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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거침없는 질주 - 노부호
	2007-06-16
일본의 거침없는 질주 지난주 일본을 5일간 방문하여 학계와 재계 사람들을 만나고 온 소감은 일본은 제대로 변화와 개혁을 해 왔고 앞으로 무섭게 질주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한창 어려운 와중에 있었던 12년 전 일본에 1년간 체류하고 귀국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일본은 이제 꺼지는 나라가 아니냐고 질문했을 때, 그때 내 대답은 일본은 절대 꺼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서, 친절,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철저한 직업의식 때문이었다. 이러한 일본의 국민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것으로 경제를 받쳐주는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가 너무 관료적이어서 발전에는 한계가 있겠다고 생각했고 정부가 변한다면 무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일본은 그 정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발전의 역사는 개방화, 자유화의 역사이다. 산업화 시기였던 19세기 말에는 개방화가 대세였고,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자유화가 대세이다. 개방화는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고 자유화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19세기 말에 쇄국정책으로 서구의 개방화 압력에 늦게 대항하는 바람에 일본에 뒤지게 되었지만 정보화 시대의 자유화에는 한국이 일본을 앞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는데 그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일본에 가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노사문제, 반기업 정서는 없고 정부 규제도 많이 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는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와 고용에 대한 지원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마쓰시타와 샤프는 대도시권에 공장을 지으면서 지자체로부터 1000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일본은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 간섭도 없는 편이다. 일본에서는 부채비율 200% 이하, 사외이사 50% 이상 규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주 회사 형태 조직구조가 다른 형태보다 좋다라는 정부 내 인식도 없다. 우리는 또 문어발 확장이라고 대기업을 비난하는데 미쓰이그룹은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 계열 기업이 582개로 한국보다 10배 이상 계열기업 수가 많다. 한국 부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요청되는데도 불구하고 문어발이라는 비난 속에 활동이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재벌 공화국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도요타자동차 한 회사의 매출액은 240조원 정도로 삼성그룹 전체의 1.5배나 되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기업활동을 활성화해 많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혼다자동차 예에서 보듯이 기업이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정부에 의해 거부된 사례는 없다. 우리는 삼성의 자동차 진출을 좌절시켰고 현대의 제철소 사업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에는 10개 이상의 자동차 회사가 서로 경쟁하면서 각자 특화하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엔진에 특화하여 중국에서 만드는 자동차의 40%가 미쓰비시 엔진을 달고 있고 미쓰비시 후소는 트럭에, 이스즈는 디젤엔진, 마쓰다는 스포츠카 엔진에 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이 적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경쟁 사회이고 산업의 다양성과 깊이가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렇게 정부가 바뀌고 기업이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면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일본 내에 두 가지 국민적 공감대가 정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정부로 가는 정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개혁 속도가 느린 것 같으면서도 상당한 개혁을 이루어낸 것은 80년대 중반 나카소네가 추진한 NTT와 철도 민영화 이후 역대 총리가 모두 조금씩이나마 개혁을 착실하게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매일경제 2007. 6. 1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