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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여성리더 양성을 - 함인희
2002-11-15
적극적인 여성리더 양성을 정부가 입안하는 정책에 이른바 '성(性) 인지적(認知的)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남녀 불평등 상황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단순한 립 서비스 차원을 넘어 기존 구조에 체계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렸다. 지난 12일 여성부는 2003년부터 정부의 중앙부처는 1급, 청단위 46개 중앙행정기관은 3급의 '여성정책 책임관'을 지정-운영해야 하고, 현재 여성정책담당관을 두고 있는 행정자치부 및 교육인적자원부를 위시한 6개 부처 장관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총리실 산하 상설기구로 신설되며, 향후 정부가 추진하게 될 주요정책은 '성(性) 평등 영향평가'를 받아 시행하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성발전기본법 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률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개정법률안의 시행령은 이달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될 예정이다. '여성의 권한지위'에 관한 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개선 노력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음은 일단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서구 복지국가의 경험에서도 확인되고 있듯이 남녀평등을 지향해 가는 데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논리에 맡기기보다 여성 친화적인 국가의 정책수립 노력에 의지하는 것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유엔의 노력이 우리 정부로 하여금 남녀평등 실현에 적극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유엔은 이미 경제개발 및 사회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서 여성을 차별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지목해오면서,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성차별의 극복과 여성의 사회통합이 필수 요건임을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개정법률안 시행에 앞서 몇 가지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여성정책은 출발선에서부터 '평등과 보호'라는 일견 상충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곧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동시에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딜레마는 '역차별'이라는 기득권층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법률안의 경우는 추진 배경과 논리를 보다 설득력있게 홍보함으로써, 불필요한 저항을 피하고 공감의 폭을 확대해갈 수 있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개정법률안의 실시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조정하는 문제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여성관련 법 및 정책을 두고 내용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으나 현실에서의 운용은 후진국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곧 '무늬만' 남녀평등 정책이 되어서는 곤란하기에 정책 입안 못지 않게 이의 실현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여 조직문화적 차원에서의 저항과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소외되어온 여성들의 취약점을 보완해갈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명시적인 차별로부터 묵시적인 배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평등을 경험해온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성 불평등이 하향식 배려를 통해 단기간에 극복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정 법률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녀평등의식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 남녀평등한 조직문화 수립, 주요 정책결정직 여성을 위한 직업의식 및 역량강화 훈련, 자생력을 갖춘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장-단기 방안이 철저히 보완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여성친화적 정책 수립이 확대될수록 사회 성원들의 삶의 질이 고양되고, 수준높은 사회발전이 가능했던 서구의 경험이 우리에게도 유효하리라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시민회의 여성지도자포럼 부회장) 출처 - 세계일보 2002. 11. 15 여풍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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