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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金·政분리'로 가야 한다 - 최창규
	2007-07-31
'金·政분리'로 가야 한다 ‘친절한 정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자꾸만 커져가는 정부의 규모와 역할이 드디어 금융부문에 있어서도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모든 금융을 한 손에 잡고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1997년 우리나라의 금융위기가 해외여행자, 은행과 재벌의 문제라고 세뇌를 당했지만 사실은 정부 정책의 실패가 가장 큰 문제였다. 정부가 가장 많이 보호하고 규제해왔던 금융부문에서 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인위적인 자본조달을 위해서 정부가 은행을 규제해야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금융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보호와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금융을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여 나가야 할 때를 지난 상황에서도 계속 규제해 왔다. 그 결과 정책 실패가 누적돼 곪아 터진 것이 금융위기다. 그런데 정작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개혁의 주체와 대상이 바뀌었다. 칼자루를 쥔 정부가 오히려 금융 개혁의 주체가 되면서 관치 금융이 더 심해지게 된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개발독재 시대에도 보지 못했던 퇴행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대선을 앞두고 가격지표인 주가 수준과 카드회사 수수료율 등에 대해 공공연하게 언급하면서 간섭한다. 민영화를 앞둔 상업은행에 민간 주주를 정해주려는 노력보다는 끝내 주인을 찾아주지 않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은행을 통해 기업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정부 지배 아래 있는 공적연금을 통해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정부가 은행을 직접 지배하지 못할 바에야 국내 산업자본에 넘기기보다는 차라리 정체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넘기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한다.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이 더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국내 산업자본은 원천적으로 투자를 봉쇄해 놓았다. 역할이 다 끝난 국책은행들을 끝끝내 정부가 손에서 놓지 않고 오히려 국책은행 소유 증권회사를 키워서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며 버티고 있다. 자산운용업을 육성한다는 핑계로 멀쩡한 외환 보유고를 헐어내 한국투자공사라는 ‘신의 직장’을 하나 더 만들어냈다. 우리와는 반대로 이웃 일본은 우리나라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우정공사를 민영화함으로써 우정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예금·보험 등을 민영화했다. 대부업도 시장원리보다는 금리 상한을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서민들을 불법 사채업자의 손으로 내몰고 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금융은 정부가 친절하게 직접 다스린다는 것이다. 제조업 강국이던 일본이 관치금융으로 인한 금융업의 부실로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경기침체를 감수해야 했다. 어느 부분보다도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할 금융부문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민영화되지 못하고 마치 하나의 정부 관공서처럼 여겨져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절대로 넘을 수 없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금산분리 원칙도 사실은 정부가 금융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핑계라는 생각마저 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손을 떼고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 실질적인 금융업 민영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먼저 금융을 정부(政府) 혹은 정치(政治)로부터 분리시키는 금정분리(金政分離)를 외쳐야만 할 것이다. 작은 정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금융분야에서부터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어차피 이번 정부에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기 정부를 책임질 대선 주자들로부터 금정분리 공약을 받아내야만 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를 외치지만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면 ‘큰 정부’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7. 3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