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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FTA는 시기상조 - 정인교
2007-08-20
남북한 FTA는 시기상조 북한 수해 때문에 10월초로 연기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경제강화협정(CEPA) 논의 가능성이 지난 주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발단이 된 이 논란은 정부가 정상회담의 의제로 CEPA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일단락되었다. ● 뜻은 알겠지만 추진환경 미숙 삼성경제연구소는 '남북 기본합의서'와 관련 부속합의서에 의해 남북 간 무관세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고, 북한이 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남북한 특혜교역에 대한 국제통상마찰적 요인을 없애고, 남북 경협의 제도적 기반 확보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중국-홍콩 간 CEPA 사례를 근거로 FTA보다 수준이 낮으면서 국가간 협정(agreement)이 아닌 '기관간 약정(interagency arrangement)'을 추진하면 남북한 특수성을 반영한 협력구도 구축이 가능하며,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실체요건(광범위한 무역자유화)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ㆍ장기적으로 남북한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경제협력의 제도적 틀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수긍하는 측면이 있지만, 남북한 CEPA를 추진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협정의 내용 못지않게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 및 이를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며, 섣부른 협정 체결로 우리만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국-홍콩 CEPA는 중국이 홍콩 경제 부흥을 위해 일방적으로 취하는 경제조치이므로 이행 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홍콩은 국제적으로 이미 중국의 일부로 인정된 상태에서 FTA에 대한 다자 규범과의 합치성을 이유로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방적 특혜를 제공하는 협정을 문제 삼기 애매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남북간 FTA(CEPA)는 어떤가?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는 북한이 시장경제의 상징인 FTA 체제를 수용하기 어렵다. 논의하더라도 극히 제한적 범위의 협정 논의만이 가능할 것이다. 전략물자 통제와 같은 외부적 요소도 남북한 교역을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관세보다는 비관세장벽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내용을 떠나 협정이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확신하기란 더욱더 어렵다. 이행 여부를 점검하려면 출입국 절차 개선, 자유로운 기업가ㆍ언론 활동 등은 기본이다. FTA위원회를 통해 협정 이행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이행 담보 없는 협정을 추진하는 국가는 없다. FTA라는 보통명사가 있는데, 굳이 CEPA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FTA를 요청하면서 '경제연계협정(EPA)'으로 부를 것을 요청했고, 2003년 협상과정에서 자국에 불리한 것은 EPA 핑계로 둘러댔다. 결국 1년 만에 협상은 중단되었다. 상대가 북한이더라도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하며, 명칭보다는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 우리만 일방적 부담 할 수도 '협정'이 아닌 '약정'을 체결하는 것도 문제다. 시장경제가 덜 발달된 지역과는 협정 즉 조약, 국제적 계약 형태를 취해야 한다. 위반 시 제재조치도 필요하다. 중국이 CEPA를 체결했기 때문에 WTO를 피해간 것이 아니라 중국-홍콩 간 특수 관계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적 이목을 의식하지 않으면 위반이나 일방적 파기도 쉬울 것이다. 오히려 협정 이행을 위해 WTO 규범을 충실히 따를 필요가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제도적 틀 속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시장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상태에서 FTA를 추진하려면 일방적인 양보 및 특혜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만이 협정을 이행해 일방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남북한 FTA는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사안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8. 20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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