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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北 상호주의 포기할 수 없다 - 제성호
	2007-07-25
對北 상호주의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은 20일 폐막된 베이징 6자회담에서 끝내 ‘연내 핵 불능화’ 시간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빨리 없애고 빨리 받자’는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의 비핵화 이행 의지 발언으로 회담은 대체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무언가 나올 것이란 외교가의 기대 섞인 관측이 한때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8월중 실무그룹회의 개최 등의 일정 합의에 그쳤다. 다시 한번 북핵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실감한 회담이었다. 핵 불능화를 위한 밀고 당기기가 베이징에서 진행되던 시기, 서울에선 국제협상의 대원칙인 상호주의가 부당하게 공격받는 일이 벌어졌다.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조의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은 위기 상황의 반복과 대결 구도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또 남북관계에선 냉전시대 사고이자 접근법인 상호주의 대신에 포용과 인내, 그리고 관용과 신뢰 구축의 원칙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초유의 안보 위기를 초래한 점에 대해선 침묵했다. 포용과 신뢰 우선으로 포장된 유화정책이 남남 갈등과 한·미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북 협상력과 북한 변화 역량을 약화시킨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조건 없는 물질적·제도적 지원’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출혈이 크며,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무리가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호주의는 결코 냉전적인 접근이 아니다. 탈냉전 시대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국가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국제관계를 형성·유지·발전시켜 나간다. 남북관계가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고 하지만, 관계 형성의 보편적 진리마저도 부정되는 관계는 아니라고 하겠다. 반면 기본을 무시할 경우, 변칙과 비정상이 터를 잡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6자회담에서 합의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란 것도 기실 상호주의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혹여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것마저 뒤집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호주의에 기반해 강력한 국제공조를 추진해도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려운 판에 상호주의를 부정·폄훼한다면,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나 홀로’식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다간 종국에 외교적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8·15를 전후해 정부가 평화체제 전환에 관한 파격적인 제안을 할 것이라 한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도 여전히 무성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과 연결지어 생각할 때 ‘묻지마’식 교류협력에 더하여 ‘안보 퍼주기’를 시도하기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가 일리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는 ‘희망적 사고’와 ‘서두르는 자세’로 접근해선 안 된다. 경험과 현실에 기초한 냉철한 접근이 절실하다. 특히 상호주의는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지키는 안전판이자, 정상관계를 추동하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 2000년 9월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귀환한 반면, 국군포로·납북자는 단 한 명도 송환되지 못했다. 그간 현 정부 아래서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는 교류가 양산됐고, 급기야 평양 6·15 남북공동행사에서 야당 대표단이 수모를 당하는 사건마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모두 상호주의를 무시한 결과였다. 만일 상호주의를 포기할 경우 북한에는 현찰로 실리를 내주고, 우리는 곧바로 부도 처리될 약속어음을 받는 기현상이 상례화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경직적인 상호주의로 나가자는 말은 아니다. 안보 문제는 ‘원칙’을 갖고 대처하되, 비(非) 정치·군사분야는 탄력성과 유연성을 가미한 상호주의에 따라 안정적이고 질서있게 운영해 나가면 된다. 이런 점에서 균형잡힌 대북 접근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7.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