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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간판 내건 '야합' - 김일영
	2007-07-26
'통합' 간판 내건 '야합' ‘제3지대에 유령선’이 출현했다. 탑승인원은 소위 범여권 대선 주자 대부분과 ‘비에 젖은 가랑잎(버림받지 않으려고 어디든 가서 달라붙어야 하는)’ 신세인 현역의원 85명, 다수의 원외 위원장, 그리고 자칭 시민사회세력 등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몇몇 광역자치단체장과 함께 이 배에 오른다고 알려짐으로써 이 배의 실질적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짐작이 간다. 이 배는 ‘유령선’임에도 규모 면에서 현재 한국에 있는 배 중 두 번째로 크다. 항해 일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은 일단 5개월 정도로 보고 있으며, 목적지는 12월 대선이다. 24일 추진모임 발기인대회가 열린 범여권의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얘기다. ‘미래창조…’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도로열린우리당’ ‘위장신당 개업’ ‘간판 바꿔달기 정당’ ‘5개월짜리 선거용 정당’ ‘과거회귀 잡탕신당’ ‘또 하나의 DJ당’ ‘제3지대 유령선’ 등이, 각종 언론이 이 당에 붙여준 이름이다. 말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란 기억하기도 어려운 기괴한 작명 자체가 이 당의 잡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통합민주당 탈당파, 그리고 한나라당 탈당파(손학규 중심)라는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예비군 정당’이다. 세 군데서 왔다고 하지만 현역의원 84명 중 80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니 ‘도로열린우리당’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과거 회귀성과 ‘위장신당 개업’이란 비난을 탈색시키고자 시민사회세력을 자칭하는 ‘미래창조연대’를 끌어들였다. 그 바람에 당명도 ‘미래창조’가 덧붙여져 ‘기찻길’처럼 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름이 길어진 만큼 대통합신당의 내용이 깊어지고 새로워졌는지는 의문이다. 혼탁한 피에 수혈된 피가 과연 새 피인지도 의심스럽고, 혈액형이 맞는 피를 수혈했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통합파들은 신당 출범의 명분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사회양극화 완화, 건강한 경제정의구현, 지역주의 배격과 전국정당 지향,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달성, 햇볕정책 계승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정도 내용이 과연 신당의 명분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열린우리당이 표방하던 것들과 하등 차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과 몸을 섞던 이들이 노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자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 결별하고 간판 바꿔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대통합신당을 구성하고 있는 네 세력 사이에 이념 및 정책 면에서 공통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 차이다. 신당에 참여한 대선 주자들은 한·미 FTA에 대해 반대 단식투쟁부터 조건부 찬성, 적극적 지지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 피로 수혈된 시민사회세력은 대부분 FTA에 적극 반대하던 사람들이다. 모름지기 정당이란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인데,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질적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정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합신당에는 타협만 보이고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이 없는 타협은 야합일 뿐이다. 통합파들은 항변할지 모른다. ‘수구보수세력’ 집권 저지와 ‘평화민주개혁세력’에 의한 정권 재창출이 통합의 원칙이라고. 하지만 평화, 민주, 개혁은 그들을 재포장하기에 이미 식상한 개념이다. 아울러 반한나라당 전선의 형성도 또 한 번의 창당을 합리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민들은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원칙과 명분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신당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또 하나의 정체불명의 ‘아메바(amoeba·단세포 원형동물) 정당’에 그칠 것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7. 7.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