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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자율 뒤집는 교육부 '내신 아집' - 이성호
	2007-06-27
대학자율 뒤집는 교육부 '내신 아집' 요즘 내신반영률을 놓고 교육부와 대학간의 사생결단을 방불케 하는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교육부를 하수인으로 내세운 대통령과 대학간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를 반년 남긴 대통령이 언론과의 선전포고에 이어 대학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그런데 이 사태를 정부와 대학 간의 힘겨루기 정도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이는 분명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선 대학이 내신반영률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이를 강요하는 교육부의 주장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문제를 이 지경으로 악화시킨 대통령의 전횡과 독선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학이 내신반영률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 내신제는 학교간 학력 격차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같은 학교 내에서의 변별력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측의 억지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내신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들 가운데 내신의 변별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실제로 학교별로 실시되는 중간 혹은 기말시험에서 과목당 만점자 수가 100명이 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 이른바 수행평가를 통한 온갖 궁여지책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에서는 어떻게든 점수를 차별화하기 위해 이른바 ‘기습 수행평가’라는 것이 실시된다고도 한다. 이것이 교육부가 선전하는 내신을 통한 학교 교육의 정상화인가.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내신반영률을 인상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국 대학의 자율적인 선발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고, 자율권의 박탈이 바로 문제의 핵심인 셈이다. 오랜 기간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데릭 복(Derek Bok)은 미국 대학이 유럽 대학에 비해 가지는 상대적인 강점의 가장 큰 비결을 대학의 자율이라고 지적한다. 즉, 학생 및 교수 선발, 행정 및 재정, 교육과정 선정 및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의 대학의 자율이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증진시킨다는 주장이다. 한편, 199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도입한 책무성(accountability)이라는 개념은 학교의 자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광범위하게 보장해 주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것이 책무성의 주요 골자다. 그런데 교육부가 대학의 학생선발권은 허용해주지 않으면서 개별 대학의 경쟁력 평가 운운하는 것은 결국 통제는 교육부가 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대학이 책임지라는 억지다. 올해 들어 교육부는 부쩍 ‘대학의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생각하는 진정한 대학의 자율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교육부도 드러내놓고 말 못할 사정은 있는 듯하다. 나름대로 구상한 대학과의 절충안이 ‘윗분’에 의해 번번히 거부된다니 말이다. 이것이 자칭 ‘민주투사’의 국정 운영 방식인가.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도, 교직에 종사한 경력도 없는 대통령이 단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교육관을 국가정책에 반영시키려는 견강부회 식의 행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과 교육부는 이번 내신반영률 인상 사태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인 수험생들과 그 학부모들의 고통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권의 성향이나 정치적 이념을 떠나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정책을 열망하는 마음은 ‘백설이 잦아진 골’에서 ‘반가운 매화’를 기다리는 한낱 부질없는 기대일까.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교육권실천운동 정책위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6. 27 포럼