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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 - 유재천
2007-08-27
盧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 일찍이 언론인 제임스 레스턴은 정부가 언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언론을 다루는 데는 오직 세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최선의 방법은 언론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언론을 바쁘게 만들고 마침내 그들을 지치게 하여 진력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언론의 취각을 자극하여 미궁을 헤매게 하는 흥분이나마 맛보게 해주는 것이다. 최악의 방법은 닉슨과 존슨처럼 언론을 조작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사적인 대화에서는 솔직한 체 가장하고 한편으로는 온갖 술수를 다하여 언론으로 하여금 정부가 조작한 잡동사니로 1면의 제목과 기사를 채우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20세기의 대표적 언론인의 한 사람이었던 레스턴도 민주국가임을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가 들고 나온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언론을 다루는 기발한 방법이, 더구나 21세기에 버젓이 등장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제도 내에서 정부가 취재의 자유를 가로막는 문을 만들어 대못을 쾅쾅 박아 버리는 짓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재의 자유에 대못질을 하는 정부는 이미 민주주의의 포기를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찌 보면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정부가 언론을 다루는 최악의 방법인 언론을 조작하려는 데 따르는 번거로움을 아예 없애 버리고 언론의 눈과 귀를 가리고 틀어막는 솔직한 장치라는 점에서 노 정부의 도도하고도 과단성 있는 장기가 돋보이는 코미디다. 코미디인 것이, 취재의 자유에 대못질을 하는 것이 언론의 눈과 귀만 가리는 게 아니라 국민의 움직임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청맹과니가 되기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코미디를 계속하려 할까.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규정하는 요인은 많다. 그 가운데서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정부와 언론에 대한 국민의 동의 수준, 다시 말해 양쪽에 대한 국민의 신뢰 또는 지지의 정도다. 말할 것도 없이 정부와 언론 양측 모두 서로 국민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동의를 얻기 위해 힘쓴다. 그 일에 실패하는 쪽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아 무력하게 되어 소임을 다할 수 없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들어 정책을 수행하며, 한편 언론은 정부가 하는 일을 진실하게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부나 언론은 이런 의미에서 공생관계에 있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 정부 주도로 정·언 간의 공생관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에 있다. 영향력이 큰 몇몇 신문들에 대해 편견의 형식으로 고착된 노 대통령의 적대감이 현 정부와 언론과의 공생관계를 깨뜨려 왔다. 그 결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동의 수준이 낮아지고,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아지기만 하는 까닭이 적대적인 언론 탓이라는 편견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제는 편집증적인 언론기피증으로 심화하여 언론 일반으로 적대감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취재 시스템에 대못을 박는 한 언론과의 공생관계는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더욱 낮아지고 마침내 언론을 탄압한 반민주적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유재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언론학 / 바른사회 고문)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7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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