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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승자가 된 이명박·박근혜 - 박효종
	2007-08-22
공동승자가 된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통령후보로 정했다. 이 자리에서 근소한 표차로 석패한 박근혜 후보는 경선 승복을 다짐했다. 경선에서 만면에 웃음을 띤 승자는 나오게 마련이지만, 석패감을 억누르며 패배를 받아들이는 패자는 나오기 쉽지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선은 한나라당의 성공한 정치실험 차원을 넘어서서 한국정치사에 신선한 충격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 후보에게 주문할 것이 있다. “성공보다 더 큰 실패는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지 않는다면, 힘들여 산 위에 올려놓은 돌이 제 무게를 못 이겨 아래로 굴러 떨어져 내려오는 ‘시시포스의 참담함’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공으로부터 비롯되는 유혹이라면 ‘지금 이대로’의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이다. 이 유혹을 극복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이 후보는 다시 한번 변해야 하고 또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이란 것이 있다. 이 흐름은 ‘깨끗하지만 무능한 것’보다는 ‘덜 깨끗하지만 유능한 것’에 대한 기대이며 소망이다. 도덕성을 내세우며 실적이 변변치 못한 정권보다는 덜 깨끗할지는 몰라도 능력을 보여주는 정권에 대한 목마름이다. 이 갈증은 자신들만은 깨끗하다며 정의를 내세우고 과거를 질타하면서도 정작 국정 운영은 ‘아마추어’처럼 서툴게 한 노무현 정부의 독선적 리더십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덕성 검증이 위력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이 기대하는 도덕성의 성격이 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감으로 원하는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열린 마음과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 아집과 독선들이 ‘커밍아웃’하는 데 질린 것이다. 따라서 도덕성 검증의 핵심은 “어느 정도로 깨끗한가”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로 진실한가”에 달려 있다. 교언영색을 통해 말로만 천냥 빚을 갚을 사람이 아니라 심지가 올곧은 사람임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신의 사람이나 수족이라고 감싸지 않고 오히려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할 수 있고, 자신을 지지한 사람보다 반대한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경제 운용을 잘할 수 있다거나 획기적 정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선 승복이 민주주의개론 시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의 정치사에서는 희귀한 일이었다. 박 후보의 경선 승복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왜 미련이 없겠는가. 왜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그러나 뒤를 돌아보면 소돔과 고모라에 나오는 롯의 아내처럼 돌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는 결연했다. 그동안 박 후보는 난파선이 된 한나라당을 구했고 지도자로서 유려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과정에서 원칙과 정도를 걷는 마거릿 대처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제는 잔다르크의 모습을 보여줄 차례가 됐음을 직감한 것일까. 두 후보는 겸양과 절제로 그 ‘지독했던 경선’의 유종의 미를 장식했으나, 그 멋진 정치실험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 ‘지독했던 경선’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 남았다. ‘경선’은 성공했지만 ‘경선 이후’도 성공할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두 번에 걸쳐 ‘실패학’을 썼고, 이번에는 절치부심 ‘승리학’을 쓸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꿈이 이뤄질 것인가. 이 문제는 공동 승자가 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어떤 결의를 갖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