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지방의원 보수는 주민 뜻 따라 - 김정호
	2007-09-21
지방의원 보수는 주민 뜻 따라 논어에 군자유어의(君子兪於義) 소인유어이(小人兪於利)라는 말이 나온다. 군자는 매사에 의로움을 따르지만 소인배는 이익이 되는 일만을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우리 전통사회를 지배하던 이념이었고, 그래서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금기시되었다. 사농공상 중 상(商)을 가장 아래에 두고 억제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런 구호를 내걸었다고 사람들의 이기심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모두 다 이익에 따라 행동했지만 겉으로만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었다. 숨어서 하는 이익 추구, 그것이 우리의 전통사회를 부패와 나태에 머무르게 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를 둘러싼 논쟁에서 비슷한 모습을 본다. 의정활동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방의원직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임을 강조한다. 물론 그럴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웬만큼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자기 일을 제쳐놓고 이웃의 일을 돌보기 어려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진정한 군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을 해봐야 생활비도 벌기 힘든 처지에서는 그 일을 부업으로 삼는 사람만 할 수 있다. 먹고살 돈이 나오는 직업은 따로 있고 지방의원은 간판삼아 하거나 또는 기존의 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사람이 많다고 봐야 한다. 지역 주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쳐 봤자 가난밖에 얻을 것이 없다면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은 아예 지방의원으로 나서려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늦게나마 작년에 의정활동비가 도입된 것은 지방의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방의원이 받는 보수와 권한이 커질수록 그들을 뽑는 선거에 능력과 열정이 큰 사람이 입후보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작년에 의정활동비를 줘 봤는데 달라진 것이 뭐냐고 질타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판단을 하기는 아직 이르다. 진정한 효과를 보려면 다음 지방의원 선거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 지방의원의 보수가 제대로 지급된다면 다음 번 선거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입후보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은 지방주민들에 있다. 지방의원은 지방 주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지방 주민들의 뜻이 명예직에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고, 주민들이 지방의원의 보수를 높게 책정하고 싶어하는 곳은 그렇게 하면 된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보수를 높이 주면 유능하고 열정적 의원을 뽑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한다면 지방의원의 활동에 대한 기대도 낮추어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자 동네는 의원의 보수도 높을 것이고, 주민 소득이 낮은 지역은 의원의 보수도 낮은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에 시군구의장협의회가 인구 규모에 따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가이드라인 식의 금액을 제시한 일은 그리 모양이 좋지 않다. 보수를 받을 사람들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정한 것인 데다가 실질적인 담합의 성격도 짙다. 그들이 제시한 대로 의원들의 보수가 인구의 규모에 따라 달라야 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인구 규모가 아니라 각 지역 주민의 뜻을 확인하는 일인데, 이 또한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의정비 결정만을 위해서 주민투표를 하기도 번거롭다. 기존의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음 번 지방의원 선거에서 의원후보에 대한 투표와 더불어 지방별로 의정활동비에 대한 몇 개의 대안을 놓고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보게 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의원의 보수에 대한 결정권은 지역 주민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9.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