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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시행착오 경계한다 - 전삼현
2007-10-01
'차별금지법' 시행착오 경계한다 10월2일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예고를 앞둔 법무부는 매우 고무돼 있는 듯하다. 이 법안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민생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신체적·성별·연령적·인종적 약자계층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매우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생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민간 차원에서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은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약자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또한 입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자율적 영역에 속해 있던 많은 일들이 일시에 법을 통해 강제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에 대한 대비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차별을 입증해야 하는 점과 징벌배상제나 강제이행금 부과, 시정명령권 등과 같은 구제 조치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생산성을 생명으로 삼는 경제계에서는 이 법안이 기업 현실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역차별은 물론, 자율성을 침해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즉, 보다 엄격한 법적 강제가 있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과, 법을 통한 강제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역차별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법률이란 한번 제정되면, 이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되는 법률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여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악법이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입법예고 기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이런 위험요인들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비정규직법처럼 양자 모두가 원치 않는 입법이 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차별금지법안은 기존의 남녀고용평등법 등과 달리, 교통수단·주거시설 이용과 교육·직업훈련 및 정책집행 등의 공권력 행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차별 금지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채 만들어질 경우 비정규직법의 혼란보다 더 큰 사회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이 법안은 성별·장애·병력(病歷)·나이·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자칫하면 이분법적인 잣대를 통해 국민과 사회를 분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법무부는 일방 보호적인 시각보다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입법작업에 임해야 한다. 특히, 이 법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외견상 중립적·관례적인 기준’과 ‘간접차별’이라는 애매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여 가해행위와 피해 사실 간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은 경우에도 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간접차별 금지를 명문화하는 데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반드시 명문 규정이 필요하다면 간접차별에 해당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법률에 예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차별금지법안은 전 분야에 걸친 약자계층을 보호하는 기본법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것만큼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가 커 그 실효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악법이 될 위험도 크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이러한 점을 인식, 보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치는 지혜로움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소송연구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10. 1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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