 경제공동체 구상 시기상조 회담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남북경제공동체 구축이 자주 언급되었다. 이미 지난 8ㆍ15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를 언급하면서,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주기 식 지원이 아닌 시장논리에 입각한 제대로 된 남북경협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한 부분이 남북경제공동체이다. 경제통합론 기초를 세운 발라사의 정의에 따르면, 경제공동체는 복수의 주권 국가가 협정을 통해 교역상의 장애를 철폐하고, 개별 회원국보다 상위 개념인 공동체가 재정ㆍ금융ㆍ통화 등 주요 경제정책을 수립ㆍ집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상태나 과정을 의미한다. 남북한에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실상 통일이 전제가 됨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북한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경제공동체는 경제발전단계ㆍ경제체제가 유사하고, 국가간 차이가 작을 경우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점에서도 보면 남북한은 구축이 가장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공동체 구상이 ‘북한 퍼주기’의 명분으로 가끔 인식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자칫 퍼주기 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의식했는지, 정부에서는 '남북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강조했다. 경제공동체란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간에 논의된 대부분의 사업은 남북경협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물론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들이 경제공동체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북한은 속이 편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중장기적 목표를 강조하기 보다는 당분간은 남북경협을 착실하게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남북 합작으로 개발된 개성공단의 생산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난 여름 나도 개성공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상당한 생산현장을 기대했던 탓인지 기대 수준 이하였다. 1단계 사업의 일부에만 기업들이 입주하였고, 몇 업체만이 시계 의류 기계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통행·통신·통관 등 ‘3통’ 문제는 말할 필요가 없고, 현장에서는 불만이 있어도 개성공단에 투자한 재산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제2차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면 개성공단 여건도 나아질 것이고,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확대될 것이다. 특히 남북한 긴장이 완화되고, 철도ㆍ해상운송이 가능해지면 개성공단 물류흐름도 빨라질 것이다. 여기에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된 역외가공 인정 협의가 이루어져 개성공단 물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면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실현무대가 될 것이다. ■ 개성공단 먼저 모범경협사례로 남북정상회담은 만남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큼을 부인할 수 없다. 새로운 협력사업 추진도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을 남북경협의 모범사례로 발전시켜 내실있는 경제특구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2, 제3의 경제특구 구상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경제공동체는 상대와의 합의를 전제로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며, 현재의 남북경협의 연장선상에 속하는 사안에 대한 합의를 경제공동체 전단계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경제공동체를 강조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10.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